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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3.01 코펜하겐에서의 마지막 밤 (2)
  2. 2018.02.28 비 내리는 북유럽, 그곳의 코펜하겐

덴마크에서의 마지막 날, 나를 3일 간 재워준 엠마뉴엘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사이클리스트 복장을 하고 출근하기 전 정원의 잡초를 뽑으면서 거래처 사람과 통화하던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매일 왕복 30km가 넘는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아이들의 학교 캠프에도 참가하고, 아이들의 다양한 경험을 위해 카우치서핑 호스트도 하는 이 사람의 모습은 내게 '북유럽 아빠'의 좋은 예로 남게 되었다. 

집을 나서 트레인을 타러 가는 길.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길가에 핀 꽃 하나도 그저 스칠 수가 없다. 자세히 보니 무궁화가 피어 있다. 코펜하겐의 주택가에서 이렇게 무궁화를 알아보다니, 대한민국 국민이긴 한가보다.

몇 번 무임승차했던 코펜하겐의 트레인 내부

코펜하겐의 마지막 날 그래도 인어공주 상을 봐야 하지 않겠냐는 관광객의 심리가 발동하여 찾아가던 중, 이왕이면 자동차가 다니는 큰 도로보다는 공원을 통해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운 좋게 얻어걸린 이 곳, 카스텔레트 (Kastellet). 으레 그렇듯 잔디밭이 넓게 펼쳐질 것으로만 기대했는데 적당히 큰 호수와 군대 주둔지로 쓰인 것으로 추측되는 예전 건물과 대포들이 전시되어 있던 꽤 볼만한 곳이었다. 

공원 내의 적당한 구릉지대가 있어 순찰을 하거나, 적으로부터 피하거나 숨어서 공격하기 좋은 곳으로 보였다. 덕분에 평평한 공원에서 산책하는 것보다 더 큰 운동 효과를 볼 수 있고, 언덕 위에서는 가까운 바다의 모습도 볼 수 있는 예쁜 공원이었다. 그 때문일까. 나는 인어공주에 대한 생각을 잊고, 언덕을 올라가 공원과 코펜하겐 시내를 번갈아 보며 그저 이 곳에 서 있는 것을 온전히 즐기고 있었다. 목적했던 곳을 가는 것보다, 그곳에 가는 길에서 찾는 것들이 보물인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 이 공원도 딱 그렇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미소 지으며 인사해 주는 코펜하겐 사람들 속에 잠시나마 섞여 있을 수 있는 곳. (이 곳이 공원이 아니라 코펜하겐의 북쪽 항구를 지키기 위한 요새로 쓰였다는 건 덴마크를 떠난 뒤 알게 됐다.) 


호수의 바로 옆에는 성 알반 교회가 카스텔레트의 잔디밭과 어우러져 유럽 엽서 사진의 이미지를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교회 근처에는 이렇게 처칠의 동상까지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 교회도 영국식 교회라고 한다. 카스텔레트 요새가 그랬듯 때로는 사전 지식 없이 무언가를 보고 즐기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라고 쓰고 싶은데 난 사전 지식 없이 하는 여행이 한 70%정도 된다...


이 부근이 관광객들에게 노다지와 같은 곳인지 교회 근처에는 코펜하겐의 셸린 섬의 탄생신화의 주인공 '게피온 여신'과 황소들이 조각된  '게피온 분수'가 있었다. 물속에서 소를 몰고 있는 터프한 모습의 여신. 하지만 이 게피온 분수보다는 분수 주변에 전시되어 있는 클래식카가 내 눈길을 더 끌었다. 그 독특한 모양과 아름다운 곡선에 정신이 팔려 몇 장 찍어보려고 꽤 오래 기웃거렸던 기억이 난다.

게피온 분수 근처의 처칠 공원. 처칠 동상

다시 정신 차리고 인어공주상을 보러 가다가 발견한 대형 크루즈. 대형 컨테이너선이 아니면서 이렇게 큰 배는 처음 본다. 각각의 칸이 마치 호텔방과 같은 거구나. 이 크루즈는 어디를 갈까? 그리고 비용은 얼마나 될까? 내 버킷리스트에 있는 남극 크루즈 여행을 언젠가는 꼭 이루리라는 다짐을 난데없이 하며, 드디어 인어공주 상을 찾았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작은 크기의 청동상. 어린 시절 읽은 동화 속 주인공들 중 거의 (아마도) 유일하게 새드엔딩의 주인공이라서 그럴까. 흐린 하늘과 더불어 더 우울해 보이는 인어공주. 이미 모여 있던 많은 관광객들은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각각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데르센 동상도 어딘가 있다고 하지만 관심이 없어 패스. 방정환 선생님 동상은 있는지도 모르는데 안데르센 동상은 찾아서 뭐해.

이미 해는 완전히 졌고, 베를린으로 가는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코펜하겐의 밤을 혼자 즐겨야 하는 시간. 해가 진 후 여자 혼자서 이렇게 돌아다닐 수 있는 안전한 도시에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함을 느끼면서, 거리를 걸으며 이곳저곳을 눈으로 훑어낸다.

'저 버스는 어디를 돌아다닐까?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정말 타고 싶었던 코펜하겐 파티 버스를 뒤로 하고 덴마크의 여왕과 가족이 거주한다는 아말리엔보그 궁전 광장을 지나, 프레데릭스 교회를 지나 조금씩 코펜하겐의 센트럴로 걸었다. 


혼자 다니는 것에 익숙해져서 혼자 펍에 들어가서 술 마시는 일도 간간히 하고 있다. 

혼자 다니는 것에 익숙해져서 저녁을 거르고 맥주 한 잔으로 때우는 일이 많아졌다.


역시나 오늘도 맥주를 한 잔 하기로 하고, 아무 골목 첫 번째로 보이는 펍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혼자 다니는 것에 익숙해졌어도 문을 열고 혼자 들어가는 나를 일제히 바라보는 손님들을 보는 건 조금 부담스러웠다. 테이블 4개, 그리고 바. 유럽의 중세시대가 떠오르게 만드는 펍의 인테리어. 네다섯 명의 사람들이 이미 술을 마시고 있는 곳에 어색하지 않은 척하며 맥주 한 잔을 시켜 바에 앉았다. 내게 말 걸지 않기를 바라면서 들고 다니던 책을 펴고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읽었다. 눈으로는 책을 읽고 있지만, 끼리끼리 술 마시고 잇는 사람들이 괜히 부러운 건 왜일까? 혼자 여행 다니는 게 외로워지기 시작하나 보다. 그 사람들에게 섞이지 못하는 이방인은 꿋꿋하게 맥주를 한 잔 더 시켜 마시고 그 펍을 나왔다. 

아말리엔보그 궁전을 지키고 있던 머리가 너무 무거워 보이는 근위병

조용한 골목, 저녁시간 옅은 가로등 불빛에 비치는 벽돌 길에서 괜히 아련함을 느끼며 감상에 젖으려는 찰나, 멀리 술 취한 아저씨의 고성방가 소리를 듣고 서둘러 베를린 행 버스로 걸었다.

3일 동안 고마웠어, 코펜하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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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덴마크 | 코펜하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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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돌아온싱언니

주인 없는 집에서 편하고 아늑하게 하룻밤을 보내고 본격 코펜하겐 시내를 돌아보러 갈 시간.

가고 싶은 곳도 알아본 곳도 없이 무작정 시내로 나갔다. 함부르크에서 타고 왔던 버스가 날 내려 준 그 장소로 다시 돌아가 어디를 가 볼까 돌아다니다 눈에 띈 일본 음식점. 아시아 음식이 너무나 먹고 싶어서 앞뒤 재지 않고 바로 들어가서 돈가스를 시켜 먹었다. 오랜만에 뱃속에 쌀이 들어가서 행복했던 마음도 잠시, 말도 안 되는 가격이 적힌 계산서에 가슴이 미어진다.


일단 박물관에라도 가볼 생각으로 길에서 지도를 보며 한껏 집중하고 있으니, 지나가는 한 청년이 어디를 찾느냐고 묻는다. 잘 생긴 데다가 친절하기까지 하다니. 코펜하겐의 이미지가 더 좋아진다. ^^

그렇게 찾은 덴마크의 국립박물관은 일요일이라 입장료가 무료다. 다른 나라의 국립박물관이 그렇듯 이곳도 으레 선사시대의 유물부터 고스란히 수집, 보관되어 있다. 한국에서도 본 것 같은 돌들이 전시되어 있는 방을 지나니 이제야 유럽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왕족과 귀족의 장신구도 독특하지만 무엇보다 예전 바이킹들의 술잔을 직접 보니 그리 신기할 수가 없다. 술 마실 때 쓰기에 그리 편해 보이는 술잔은 아니지만 독특한 문양에다 가지고 다니기 편할 거 같아 보이긴 한다. 그리고 왠지 오랜 시간 술이 시원하게 지속될 것 같다.












가장 흥미롭던 곳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끌려갔던 사람들을 구조하는 적십자에 대한 이야기가 있던 곳. 사람들을 구조하던 의사들, 그들을 태우고 오는 버스를 운전했던 사람들, 식량을 준비했던 사람들. 사람들의 증언에 그곳의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졌다. 구조작전을 짜고 실행해 옮기기 전까지의 과정에 쓰였던 물건이 전시되어 있는 곳에서는 그때의 급박하고 비장한 마음이 전해져 나까지 긴장되었고, 사람들이 돌아와 가족들의 품에 다시 안기는 순간에는 나까지도 같이 행복해졌다. 적십자의 이 활동 덕분에 전 유럽에서 덴마크는 나치에게 가장 적은 피해를 입었다며 굉장히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우리를 위협하는 것들로부터 목숨을 걸고 누군가를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적이다.










특별 전시로 아시아 문화를 소개하고 있는 곳에서 한국의 기와집을 만나니 꽤 반가웠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비정상적으로 큰 눈을 부릅뜨고 있는 모델의 사진이 박힌 일본의 스티커 사진기 앞에서는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이 스티커 자판기는 은근히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 같다.



 

박물관이 문 닫는 시간에 맞춰 다시 코펜하겐 시내를 정처 없이 걷다가 멀리 보이는 교회의 첨탑을 발견했다. 그 첨탑으로 올라가고 싶은 충동에 따라 지도를 휙휙 돌려서 방향을 찾아가며 찾은 교회는 The church of our savor. 

교회 첨탑 외관에 보이는 나선형은 첩탑 꼭대기로 가는 계단이었고, 실제로 사람들이 그 계단을 통해서 오르내리고 있었다. 계단이 외부에 설치되어 있는 흥미로운 곳을 올라가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도 피할 겸 안에서 교회의 예배당 안에서 경건한 마음을 잠시 가지고는 첨탑으로 올라갔다. 유럽 여행에서는 교회 덕분에 계단을 오를 일이 의외로 많다. 올라가는 계단 내부에는 창문도 없어 올라가는 길이 숨이 막힐 때도 몇 번 있지만, 교회의 꼭대기는 언제나 올라가 볼만하다. 그 당시 세계의 중심이었던 기독교만큼 오만하게 서 있는 교회. 그리고 그 꼭대기에서는 온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다. 360도 어느 방향으로 바라보아도 그림 같은 도시. 파리에서도 느꼈던 것처럼 높은 건물이 없는 도시는 평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코펜하겐에서는 따뜻한 색의 벽돌집이 많이 있어 정말 그림 같다. 색색깔의 집들과 바다가 어우러져 평화롭고 조용한 코펜하겐. 비 오는 날씨 탓도 있겠지만 한 도시의 수도답지 않게 굉장히 차분한 느낌이다.

우산도 짐스럽기에 비가 와도 그저 맞고 다니는. 
그렇게 하나둘 거추장스러운 것을 줄이고 정말 필요한 것만 내 곁에 남게 되는 것. 여행.


비가 추적추적 내리지만 그래서 더 시내를 돌아다니고 싶다. 비 때문에 날씨도 춥지만, 적당히 사람이 없는, 그림 같은 집들과, 운하와 예쁜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이 거리를 계속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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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돌아온싱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