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물가가 살인적이라는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 손은 자동적으로 컴퓨터를 켜고 카우치서핑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었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사람들 몇 명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웹사이트를 끄려는 찰나, 한 사람에게 이름을 잘 못 써서 보낸 것을 발견했다. 그들에겐 미안하지만 복사 및 붙여넣기에 실수가 있었다. 메시지를 취소하려 했지만 취소가 되지 않았다. 잘 못 보냈다는 메시지를 다시 보낼까 하다가 귀찮아 그냥 내버려 뒀다. 몇 시간 후, 내가 메시지를 잘 못 보낸 사람에게서 답장을 받았다. 'Fu** you'만안 했지 그런 식으로 살지 말라며 아주 그냥 저주를 퍼붓고 있다. 화난 건 이해하지만 너무 하단 생각이 든다. 돈을 아끼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들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었는데 욕먹고 주눅이 들었다.


그렇게 덴마크의 카우치서핑을 포기하려던 찰나에 엠마뉴엘에게 답장을 받게 됐다. 딸의 학교 캠프에 참석하느라 식구들이 모두 집을 비웠지만 본인의 집에서 머물 수 있다고, 마침 홍콩에서 온 다른 여행객도 있으니 괜찮으면 오라고 했다. 내가 도착하는 날 가족들이 집에 없을 거라는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오예'를 외쳤다. 그런 나 자신이 당혹스러웠다.

해먹까지 걸려 있던 엠마뉴엘네 거실

그다음 날, 코펜하겐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저녁 시간이 되어 다시 엠마뉴엘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메트로가 고장 나는 바람에 모든 승객들이 버스로 옮겨 타야 하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그 바람에 그의 집에 도착하는데 장장 3시간이 걸렸다. 시간은 이미 열 시 반이 넘어가고 있었다. 처음 만나는 집주인 엠마뉴엘과 인사를 나누고, 몇 마디 안부를 주고받았다. 그는 나를 반겨주었지만 동시에 왜 이렇게 늦게 왔냐는 원망의 눈길도 살짝 보냈다.


"메트로가 어쩌고...... 버스를 탔는데...... 저쩌고." 

구구절절 늘어놓는 데다 변명이 되는 느낌이다. 시간이 늦어 엠마뉴엘의 아이들은 다 자고, 그도 내일 일을 위해 자야 할 시간. 그렇게 우리는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근데 뭔가 이상했다. 내가 뭔가 잘못한 것 같았다. 




아무리 카우치서핑이 무료라고 해도, 호스트는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일종의 문화 교류. 지구 반대편에서 온 이 여자는 무엇을 하고 어떻게 먹고 사는지, 여행은 어떤지 등을 듣는 간접경험. 게다가 엠마뉴엘은 세 아이의 아빠다. 이 아빠는 거실에서 세 아이가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나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영어실력이 느는 것은 덤일 테고.


그제야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관대하지만 자선사업가는 아니다. 한국에서 온 혼자 여행하는 여자와 아이들이 이야기하고 노는 것을 상상했는데 그것을 못해서 씁쓸했던 거다. 게다가 평일이면 아이들은 다시 학교에 가야 하니 오늘밖에 시간이 없었을 것이고. 그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서로 약속하지 않았다는 것만 믿고 늦게 들어왔으니…… 


이제야 카우치서핑이 뭔지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의 첫 카우치서핑 호스트였던 나달 아저씨는 반쯤 은퇴하고 댁에 계셨고, 게스트들에게 먼저 다가가셨다. 하지만 두 번째 엠마뉴엘의 집에 선 그도 일로 바쁘고, 그의 아이들도 다 초등학생들이라 내가 그들을 만나려 노력할 필요가 있었다. 엠마뉴엘의 집에서 난 나달 아저씨가 말한 얌체 카우치 서퍼가 되어 버렸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카우치서핑에서는 온종일 싸돌아 다니느라 피곤하더라도 호스트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현지인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은 재미있고 값지지만, 때에 따라선 정말 피곤하다. 특히나 그냥 침대에 누워 자고 싶은 그런 날이면 더더욱.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아직은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건 에너지 소모가 엄청난 일이었다. 문득 카우치서핑만으로 여행하는 사람에게 무한한 존경심이 느껴졌다. 에너지를 회복하고 호스트와 놀 준비가 되었을 때, 다시 카우치서핑을 해야겠다.


엠마뉴엘네 뒷뜰

이제야 카우치서핑이 뭔지 알 것 같은 느낌이다. 첫 번째 나달 아저씨네에서는 아저씨가 댁에 계속 계셨고, 본인이 여행객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편이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엠마뉴엘네에서는 엠마뉴엘도 본인의 일로 바쁘고, 그의 아이들도 다 초등학생들이라 내가 그들을 만나려 좀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나와 함께 정말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내가 정말 좋은 사람 같다면 그렇게 칭찬을 해 주시던 나달 아저씨 덕분에 카우치서핑에 대한 긴장감이 사라져서였던 걸까.. 


에너지가 좀 회복되면 카우치서핑을 다시 해야겠다.

 

*여행을 하시는 분들 중에 카우치서핑처럼 현지인의 집에 지내면서 그 나라를 더 알고 싶으신 분들에겐 '에어비앤비Airbnb'도 추천합니다. 에어비앤비는 돈을 내는 숙박시설 개념이라 카우치서핑처럼 집주인과 이야기를 꼭 해야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어요. 특히 집 전체를 저렴하게 빌리면 주인과는 마주칠 일도 없고, 여행하고 밤늦게까지 놀면서 편하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 들러보세요. 첫 이용 쿠폰도 받으실 수 있어요. 

www.airbnb.co.kr/c/hyosunl6



Posted by 돌아온싱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