끝난 게 맞냐고 사람들에게 몇 번을 되물었다. 단체사진은 찍지도 않았다. 내 결혼식인지 부모의 결혼식인지 모를 만큼 내가 아는 얼굴보다 부모님이 아는 얼굴이 많거나, 친하지도 않은 김대리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우리의 모습과는 그야말로 천지차이다. 부를 사람이 없다며 언젠가 하게 될 내 결혼식의 하객 수를 걱정했던 철없던 시절 나와 친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기 싫지만 동료의 결혼식이니까, 내가 안 가면 저 사람이 내 결혼식에 안 올 거니까 등의 이유를 대며 그 귀한 주말을 결혼식장에서 의미 없이 보낸 모습이 떠올랐다. 싱가포르에서 좋았던 점 중에 하나가 쓸데없는 결혼식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으니 결혼식을 다니며 알게 모르게 피곤했나 보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지금까지 결혼식에 참석했던 이전 회사 동료들 중 내가 연락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던가?


“하객 대행 알바 구함 25~35세 남/여. 부케 받으실 분도 구해요.”


이쯤 되니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가 있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렇게나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는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을 이색 아르바이트.(혹시 중국에도 있으려나?) 하객 머릿수를 채우고 같이 사진 찍는 걸로도 모자라 부케 받을 사람까지 구한단다. 부케를 주고받을 정도면 꽤 친한 친구인데 그런 사람까지 돈 주고 고용해서 쓸 만큼 중요한 걸까? 결혼식에서 가장 중요한 게 신랑과 신부의 약속이 아니었던가?


스몰웨딩을 하고 싶어도 부모님의 축의금 회수를 위해 일반적인 결혼식을 올리는 친구도 봤다. “성대한 결혼식=부모님의 기쁨과 체면”이라고 하면 내가 너무 오버하는 걸까? 그리고 내 결혼식에서 30분을 썼다가 다음 사람에게 넘겨지는 닭장 같은 웨딩홀과 잡다한 소품은 또 무엇인가. 결혼식이 진행되는 시간은 얼추 비슷한데 한국에서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걸까? 내가 내 돈으로 올리는 결혼식에 내 의지대로 결정되는 것이 과연 몇 개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겠다고 서약하는 자리인데 서약보다는 왜 다른 것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걸까? 어쩌다 ‘웨딩 푸어’라는 말이 생겼을까? 우리들이 하는 게 결혼식일까, 축의금 회수전 일까? 열심히 비눗방울을 불면서도, 머릿속은 복잡했다.

30분 간의 결혼식이 끝나고, 프랑스인들이 진짜 결혼식이라고 부르는 파티를 하러 갔다. 파티장 역시 시에서 빌려준 다목적 홀. 우리는 여기서 밤새도록 파티를 할 예정이다. 몇몇 친구들은 전날 미리 도착하여 이곳을 파티장으로 꾸몄다. 색색의 풍선, 꽃가루, 레드카펫, 명찰, 테이블 세팅… 전문가가 꾸민 것이 아니라 조금씩 엉성하지만 그래서 더 정이 간다. 내가 분 풍선이기에, 내가 붙인 이름표이기에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밤 10시가 돼서야 해가 지는 유럽의 여름. 수다와 술을 사랑하는 프랑스 사람들은 결혼식이 끝난 6시부터 해가 질 때까지 밥도 먹지 않고 샴페인과 다과를 먹으며 수다를 떨어댔다. 식전에 술 마시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말하는 아페로(Apero)라는 프랑스어가 있을 정도니, 밤새도록 놀기 위해 시간을 비워둔 오늘의 아페로는 좀처럼 끝날 줄 몰랐다. 다목적 홀 뒤로 펼쳐진 들판 너머로 해가 진 밤 10시, 본격적인 파티의 시작을 알리는 저녁이 나오자 사람들은 더 흥분했다. 이렇게 다들 잘 먹을 거였으면서 왜 그렇게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린 걸까?


빛의 속도로 저녁을 먹어 치우고 디저트가 나오는 사이, 흡사 대학교 MT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게임이 시작되었다. 모든 하객들이 나이와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게임을 즐겼다. 아마도 친하지 않은 회사 동료, 얼굴 본 적도 없는 엄마의 친구가 없는 자리라서 더 그렇겠지. 여전히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부부는 망가지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게임을 즐겼다. 열정적인 게임의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이 한숨 돌릴 무렵, 오늘의 두 주인공은 블루스를 추기 시작했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마침 어두워진 조명 사이로 춤을 추는 두 여인, 그들이 느끼는 행복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소피 부부는 파리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삶에 필요한 것들이 다 있는 도시에서, (프랑스도 한국처럼 수도집중 현상이 심하다.) 이미 가지고 있던 것들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집이 없거나 수입이 적다며 결혼을 미루고, 혼수로 스트레스받고 파혼까지 하는 곳에서 온 내가 보기에는 지나치게 소박하다. 남자친구는 소피의 결혼식이 프랑스인의 결혼식 중에서도 조촐한 편이라고 했지만, 평생 함께 하기로 약속한 그녀들은 가진 돈 따위와는 상관없이 참 행복해 보였다.

  "엄마, 난 결혼해도 결혼식 할 생각 없으니까 괜히 축의금 뿌리고 다니지 마."

잊을만하면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서운해 했지만 진심이었다. 근데 오늘 이 결혼식을 보고 나선 마음이 살짝 풀렸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평생 함께 하겠다고 약속하는 자리에,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모아서 간소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다면 결혼식도 해 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P.S. 시차와의 싸움에서 실패한 나는 파티가 한창 진행되던 11시에 파티장에서 뻗어버렸다. 친구들은 나를 근처의 소피네 집으로 옮겼고, 난 신혼부부의 침대에서 다음날 아침까지 신나게 잤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파티에 침대는 비어 있을 예정이었지만, 결혼 첫날 부부의 침대를 쓴 사람은 시차 적응에 실패한 술 취한 여자였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유럽
도움말 Daum 지도
Posted by 돌아온싱언니


*이건 추억팔이 포스팅(ㅋㅋ)



사실 처음엔 별 기대없이 간 여행이었다. 명절에 외국에 있으니 볼 친척도 갈 곳도 없으니. 그저 여행이나 가자. 이런 마음으로 간 여행.

그러나 결과적으로 매우 좋았다. %EC%A2%8B%EC%95%84 여행같지 않았던 회사에서 갔던 발리 여행 이후, 다시 여행이 나에게 옴. :)


 페렌티안 섬Perhentian island은 말레이시아 땅이지만 태국과 매우 가까운 자그만 섬. 설이라 모든 비행기가 매진이라 싱가포르도 아닌 조호바루Johor bahru로 가서 거기서 다시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에서 환승하는 비행기를 타고, 또 코타 바루Kota Bahru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야만 한다.


코타 바루에 도착하자 아 시골에 왔구나 확 느껴졌다. 바깥으로 보이는 소, 양, 염소들. 드문드문 보이는 비포장도로와 밭. 페렌티안 섬으로 우리를 데려다 줄 페리터미널까지 다시 한 시간을 차를 타고 가는 길에 수다쟁이 택시 기사가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 오늘은 길일이라 결혼식이 많이 열리는 중이고, 예전엔 밤이면 사람들이 소나 양을 훔치러 다녔다는 이야기 등등. 왠지 코타 바루가 참 맘에 들었다.

이렇게 도시가 아닌 곳에서 살 수 있을까. 요즘은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도시생활에 지쳤는지,인터넷만 되는 곳이면 일할 수 있단 걸 깨달아서 일지. 꼭 도시에 살 필요가 있을까? 이런 곳에 살면서 원격으로 일하고, 내가 배우고 싶은 것들(줌바, 다이빙, 서핑, 요가, 명상 하다못해 목공일 같은 ㅋㅋㅋ) 을 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 

 그렇게 한 시간 후에 도착한 페리 터미널에서 다시 페리를 타고 1시간 후 도착한 섬.(멀다 멀어.. 헥헥) 

 문득 예전 티오만 섬에 갔을 때가 생각났다. 섬에 도착해서 그 아름다움에 얼마나 감동받았던가. 헌데 지금은 그 감정이 아니라 아쉬웠다. 세상을 더 재밌고 근사하게 사는 법은 내 눈 앞의 것들에 항상 감동하고 감사하는 마음인 것을.


 페렌티안 섬은 세계 10대섬 안에 꼽히는 말레이시아 티오만섬이 가진 화려함(??)은 없지만 고요함과 순박한 사람들이 있는 아름다움 섬이었다

더 멋진 건 숙소 바로 앞의 바다에 그대로 뛰어들어도 바로 스노쿨링이 가능한 아름다운 산호초섬이라는 것%EB%AF%B8%EC%86%8C 그래서 니모도 만나고. ^^

  

 처음으로 스쿠버다이빙을 시도해 보기 위해 센터를 찾았지만 디스크 수술한 적이 있어서 의사와 확인 후 하라는 거절을 이틀 연속 당하고. %EC%9A%B8%EC%9D%8C%20%EC%97%AC%EC%9E%90%EC%95%84%EA%B8%B0 아쉬운 대로 다이빙하는 사람들을 따라 배를 타고 나갔다. 정말 배 위에서 보는 바다와 섬의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일년 내내 여름인 이 곳에서 자라는 울창한 나무들이 파란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과 함께 만들어내는 모습이란. 사람도 많이 없어 섬의 어떤 부분은 거의 무인도와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곳.

 

배 위에서 보트를 운전하는 아이? 청년?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다이빙 나간 사람들을 기다렸다. 이 아이는 앞으로 수업 세 번만 더 받으면 다이빙 마스터가 되고, 앞으로 말레이시아의 모든 섬을 다 돌고 싶단다. 그 마음 나도 공감%EC%97%84%EC%A7%80%EC%86%90%EA%B0%80%EB%9D%BD%20%EC%A2%8B%EC%95%84%EC%9A%94

11번째 오는 말레이시아지만 땅 크기만큼 아직도 갈 곳이 넘쳐나고, 자연환경이 정말 놀랍도록 아름답다. 그리고 관광청에서 홍보를 잘 해서 있지 A란 곳을 가게 되면 항상 그 주변의 B나 하다못해 내가 몰랐던 C의 정보도 함께 알게 돼 가고픈 마음을 생긴다.(항상 이런 곳 올때마다 한국에도 정말 좋은 곳이 많은데 외국인들은 서울, 제주, (그나마)부산만 가서 안타깝다.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거 같은데... :) 
  다이빙 마스터들은 스페인, 미국에서 온 분들이었는데 다이빙이 좋아서인지 자연이 좋아서인지 아주 이 섬에서 살면서 다이빙을 가르치며 자유로운 삶과 아름다운 환경을 누리며 살고 있었다. 

  페렌티안 섬에서의 마지막 오후엔 처음으로 카누를 운전하며 타 보았다. 팔은 좀 아팠지만, 카누 위에서 바다 속의 산호와 물고기들을 바라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리조트와 다이빙 센터들이 있는 곳을 제외하고서는 거의 무인도에 가까운 섬의 곳곳을 보는게 왠지 누군가 몰래 숨겨놓은 것을 훔쳐보는 느낌이었다. 배를 젓다가 힘들면 모래사장에서 쉬고 눕고. ^^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자연환경, 돌아오는 페리 안에서까지 나에게 자신의 아름다움을 무한히 내뿜는 바다까지..

페렌티안 섬, 기회가 된다면 또 오고 싶다.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아시아 말레이지아 | 코타바하루
도움말 Daum 지도
Posted by 돌아온싱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