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건디에서 다시 떠나는 길. 오늘의 목적지는 프랑스 동남쪽 끝, 휴양도시 니스.

(그러고 보니 어쩜 위치까지 부산이랑 비슷하지? ^^)

30도를 훌쩍 넘는 바깥 온도,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어도 차 안의 온도는 흡사 40도가 될 것 같다. 이런 날씨에 차에 7시간 앉아 있으니 두통까지 몰려온다. 참을성에 한계가 올 무렵, 드디어 니스에 도착했다. 이제까지 봤던 프랑스의 다른 도시들과 뭔가 다른 느낌이다. 굉장히 어수선하지만 그만큼 더 생기가 돈다고나 할까. 그리고 왠지 낯설지 않은 이 느낌.

성수기라고 모든 게 비싼 건 어느 나라나 똑같은지 짜증을 유발시키는 주차요금을 내고, 근처에 봐 두었던 성당으로 갔다. 이 성당 역시 이름은 노트르담 성당. 노트르담은 'Our lady'란 뜻으로 프랑스 전역에 이와 같은 이름을 한 성당이 많다고 하는데, 다만 파리에 있는 것이 워낙 크고 아름답기에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대명사가 된  것뿐이란다. 그러고 보니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과 그 외관이 비슷한 것 같다. 

조용하게 안으로 들어가 니스에 무사히 도착하게 해 주시고, 이렇게 별 탈 없이 프랑스 돌아다니게 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이나라 저나라 잘 들쑤시고 다닐 수 있도록 보살펴 달라고 마리아 님께 전하고 나왔다.

"트램이다!" 

여행 중 자주 보게 될 트램이었지만, 내 생애 처음 본 트램에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었다. 기차도 아닌 것이, 지하철도 아닌 것이, 도로 위에 난 길을 따라 달리고 있다니!


프랑스 제5의 도시 답게, 그리고 최고의 휴양도시 답게 거리엔 상점들이 넘치고, 여행객들은 도로를 가득 점령하고 있다. 길을 따라 걸으면서도 끊임없이 감탄하게 되는 유럽식 전통건물 안에 들어서 있는 현대식 상점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그 자태를 뽐내고 있는 지중해 바다. 


 '저 색깔이 사람들이 말하는 에메랄드 색이라는 거구나.'


부산에 살면서 심심하면 찾아가서 볼 수 있는 바다임에도 불구하고, 바다는 볼 때마다 항상 새롭고, 다른 느낌을 내게 준다. 그래,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는 것들 중의 하나가 바로 바다다.

게다가 오늘은 역사적인, 내 생애 처음으로 지중해를 만나고 있으니. 태평양으로 연결되는 부산의 바다를 계속 보고 있으면 나도 같이 쭉 태평양 너머로 뻗어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지중해와 맞닿은 니스의 해변은 괜스레 끝이 보이지 않는 아주 큰 연못 어느 귀퉁이에 있는 것 같다. 내게 지중해는 거대한 연못과도 같은 느낌인가 보다. 

파란 바다 색깔에 맞추어 백사장에 늘어선 파란 파라솔까지 장관을 이루고 있다. 겉으론 아름다워 보이지만 이곳은 돈을 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유료 해변이고, 파라솔 없이 사람들 마음대로 놀고 있는 곳은 무료 해변이다. 니스의 새변은 모래사장이 아닌 자갈마당이라 오래 걷지는 못하겠다. 앉으려고 하니 엉덩이도 따갑고 돌도 햇볕에 상당히 익었다. 그래도 무료 해변에 있는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있다.

바다를 바라보고 섰을 때 오른쪽으로는 쭉 벋은 해변이 있다면, 왼쪽을 봤을 때 높은 언덕이 눈에 보인다. 이 모습이 익숙하다. 어디서 보았지? 그래, 해운대! 해운대 바닷가도 딱 이런 지형이지.



"내게 해운대가 바다 그 자체의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까?"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게 해운대는 일 년에 몇 번이나 들락날락했던 곳. 수많은 추억이 있는 곳. 난 온전히 해운대의 풍경만을 내  가슴속에 담은 적이 있을까? 항상 누군가와 함께 했던 추억, 혹은 울적함에 소주병 사 들고 혼자 갔던 곳인데. 바다를 보면서도 바다를 본 게 아니라 내 옆의 사람과 혹은 나 자신과 이야기했지 바다와  이야기해 본 적은 없다. 해운대를 쉽게 자주 갈 수 있었던 건 참 행운이지만, 해운대의 기억이 바다 그 자체가 아니라는 생각에 괜히 해운대에게  미안해진다. 하지만, 내게 해운대가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여행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가끔씩 내 앞에 마주하고 있는 것만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내 앞에 있는 바다, 내 앞에 있는 음식, 내 앞에 있는 거리, 내 앞에 있는 사람. 지금 이 순간의 나 자신에 집중하고, 이 순간 나와 함께 있는 사람과 공간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 그래서 여행이 필요할 수 있다.


해변가에서 놀고 있는 섹시한 오빠들과 예쁜 언니들을 흐뭇하게 감상하며 도착한 언덕. 과연 내 예상대로 지중해 앞바다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너무 눈부셔 눈도 제대로 뜨기 힘들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니스를  내려다보는데도 아까 해변에 두고 온 부산 생각에 갇혀 있다. 이곳에서 니스를 보니 더욱 부산 같다. 내 시선 어디에나 들어오는 산과 좁다란 골목길 그리고 바다까지. 니스에 도착하자마자 들었던 낯설지 않았던 그 느낌이 바로 그것이었다. 비록 건물은 한국의 그것과 완전히 다르지만, 한여름의 니스는 부산을 떠올려주기에 충분했다.

 

프랑스 북쪽의 건물들은 대게 회색 건물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곳 니스는 색색의 건물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혹시 남쪽의 따뜻한 날씨와 북쪽의 습기가 많은 눅눅한 날씨가 사람들의 감정에도 영향을 미쳐 건물 색깔도 차이가 나는 걸까? 국토가 넓다 보니 지역별로 삶의 방식도 많이 다를진대, 이곳 해가 쨍쨍하게 내리쬐는 니스에서는 이렇게 밖에서 빨래를 말리는 반면, 프랑스 북쪽에서는 습기 때문에 외부에서 빨래를 말리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도 지역별로 음식과 문화가 다른데 하물며 한국보다 더 넓은 나라에서는 얼마나 차이가 많이 날까.

유럽 음식에 지쳐 베트남 쌀국수 가게를 보고 환호성을 지르며 들어갔다. 프랑스어를 굉장히 잘 구사하는 베트남 주인이 나와 자리를 안내해 준다. 나중에 우리 옆으로 그녀의 친구들이 들어와 앉는다.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더 열심히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것을 보니, 자유로운 유럽의 생활방식에 그녀가 이미 많이 익숙해진 듯하다.

이탈리아와 가까워서인지, 날씨가 더워서인지 젤라토 아이스크림 가게가 상당히 많다. 그리고 어김없이 맛있다! 

늦게 해가 지는 유럽. 8시 반이지만 아직도 해가 지지 않았다. 으레 그렇듯이 이곳에도 가판대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길에서 레게머리를 만들어 주며 돈을 벌고 있는 사람도 발견했다. 모든 것을 길에서 팔 고 있는 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제대로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한참을 구경하고 있었다. 하긴 캄보디아에는 목욕탕 의자와 어린이용 책상을 길에 펼쳐 두고 네일아트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큰 가방 하나를 메고 돌아다니면서 마사지와 제모 서비스를 팔고 계시는 어머님도 있었다. 내게 주어진 장소가 없어도 내가 가진 능력으로 내 삶을 꾸려간다는 의지를 괜히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드디어 해가 지기 시작한다. 시간은 밤 10시가 되었다. 밤이 된 시내는 더욱더 해운대 바닷가 길을 연상시킨다. 니스에 미안하게도 이곳에서 부산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 아마도 싱가포르를 뜨기 몇 달 전부터 앓고 있던 향수병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내겐 그렇다.

걷기에 적당한 온도가 된 해가 진 니스 거리를 계속  떠돌아다녔다.

높은 온도에도 습기가 낮아 놀기 좋은 곳.

바다 색깔이 너무 예쁜 곳. 

바다뿐 아니라 골목길도, 건물도, 성당도 아름다운 곳.

아,,, 니스에서 하룻밤만 묵고 가기에는 너무 아쉽다.


PS. 내가 문을 직접 열어야만 되는 엘리베이터. 아직도 너무 신기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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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프랑스 | 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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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생미셸에서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생 말로saint malo로 갔다.

마을 전체가 성에 둘러 쌓여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브리타니 지방이라고 하는데 몽생미셸이 어느 지역에 속하냐 하는 것을 두고 아직도 노르망디와 브리타니 사람들의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을 내 지방에 꼭 두고 싶은 그 마음 ^^

성 안의 아름다운 마을과 해수욕장 때문에 휴가 온 사람들을 많이 찾아오고 있지만, 이곳은 외국인들보다 여름휴가 온 프랑스인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간조 때라 물이 빠져서 바닷물 대신, 바닷물을 끌어와서 만든 수영장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놀고 있다.

마침 마을에는 벼룩시장이 열렸다. 많은 여행객들 때문일까. 벌써 많은 상점들이 들어와 있었지만, 일요 벼룩시장 덕에 길거리 좌판에서 많은 물건이 나와 있다. 파리에서 벼룩시장을 못 가 좀 아쉬웠는데 이렇게 벼룩시장을 보다니. 예쁜 골목길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은 언제나 보기 좋다. 멋지게  차려입은 키 큰 중년 여성이 신발을 고르고 있는 모습마저도 특별해 보인다. 




늦은 오후 시간 활기에 찬 거리가 인상적이다. 길거리에서 파는 와플과 도넛을 먹으며 한 시간여를 그저 걷고 또 걸었다. 사람들을 보고 물건들을 보며... 그렇게 걸어 걸어 예쁜 벽돌 길과 벽돌집을 지나 성에 올랐다. 벽돌색은 전체적으로 우중충한 색을 띠고 있어도 모든 건물이 다 비슷한 색을 가지고 있으니 정말 동화 속의 (밤이 되면) 무서운 마을 같다. 지붕 부분을 왜 저렇게 지었는지 집의 높이가 높아도 2층엔 작은 다락방만 들어갈 수 있는 집. 외벽도, 지붕도 모두가 벽돌로 지었다. 그리고 자그만 창문. 전쟁시를 대비하는 건가?

좁은 골목길을 지나고 마을을 둘러싼 성을 넘어오면 나오는 넓은 모래사장. 이곳도 조수간만의 차가 큰 편이라 곧 바닷물이 들어온단다. 바다였다가 길이었다가 이 길을 걷다 보면 흡사 부산의 다대포나 송정 해수욕장이 생각난다. ^^ 화창했던 날씨는 바다 쪽으로 갈수록 흐려진다. 

바닷가 쪽에서 마을을 바라보니 거대한 모래산 덕에 흡사 재개발 예정지구 같은 느낌을 준다.  멀리 있는 유럽식 건물과 높은 교회 건물이 재개발의 느낌을 상쇄시켜준다. 가만히 돌 위에  걸터앉아 여행의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며 앞으로 어느 곳에 가고 싶은지, 그곳에서 무엇을 찾고 싶은지 생각해 본다. 

바닷물이 다시 들어오는 시간이라 아쉽게도 땅끝에 있는 성(이라고 불리지만 잉글랜드 군에 항상 대비해 있었을 망루 같은)에는 들어가 보지 못하고 돌아와야만 했다. 


파리뿐만 아니라 프랑스 어느 곳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전통을 최대한 지키는 그 마음을 오늘 몽생미셸과 생말로에서 또 만났다. 전통적인 건물 안에 있는 현대식 상점에서 전혀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휴가를 맞이한 프랑스인들, 휴가가 아닐 때도 카페에서 항상 여유를 찾는 그들이 이곳에서 더 큰 여유를 누리는 모습이 괜히 인상적으로 남을 곳이었다. 

내일이면 다시 로드트립, 7시간의 이동을 해 프랑스 중부로 내려간다.

어떤 모습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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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프랑스 | 생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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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묵었던 도시 bagnole de l'orne에서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프랑스의 북서쪽. 그 유명하다는 몽생미셸. Mont-Saint-Michel. 논 저 멀리 성 같은 섬이 보인다. 들어가서 설명을 보니 성이 아니라 수도원과 교회가 결합된 형태인  "Abbey"라고 한다.

 자가용을 이용하든 버스를 이용하든 도착하게 되면 모두 하차하여 무료 셔틀버스나 하루에 3번 운행하는 마차)를 이용해 들어가야 한다. 물론 걸을 수도 있지만, 셔틀버스로도 10-15분 정도 되는 거리라 시간의 제약이 있는 여행객이 걷기엔 조금 먼 거리가 되지 싶다. 하지만 걷게 된다면 갯벌을 직접 밟으며(만조 때는 얕은 바다가 되는) 조용기 걷기에 좋은 그런 길. 어떤 자유로운 영혼들은 이미 신발을 벗고 갯벌을 걷고 있다. 

셔틀버스에서 내린 우리를 반겨주는 몽생미쉘

셔틀버스에서 내리니 날 반기는 이 장면. 정말 멋져서 몇 분간 가만히 서서 몽생미셸을 보고 있었다. 무려 800년에 걸쳐 지어졌다고 하는 몽생미셸. 프랑스 본토(?)에 다녀오던 수도승들이 벽돌을 하나하나 가져와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몇 년 전까지는 몽생미셸과 본토 사이를 연결하는 도로가 있었다고 한다. 그 도로 덕에 바닷물이 막혀 도로 옆으로 모래들이 쌓였고, 또 간척 사업 덕에 더 이상 섬으로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섬이 아닌 그저 프랑스와 연결된 땅이 되어 버려 안타까웠던 걸까... 몽생미셸을 섬으로 다시 만드는 '몽생미셸 프로젝트'를 통해, 도로를 철거하고 다시 다리를 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업이 2015년에 완공되었으며, 난 운 좋게 완공되고 이곳에 방문하게 되었다. :) 비록 600m만 떨어져 있다 해도 바다에 둘러싸인 육지와 떨어진 수도원이라니, 정말 속세에서 벗어나 진리를 찾으려고 했던 수도승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잖아.

여기도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데 누군가 차 빼는 걸 잊어버렸다!! 밀물 때에는 섬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도 물이 차 오른다. 어쩜 이런 곳에 이런 거대한 수도원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한여름, 극성수기의 프랑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이 작은 섬에 입장한다. 수도원 밑으로 이렇게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좁은 벽돌 길 사이로 들어서 있는 상점들과 식당들. 유럽식 벽돌 바닥과 좁은 골목길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사람들의 물결에 휩쓸려 그냥 같이 올라간다..

벽돌 길을 오르는 중에 건물 틈으로 보이는 바다가 참 아름답다. 근데 덩그러니 섬만 있는 곳이라 그런가. 8월 한여름에 나만 너무 춥다. 사진을 찍으니 흡사 북한 여자 같이 나온다. 싱가포르에 너무 오래 살았나...

몽생미쉘 수도원의 거대한 벽

몽생미셸 수도원에 입장하기 위해 입장권을 사야 된다. 한여름의 프랑스를 여행하는 일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앞으로 가게 될 로마도 그럴까??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길도 참 운치 있다. 정말 프랑스는 전통적인 도시 외관을 보존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들인다고 하는데 이런 곳에서 그런 노력이 보인다. 실제 파리의 건물은 내부는 최신식이더라도 외관은 고풍스러운 옛날 분위기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노력한단다.

 "이런 전통을 유지하려다 보니 우리나라가 건축, 보수공사를 되게 잘 해. ^^"

 라는 친구의 한 마디. 

엄청난 높이의 수도원 천장. 그리고 수도원 중앙에 위치한 정원. 툴루즈에서 봤던 그 정원과 같은 모양이다. 수도원 내부를 돌아보는 틈틈이 보이는 바다와 하늘. 과연 이곳에서 신을 섬겼던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곳까지 오게 됐을까? 섬에 있는 수도원을 택한 사람들에겐 분명 더 드라마틱한 사연이 있지 않았을까…

국경의 거의 끝에 위치한 수도원이라 그런지 예배당과 복도에 대포도 있고, 망루의 흔적도 곳곳에 있다. 실제로 영국과 가까운 위치 덕에 중세시대 잉글랜드와의 전쟁이 자주 일어났던 곳이란다. 전시 중에는 이 섬의 수도사들과 거주하던 주민들도 함께 섬과 수도원을 지켰을까? 수도원의 옥상에서 하늘을 보니 정말 신이 계신 하늘을 가장 가까이 느끼고 싶어 했던 사람들의 뜻 그대로 그 어느 것도 없이 오로지 하늘만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바람은 무척 차다... 그곳에서 땅을 내려다보니 속세를 떠나 오직 진리를 찾기 위한 곳으로 제격인 생각이 들다가도, 이 세상 그 어떤 것들보다도 가장 위에 존재했을 중세시대 신을 섬기는 사람들의 권위를 말 그대로 보여주는(섬의 꼭대기에 수도원이 위치하고, 상점과 마을이 섬의 가장 아랫부분에 위치한) 섬이 눈에 들어온다...

바다와 논밭의 경계가 전혀 없는데 그래서 이곳에서 재배한 식물들은 그 맛도 좀 다르다고 한다.

내려오는 길에 식당에 들어 몽생미셸의 유명한 오믈렛 대신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홍합요리를 다시 먹었다. Le pouland라는 식당인데(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 가이드북에 소개된 식당이다. 근데 왜 소개됐는지 잘 모르겠다. 위치가 좋아서?)  서비스가 너무 느렸다. 아무리 식당에 사람이 많았지만 이곳에서 2시간을 있었다. 이래서 가이드북에 나오는 식당은 의심부터 해 봐야 하는가? ^^; 하지만 바닷바람을 맞으며 먹는 요리도, 경치도 멋있긴 했다. 프랑스의 Mouls(홍합) 요리도 맛있지만, 역시 내겐 한국의 홍합탕이 최고. ^^

그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꼭대기에 동상을 올려두었을까

몽생미셸에서 내려와 다시 셔틀버스를 타려다 마침 마주친 마차를 탔다. 한 사람당 5.3유로 하는데, 셔틀버스로로 10분 정도였던 왔던 거리를 다시 돌아간다. 말이 움직이기 시작하며, 또각거리는 소리를 낸다. 그 소리가 참 듣기 좋다.  몽생미셸이 있는 프랑스 북쪽 노르망디 지방은 말로도 유명한데 이 말들도 노르망디에서 태어나고 자란 말들이고 하루에 이렇게 세 번의 왕복 운행을 한단다. 총 18km를 운행하는 거라고 안내원이 장히 자세히 설명해 주네. 우리는 말의 노동시간도 잘 지켜준다는 말인가...

나중에 알고 보니 몽생미셸은 야경이 아름답기로도 아주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언젠가 다시 올 기회가 된다면 저녁에 한 번 들르고 싶다. 그리고 수도원의 가장 높은 곳에서 좀 더 오래도록 명상에 잠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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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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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립 도서관을 갔다가 센강을 보며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는 바스티유 감옥이 있던 곳으로 왔다. 바스티유 감옥은 혁명 당시 다 파괴되어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고 대신 혁명을 기념하는 탑만 남아 있다. 아무 계획 없이 온 여행이라 무엇을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그다지 없었는데도 굳이  아무것도 없는 이 '터'에 꾸역꾸역 온 것을 보면 전공을 속일 수는 없다. 그래, 난 한때 열렬히 역사를 사랑했고, 국사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사학과를 전공한 사람이다. 그 탑을 보며 괜히 눈을 감고 그때 혁명을 상상해 봤다. 그들의 절박함, 사람답게 살고 싶은 그 소망들을...


                                          센 강에 있던 야외 수영장


오늘은 토요일, 친구의 친구 초청으로 바비큐 파티에 가게 됐다. 사실 파티랄 것도 없는 다섯 명이서 맛있게 고기를 구워 먹는 자리. 으레 삼겹살을 기대했던 난 그들이 굽고 있는 갈비뼈가 붙어 있는 고기들을 보며 속으로 실망을 했다. 그래 폭립이고 뭐고 역시 난 그냥 삼겹살이 최고!


 "근데 한국의 역사는 어때? 무슨 일들이 있었어?"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 될지 잠시 고민했다. 한반도의 역사는 반만년 정도 되는데 그걸 어떻게  이야기해줘? 그 질문에  이런저런 답변을 하다가 일본의 식민지 시절을 이야기하던 중 묘한 기분을 느꼈다. 유럽에 오기 전 나는 아시아에서만 살면서 아시아 문화만 접했던 사람이다. 아시아 역사는 주로 서양으로부터 침략을 당한 역사. 동남아 대부분 국가도 이미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의 식민지였었다. 그래서 다른 아시아 국가의 박물관을 가 보아도 서양으로부터 침략당했던 자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게다가 심심치 않게 유럽풍의 건물들도 발견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약소국으로 살았었던 그 시절의 아픔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 프랑스인들, 영국처럼 제국주의로 온 지구를 들쑤시고 다닌 나라 중 하나다. 그 결과 베트남에서도 나이 많은 어르신들 중 프랑스어를 하는 어른들을 찾아볼 수가 있고, 아프리카의 몇몇 국가는 아예 프랑스어가 공식 언어이다. 그 덕에 본국의  영토뿐 아니라 몇 개의 섬 역시도 영토로 가지고 있는 나라. 약소국의 설움을 모른다. "우리도 나치에게  지배당했었어."라고 말하지만 그것도 고작(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는 않지만) 3년 간이었다. 본인들이 식민지로 거느렸던 많은 나라들. 그 사람들이 고통당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할 말은 있단다.

"그래도 우리는 다른 나라들처럼 심하게 굴지는 않았어. 고문도 심하게 안 하고, 주로 회유하는 식이었어."


실제로 그들이 어떻게 통치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하는 사람에게는 그 자체가 다 폭력일 뿐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그 폭력이 괜찮아질 수 있을까? 그리고 너희 아프리카에 보상은 다 해줬니? 우리는 심하게 식민지 국민들을 대하지 않았으니 일본보다는, 독일보다는 훨씬 괜찮고, 아프리카 문제도 다 해결했다는 그들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들은 역사시간에 수많은 식민지를 거느렸던 그 시간들을 어떻게 배울까? 항상 침략 당해 힘겨워하던 자국 역사에 길들여져서 그런지 강대국의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제국주의에 철저히 뭉개졌던 나라의 국민이었던 나와, 제국주의로 전 세계를 호령했던 나라의 국민이었던 그들과 제국주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는 것. 재미난 경험이다. 


      

오늘 나를 초대한 친구들은 지난주 결혼식에서도 봤던 커플인데 8년째 동거 중이며, 여자가 이전 동거남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까지 총 세명이 함께 살고 있다. 프랑스 문화상 그리고 법률상 동거도 결혼과 거의 동일한 형태의 가족임을 감안해 보면,

 '이 남자 부처님의 마음을 가지고 있네. ^^;'


 본인보다 8살 많은 미혼모와 살면서, 그녀의 아들까지 거두어서 같이 지내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닐 텐데 그렇다고 여자분이 돈을 많이 버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친구들도 왜 이 남자가 이 여자를 선택했는지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하는 걸 보면 프랑스인들도 그런 조건은 참 받아들이기 쉽지는 않나 보다.

 내가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났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아이가 있는 싱글이라면, 난 그 사람의 아이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 조건들 하나도 안 보고, 그 사람의 단점까지도 다 받아들일 수 있을까?

뭐 언젠가 헤어질 수도 있는 게 사람 일이지만, 그렇게 쉽지 않은 사람을 만나서 보듬고 사랑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내가 연애하는 모습이 갑자기 어린애 같고, 속물 같아 보이는 건 왜 일까..?

                   

여기저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낙서들

갑자기 이 커플, 대마초를 피기 시작한다. 프랑스에서도 분명 불법인데 어디서 구해 왔는지 피기 시작한다. 아들도 있는데 꼭 저러고 싶을까? 좋게 보이던 그들의 이미지에 좀 금이 가는 순간이다. 둘이 피는 건 상관없지만 아들 앞에서는 좀... 

내가 보수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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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프랑스 |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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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여행 마지막 날 아침, 오르셰 미술관을 가는 길에 일요일마다 서는 장에 들렀다. 유럽의 아무리 작은 동네에서도 으레 만날 수 있는 성당과 성당 주변의 광장. 그 광장에서 매주 일요일 아침 벼룩시장이 열린다. 일요일 아침인데도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장에 나와 있다.

내가 딱히 살 건 없지만 그래도 이런 시장을 보는 재미는 꽤 쏠쏠하다. 이런 시장에 와야지 좀 사람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구경을 마치고, 오르셰 미술관으로 향했다. 오늘은 8월 첫째 주 일요일. 매월 첫째 주 일요일은 프리 선데이라 미술관 관람이 무료다. 그래서 관광객에 시민들까지 오르셰 미술관 앞에서도 역시 줄 서기는  계속된다.

푹푹 찌는 한여름의 날씨 아래 저 앞에 새치기를 하는 두 명의 수녀님 아니 수녀들이 보인다. 1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거리를 조금씩 새치기를 해대더니 결국 20분 만에 입구에까지 도달했다. 수녀복을 입고 뻔뻔하게 새치기를 해내는 대범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가?

기차역을 개조하여 만든 미술관답게 정말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과 한쪽 벽을 크게 장식하고 있는 황금빛 거대한 벽시계가 기차역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입구에 위치해 있는 '자유의 여신상' 그래, '자유의 여신상'은 프랑스가 미국에게 선물로 준 거라고 했었지. 


그 어떤 그림들보다도 그날 하루 일을 마친 후의 그림들이 내 마음을 잡아끈다. 밀레의 <만종>. 하루 일과를 마치고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내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감사기도를 드리는 여인의 모습과,

농사일을 마치고 소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농부의 모습. 뒤로 비치는 햇살이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신비하게 만들어 준다. 하루를 열심히 보낸, 노동의 가치를 더 신성하게 만들어 주는 느낌이다. 그래, 어떤 위치에서든 주어진 시간, 하루를 열심히 보낸 사람이라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 법.


폴 세잔의 그림이었나? 가족모임이라는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하나, 둘, 셋!' 찰칵. 각자 자리에서 사진을 찍을 때의 모습을 나타낸 것과 같은 그림. 재치 있는 그림이다.


흑인은 언제부터 유럽에서 노예로 생활하게 되었을까? 그림과 조각에서 심심치 않게 노예로 보이는 흑인들이 등장한다. 역시 그림, 문학 등 예술을 잘  살펴봐도 그때의 시대 상황,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역사는 정말 어느 곳에서나 존재한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간도 그냥 지나가는 순간이 아닌 역사가 되기 때문에 현재를 잘 살아내야 한다고 한참 공부하던 언젠가 생각하곤 했었다..


한 곳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 들어가기도 힘들다. 바로 나도 좋아하는 <반 고흐 작품 전시관>

정말 집도 하늘도 숲도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그 당시에는 완전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던 그인데 지금 그의 그림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을지 그게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암스테르담 가면 무조건 반 고흐 미술관을 가야지. 그나저나 이곳에 소장되어 있어야 될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이 대여 중이라 못 봐서 너무 아쉽다.

3년 전 싱가포르 박물관에서 "오르셰전"이 열렸을 때, 그 그림 앞에서 30분을 가만히 보고 앉아 있었다.

그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참 멋지고 이상하게 슬펐던 그 그림.



오르셰 미술관 옥상에서 보는 파리는 역시나 아름답다. 멀리 몽마르트 언덕의 사크레쾨르 사원이 보인다. 그리고 그 아래를 지나가는 투어 보트. 이렇게 큰 규모의 투어 보트는 파리에서 처음 봤다. 역시 엄청난 수의 관광객들이다. 한여름의 파리는 시민의 수보다 관광객의 수가 3배는 더 많다고 한다. 한여름의 해운대는 다른 지방의 관광객들이 더 많듯이 한여름의 파리는 관광객들에게 점령당해 있다!


미술관을 나와 대충 와플을 사서 강변에 앉아 먹으며 사람 구경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강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고, 돗자리를 깔고 벌써부터 술을 마시는가 하면, 누군가는 나처럼 그저 사람 구경을 하고 있다. 


오늘이 8월 2일. 한 달 전에 퇴사를 했고 지금 난 프랑스 파리에 와 있다. 여행  일주일째. 내가 하고 있는 여행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었나. 내가 원하는 여행의 모습이었나. 또다시 고민이 시작된다. 여행 와서도 이렇게 고민을 하는 나는 무엇인가. 그 시간 그 장소에 온전히 나를 맡기는 것은 언제쯤 내게 가능한 일이 될까? 아니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여행은 무엇인가? 난 내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고 싶어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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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돌아온싱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