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싱가포르에 어떻게 취직했어요?' 

한때 알고 지냈지만 그리 친하지 않은, 몇 년 동안 서로 연락 없었던 동생이 대뜸 연락 왔습니다. 약간 짜증 나고 얄미웠어요. 혼자 그 동생 뒷담화를 까다가, 안쓰러웠습니다. 본인도 얼마나 답답하면 나한테 물어볼까, 싶었어요.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잊을만하면 받던 질문이긴 했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새삼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싱가포르 취업과 생활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한경 리크루트>에서 좋은 기회를 만났습니다. 제 글을 쭉 보셨던 기자분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날짜가 안 맞아서 대면 인터뷰는 못했지만, 재미있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기자분들의 필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는 시간이었어요. 글 잘 써주신 최성희 기자님께 참 감사드립니다. 

제 기사는 <한경 리크루트> 6월호에 실렸어요. 아래 링크로 가시면 볼 수 있습니다. 

http://www.hkrecrui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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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리크루트>에 제 기사가 실렸어요  (0) 2018.06.25
Posted by 돌아온싱언니

이튿날 아침 서둘러 일어나 바티칸 시국으로 간다. 로마 안에 있지만, 이탈리아가 아닌 엄연하게 다른 나라. 하지만 입국하기 위해 여권이 필요하지는 않다. 바티칸 박물관의 높다란 벽이 바티칸 시국과 로마를 구분 짓는 경계일 뿐. 












종교 그 자체인 바티칸 시국으로 들어가기 직전 눈에 띈 성인용품점 광고를 재미나다며 사진 한 방 찍곤 바티칸 박물관으로 왔다. 그 높은 벽의 웅장함을 느낄 새도 벽을 빙 둘러싸고 있는 긴 줄의 행렬. 그러고 보니 오늘은 월요일.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는 바티칸 박물관의 특성상 월요일에 많은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또다시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멍 때리고 있거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길에서 카드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다가와 이것저것 물건을 팔거나,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바티칸 박물관 입장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매력적인 박물관 투어 상품을 팔고 있는 여행사 직원들..










드디어, 드디어 입장한다. 맨 처음 나를 반겨주는 것은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가 25살에 조각했다는 '피에타 상'의 모조품. 실제 작품은 성 베드로 성당의 유리관 속에  전시되어 있다. 스물다섯이란 나이에 이미 엄청난 작품을 만들어낸 그에게 왠지 모를 질투가 느껴진다. 나 같은 사람이 없지는 않았던지 그의 피에타 상을 따라 조각하던 어느 조각가는 몇 번의 시도와 실패에 좌절하여 실제 피에타 상의 성모 마리아의 코를 망치로 쳐 버렸다고 한다.

 '질투는 나의 힘' - 영화의 제목으로도 쓰일 만큼 질투는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이고,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엄청난 에너지가 어떻게 표출되느냐에 따라서 많은 게 달라진다. 실제로도 상당한 질투심과 꼬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는 미켈란젤로는 그의 에너지를 명작을 만드는데 썼지만, 어느 작가는 질투심을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훼손시키는 것으로 써버렸다... 












처음이 미켈란젤로의 작품으로 시작했듯이, 이곳 바티칸 박물관 관람의 끝도 미켈란젤로의 시스타나 예배당의 천장화와 "최후의 심판"이다. 대부분의 관람객이 천지창조를 보러 이곳에 온다는 것을 아는 박물관 관계자들이 박물관의 이동경로 자체를 아예 시스타나 예배당이 제일 뒤에 나올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다른 많은 작품들도 강제로 관람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앞에서 기다렸던 것처럼 박물관 내부 역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의 행렬에 같이 휩쓸려 이리저리 같이 돌아다닌다. 


바티칸 시국에 있는 박물관 답게 그리스도를 주제로 한 많은 그림들이 눈에 띈다. 그림을 그리는 기법, 사용하는 도구 등 많은 것들의 변화가 눈에 보이지만 그래도 그리스도라는 한 가지 주제는 영원하다. 아기 예수부터, 십자가에 못 박히는 예수까지... 이렇게 몇 천년 동안 한 사람을 주제로 이렇게 놀라운 예술활동이 펼쳐졌다는 것만으로도 예수님은 참 대단하다.

루브르에서 본 것 같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을 경배하는 동상과, 이집트가 얼마나 핍박받고 살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이집트 유물들을 뒤로 하고, 또 하나의 명작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이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철학을 주제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의 모습을 재기 넘치게 그린 그림. 누가 누구인지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계단에 널브러져 있는 디오게네스, 못생긴 들창코의 소크라테스. 그리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등등. 50명이 넘는 사람이 그려져 있지만 대부분 나는 잘 모른다. ^^ 한국인 단체관광객을 이끌고 온 가이드 덕분에 그림에 대한 설명을 몰래 들으며 그림을 감상하는 중,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모든 한국인 관광객들이 갑자기 바티칸 미술관 티켓을 들고 "아테네 학당" 그림을 배경으로 바티칸에 왔다는 인증샷을 찍고 있다. 

 "이렇게 하면 멋진 인증샷이 되죠? 카톡 배경에, 블로그에 올리시면 돼요~" 

한국과 중국 투어에서만 찾을 수 있을 그 장면을 보며 그들에게 미안했지만 20명이 갑자기 같은 사진을 찍는 장면이 부끄러워 그 방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사람의 물결에 지쳐 이제 그만 박물관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박물관이 그렇게 숨겨두었던 마지막 장소 '시스타나 예배당'에 도착하였다. 다가갈수록 어두워지는 조명, 그리고 늘어나는 정체구간. 그렇게 기다리기는 몇 분. 드디어 그림으로만 보아왔던 시스타나 예배당의 천장화가 내 머리 위에 펼쳐져 있다. 구약 성경의 각 부분을 친절하게 그려놓은 대작. 발 디딜 틈도 없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덕에 그 성당의 정체 천장을 채우고 있는 그림을 자세하게 다 보진 못하였다. 그리고 목도 꽤 아프다. 더군다나 "No Photo"를 외치며 사람들 사이를 끊임없이 비집고 다니는 경비원들 덕에 분위기는 상당히 어수선하다. 비록 구약성경을 반 정도만 읽어 모든 내용을 다 알지 못하지만 내가 아는 내용이 나오는 부분을 볼 때면 아는 척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우리나라 성형외과의 광고로도 쓰이는 천장화의 '천지창조' 부분은 천장의 정중앙에 위치해 항상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온 사람들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고 있다. 천장의 높이도 어마어마한데 이걸 도대체 어떻게 그려낸 걸까.

그리고 한 벽을 전체 채우고 있는 "최후의 심판". 세상의 마지막 날이 되었을 때 천국으로 가는 자들과 지옥불에 떨어지는 자들이 한 그림 앞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멋진 몸을 하고 있는 젊은 예수가 있다. 이 어마어마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표정과 몸이 세심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바티칸 박물관의 나선형 출구

그 괴팍한 성격 덕에 좋지 않은 인간관계, 그리고 그의 능력을 시기하는 사람들, 밀리는 급여에 지체되는 작업, 돈 달라고 괴롭히는 아버지와 형, 아픈 동생 그리고 오랜 천장화 작업으로 인해 얻은 목 디스크... 미켈란젤로는 그 상황에서 이렇게 대작을 만들었다. 어쩌면 그런 상황이 그로 하여금 오히려 몰두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찾도록 그를 이끌었을까. 천재성만으로는 이런 대작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항상 우울함과 불행을 느끼며 살았다고 하는데, 그 덕에 우리의 눈은 이렇게 호강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시대를 뛰어넘는 천재들의 인생에 힘든 일이 많았을 때, 불후의 명작이 탄생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우리 같은 범인은 힘든 일이 그에게 발생한 것에 대해 묘한 감사를 해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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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돌아온싱언니


로마에 왔지만, 로마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다. 물론 아는 만큼 보이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그 어떤 편견-그것도 남이 만들어 놓은- 없이 로마를 만나고 싶었다. 학교에서 배웠던 고대 로마는 내 기억 속에 서 이미  사라진 지 오래. 로마는 고대 로마 제국이 역사의 거의 전부라고 할 만큼 다른 시대의 역사에서는 별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기에 도시의 대부분이 고대  유적뿐이다. 그래도 내 기억을 쥐어 짜보며 로마를 기억하려 애써 보지만, 언제나 그렇듯 10년 전의 기억이 제대로 날리는 없다. 

그저 지금 내 눈 앞에는 파리보다 조금 더 더러운 로마의 거리와, 파리만큼 엄청난 낙서의 연속일 뿐이다. 싱가포르처럼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한 거리, 깨끗하고 높은 빌딩 없이, 더러운 거리의 민낯을 보며 그저 낄낄 거릴 뿐이다. 이러니 사람 사는 곳 같잖아. 그 해방감에 이곳 로마에서 마구 뛰어다니고 싶을 지경이다.











로마에 온 보람이라면 바로 이것인가. 숙소 근처의 후줄근한 식당에서 아무렇게나 시킨 피자와 스파게티도 굉장히 맛있다. 이 가격에 이런 맛이 나온다니. 
















든든히 배를 채우고 다시 떠나는 길. 도시 전체가 유적지인 곳에 당연히 박물관도 많다. 역시나 아무 정보도 없이 단지 너무 더워 걷기 힘들 때 눈앞에 띈 박물관 안으로 들어간다. 여전히 발굴이 이루어지고 있는 로마에서, 박물관에 들어가 보아도 다시 천장 없는 전시실도 연결되는 일이 부지기수. 










이곳 역시 당시의 귀족들과 관련된 곳이라고 했는데 한창 발굴이 진행 중이다. 어떤 용도로 사용되던 곳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포로 로마노와 콜로세움에서 불과 5분 떨어진 거리에 있는 만큼 꽤 중요한 용도로 사용되던 곳이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인도를 둘러싸고 있는 발굴 현장. 아무리 고대시대 이후로 힘을 잃어버린 로마라고 해도, 거의 파탄난 경제상황인 이탈리아라고 해도 결코 우리가 로마를 무시할 수 없는 로마의 저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옛날 거의 오늘과 비슷한 수준의  생활환경과 문명을 일구어 내며, 현대 문명의 뿌리를 만든, 그리고 여전히 엄청난 양의 유물을 발굴 중인, 그 로마를 어떻게 무시할 수가 있겠는가.

근데 근처에 바다가 있는가? 갈매기떼가 굉장히 많다. 심지어 갈매기의 (분비물) 습격을 조심하라는 경고판까지 붙어 있다!

로마의 한여름은 동남아의 날씨와 거의 맞먹지만, 그나마 습도가 낮아서 그늘에만 있으면 매우 시원하다. 로마 시내의 회전 교차로 중앙에 높다랗게 자라고 있는 야자수를 보며 이곳의 여름 날씨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거리에서는 일사병을 막기 위해 AS로마의 협찬을 받은 생수가 무료로 배포된다. 얼마나 더웠으면...?

가이드북을 읽지 않은 탓에 어디를 가야 할지도 모르지만, 어디를 꼭 가야 한다는 의무감 없이 그저 지도에 나온 곳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로마 여행과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여행을  떠난 지 1달 반이 지났을 무렵 한국음식이 너무 그리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인민박을 찾았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로마와 파리에서 뭘 먹고, 사고, 어디를 갔다며 몇 명이 같은 레퍼토리를 내게  이야기해줬다.  패키지여행을 온 것도 아닌데 어쩜 그렇게 다들 같은 이야기를 하는지... 나중에 저들에게서 여행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갖게 될지 의문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다시 로마 이야기로 돌아와서 "로마의 휴일" 영화에서 오드리 헵번이 갔다는 분수와 스페인 광장 등이 표시되어 있는 곳에  끌려갔지만 공사 중이라 분수에는 물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았고, 그 스페인 광장의 돌계단 위에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었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그곳에서 아이스크림 먹는 게 금지되어 있단다. 알고 보니 오드리 헵번이 그 계단에서 젤라토를 먹었다고... 그 영화를 보지 않은 나로서는 저 계단 위에 앉아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과연 그 영화를 봤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 계단을 오르는 내내 들러붙는 잡상인들. 

"Beautiful lady, this is for you." 

 끊임없이 뻐꾸기를 날리며 장미 한 송이를  건네주시는 분들. 하지만 얼떨결에 장미를 받는 순간 난 돈을 내야 한다. 


파리와 로마에 이렇게 많은 오벨리스크는 약소국 이집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그깟 오벨리스크 몇 개가 없더라도(!) 남아 있는 엄청난 양의 문화재에 대한 이집트의 자신감을 보여 준다. 약탈해 왔을 수도 있고, 전리품일 수도 있는 오벨리스크는 바다 건너 로마와 파리에서 꽤 잘 적응하고 있다. 심지어 이곳 오벨리스크의 위에는 십자가가 달려 있다. 여러 가지 오만 신들을 다 믿었던 이집트 사람들이 만든 오벨리스크에 떡 하니 세워져 있는 십자가가 왠지 우습다.

관심 없는 명품 거리는 빠른 속도로 지나쳐 버리고 파리에서도 봤던 판테옹에 입장한다. 이곳 역시도 이탈리아의 역사에 큰 공헌을 세운 여러 영웅들을 모셔놓은 곳이다. 다만 다분히 공적인 느낌이 가득했던 파리의 판테옹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조금 더 자연스러운 느낌과 함께 원래 건물이 지어졌던 목적대로 에배도 같이 드릴 수 있다. 근대 문명의 중심지였던 파리 역시도 로마에 빚지고 있는 게 많아 보인다. 

더위에 지쳐 헤롱 거리고 있을 때. 자그마한 광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예술의 향연.(이라고 부르고 싶다.)

 4명의 아저씨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은 공기 중에 퍼지고, 눈 앞에는 로마의 그림들이 한 가득 광장에 널려 있다.  한 장에 5유로 내지 10유로 하는 전형적인 판매용 그림들이지만, 하나같이 다 아름답다. 만약 지금 다시 로마를 간다면 그 그림 중의 하나를 구입했을 텐데... 

4명의 아저씨들은 돈을 버는 것보다는 그저 악기를 연주하고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해  즐거워하고 있었다.  연주하는 내내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서 내 마음도 같이 따뜻해진다. 이 무명의 밴드는 본인들이 이 한 명의 여행객을 따뜻하고 행복하게 만들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적어도 지금 이 광장에서만큼은 이 분위기에 참 행복하다. 












걷기에 지치고 피곤하지만 숙소로 가기는 싫어서 로마 테베레 강을  1시간가량 오가는 보트를 했다. 사람이 있는 곳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가만히 앉아서 그렇게 도시를 바라보는 그 기분이 참 좋아서. 거리만큼 강에서 보는 풍경이 그렇게 아름답거나 하지는 않았다. 강둑 곳곳에는 여전히 낙서가 즐비하고, 놀러 왔는지 살고 있는지 구분이 가질 않는 사람들이 다리 아래에서 텐트를 치고 있으며, 어떤 사람은 낚시를 하고 있다. 그래, 사실  문화재보다는 이렇게 사람들이 도시와 삶을 비비적대고 있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테베레 강의 풍경이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지만, 여전히 이곳은 사람 사는 곳, 로마이다.










그렇게 로마 시내 곳곳에 내 발자국을 남겨놓고 일찍 숙소로 가서, 더위를 반쯤 먹고 지쳐 빨리 곯아떨어졌다. 내일은 로마 안의 작은 나라 바티칸으로 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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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돌아온싱언니

근처의 Brasserie에서 간단히 토스트를 먹고 길을 떠난다.

오늘 드디어 국경을 넘는다. 그리고 말로만 항상 들어오던 그곳, 로마. 어제처럼 약  7시간가량 차를 타고 이동할 예정이다. 칸 영화제로 유명한 칸과 모나코 공화국이 근처에 있지만 목적지 로마를 위해  건너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의 톨게이트에서 멋지게 생긴 청년이 큰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이 더운 여름날, 가장 더울 콘크리트 도로 위에서 그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우왓 히치하이킹! 그의 손에는 '제네바'가 적혀 있다. 로마 가는 길에 제네바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를 태우고 싶었으나, 그럴 용기는 나지 않았다.(변명??) 그저 그의 순탄한 여행을 빌어줄 뿐.. 나도 이번 여행에서 꼭 히치하이킹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찰나 "프랑스 안녕히 가십시오, 이탈리아 어서 오세요" 도로 표지판을 놓쳐버렸다. 아무리 같은 EU지만 여권도 보여주지 않고 검문도 없이 난 그렇게 순식간에 이탈리아로 진입했다. 

처음 싱가포르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해 말레이시아를 갈 때 받았던 문화적 충격. 그때는 시내버스로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여권 검사 없이 국경을 넘나드는 것에 또 한번  충격받는다. 이래서 유럽이 여행하기도 좋구나. 육로만으로도 나라를 이동하는 게 가능한 일은 한국인들에게는 여전히 꿈같은 일이다. 육로로 이동할 방법이 없으니 여행 경비가 비싸지고, 여행을 가기가 그만큼ㅂ 어려워지는 것을 싱가포르에서 처음 느꼈다. 통일이 돼서 사람들이 쉽고 저렴하게 여행을 다닐 수 있다면 그만큼 사람들의 시야도 더 넓어질 수 있고,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을 텐데...


점점 더 더워지는 날씨가 내가 남유럽에 왔음을 알려준다. 차 안의 온도는 이미 40도. 에어컨도 소용이 없다. 한여름 유럽의 날씨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남유럽에 온 나를 탓하기 시작했다. 불쾌지수가 극에 치달을 쯤 저 멀리 보이는 로마 표지판이 날 위로해 준다.

드디어 로마 시내에 입성했다. 콜로세움 근처에 미리 정해 둔 숙소에 짐을 대충 던져두고 해 질 녘 로마를 느껴보기 위해 거리를 나왔다. 모든 관광명소의 입장은 마감되었지만 열기가 가라앉은 늦은 저녁 로마는 시민들과 관광객로 가득 차 있다. 도시 전체가 유적지라는 말 답게 어느 거리에서나 2000년 전 로마제국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들과 동상들이 눈에 밟힌다.










로마에 왔으니 스파게티를 먹어봐야겠기에 근처에 보이는 아무 식당에 들어가서 스파게티를 먹었으나 소스가 하나도 베이지 않은 빨간 우동 면이 나왔다. 그새 해는 지고 여전히 발굴이 진행 중인 한 유적지 근처를 배회하며 내가 로마에 왔다는 사실에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일이면 고대사 시간에 재밌게 배웠던 고대 로마제국의 상징 콜로세움을 보겠구나. 말로만 들었던 옥타비아누스, 시저... 그들이 거닐었던 장소에 나도 와서 똑같이 걷고 있다는 생각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좋다.










근데, 너무 덥다. 해가 거의 졌는데도 덥다. 로마 지도에서 보았던 ICE CLUB만이 살 길이라 생각하고 그곳으로 갔다. ICE CLUB은 내부 온도가 영하 5도인 일종의 펍으로 입장 시 커다란 재킷을 준다. 펍 내부의 인테리어도, 술잔도 모두가 다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다. 15분 정도 앉아 있으니 벌써 추워진다. 게다가 밖의 온도에 맞춰 난 짧은 민소매 옷과 플립플랍을 신고 있어 발도 시려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꾹 참고 1시간은 더 있어 보고 싶은 마음에 꾹 참아가며 술을 마시고 오직 열을 내기 위해 몸을 살짝 흔들어본다. 그리고는 내 손에 들려진 술을 다 마시고 바로 잔을 우두둑 우두둑 깨 먹어 버렸다. ^^ 그렇게 1시간 여의 투쟁 끝에 클럽을 나와 야광등이 들어온 콜로세움을  가로질러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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