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웨딩'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8.02.07 하객 수 30명, 밤새도록 놀아볼까?
  2. 2018.02.06 하나의 결혼식, 두 개의 웨딩드레스

끝난 게 맞냐고 사람들에게 몇 번을 되물었다. 단체사진은 찍지도 않았다. 내 결혼식인지 부모의 결혼식인지 모를 만큼 내가 아는 얼굴보다 부모님이 아는 얼굴이 많거나, 친하지도 않은 김대리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우리의 모습과는 그야말로 천지차이다. 부를 사람이 없다며 언젠가 하게 될 내 결혼식의 하객 수를 걱정했던 철없던 시절 나와 친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기 싫지만 동료의 결혼식이니까, 내가 안 가면 저 사람이 내 결혼식에 안 올 거니까 등의 이유를 대며 그 귀한 주말을 결혼식장에서 의미 없이 보낸 모습이 떠올랐다. 싱가포르에서 좋았던 점 중에 하나가 쓸데없는 결혼식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으니 결혼식을 다니며 알게 모르게 피곤했나 보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지금까지 결혼식에 참석했던 이전 회사 동료들 중 내가 연락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던가?


“하객 대행 알바 구함 25~35세 남/여. 부케 받으실 분도 구해요.”


이쯤 되니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가 있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렇게나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는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을 이색 아르바이트.(혹시 중국에도 있으려나?) 하객 머릿수를 채우고 같이 사진 찍는 걸로도 모자라 부케 받을 사람까지 구한단다. 부케를 주고받을 정도면 꽤 친한 친구인데 그런 사람까지 돈 주고 고용해서 쓸 만큼 중요한 걸까? 결혼식에서 가장 중요한 게 신랑과 신부의 약속이 아니었던가?


스몰웨딩을 하고 싶어도 부모님의 축의금 회수를 위해 일반적인 결혼식을 올리는 친구도 봤다. “성대한 결혼식=부모님의 기쁨과 체면”이라고 하면 내가 너무 오버하는 걸까? 그리고 내 결혼식에서 30분을 썼다가 다음 사람에게 넘겨지는 닭장 같은 웨딩홀과 잡다한 소품은 또 무엇인가. 결혼식이 진행되는 시간은 얼추 비슷한데 한국에서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걸까? 내가 내 돈으로 올리는 결혼식에 내 의지대로 결정되는 것이 과연 몇 개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겠다고 서약하는 자리인데 서약보다는 왜 다른 것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걸까? 어쩌다 ‘웨딩 푸어’라는 말이 생겼을까? 우리들이 하는 게 결혼식일까, 축의금 회수전 일까? 열심히 비눗방울을 불면서도, 머릿속은 복잡했다.

30분 간의 결혼식이 끝나고, 프랑스인들이 진짜 결혼식이라고 부르는 파티를 하러 갔다. 파티장 역시 시에서 빌려준 다목적 홀. 우리는 여기서 밤새도록 파티를 할 예정이다. 몇몇 친구들은 전날 미리 도착하여 이곳을 파티장으로 꾸몄다. 색색의 풍선, 꽃가루, 레드카펫, 명찰, 테이블 세팅… 전문가가 꾸민 것이 아니라 조금씩 엉성하지만 그래서 더 정이 간다. 내가 분 풍선이기에, 내가 붙인 이름표이기에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밤 10시가 돼서야 해가 지는 유럽의 여름. 수다와 술을 사랑하는 프랑스 사람들은 결혼식이 끝난 6시부터 해가 질 때까지 밥도 먹지 않고 샴페인과 다과를 먹으며 수다를 떨어댔다. 식전에 술 마시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말하는 아페로(Apero)라는 프랑스어가 있을 정도니, 밤새도록 놀기 위해 시간을 비워둔 오늘의 아페로는 좀처럼 끝날 줄 몰랐다. 다목적 홀 뒤로 펼쳐진 들판 너머로 해가 진 밤 10시, 본격적인 파티의 시작을 알리는 저녁이 나오자 사람들은 더 흥분했다. 이렇게 다들 잘 먹을 거였으면서 왜 그렇게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린 걸까?


빛의 속도로 저녁을 먹어 치우고 디저트가 나오는 사이, 흡사 대학교 MT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게임이 시작되었다. 모든 하객들이 나이와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게임을 즐겼다. 아마도 친하지 않은 회사 동료, 얼굴 본 적도 없는 엄마의 친구가 없는 자리라서 더 그렇겠지. 여전히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부부는 망가지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게임을 즐겼다. 열정적인 게임의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이 한숨 돌릴 무렵, 오늘의 두 주인공은 블루스를 추기 시작했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마침 어두워진 조명 사이로 춤을 추는 두 여인, 그들이 느끼는 행복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소피 부부는 파리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삶에 필요한 것들이 다 있는 도시에서, (프랑스도 한국처럼 수도집중 현상이 심하다.) 이미 가지고 있던 것들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집이 없거나 수입이 적다며 결혼을 미루고, 혼수로 스트레스받고 파혼까지 하는 곳에서 온 내가 보기에는 지나치게 소박하다. 남자친구는 소피의 결혼식이 프랑스인의 결혼식 중에서도 조촐한 편이라고 했지만, 평생 함께 하기로 약속한 그녀들은 가진 돈 따위와는 상관없이 참 행복해 보였다.

  "엄마, 난 결혼해도 결혼식 할 생각 없으니까 괜히 축의금 뿌리고 다니지 마."

잊을만하면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서운해 했지만 진심이었다. 근데 오늘 이 결혼식을 보고 나선 마음이 살짝 풀렸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평생 함께 하겠다고 약속하는 자리에,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모아서 간소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다면 결혼식도 해 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P.S. 시차와의 싸움에서 실패한 나는 파티가 한창 진행되던 11시에 파티장에서 뻗어버렸다. 친구들은 나를 근처의 소피네 집으로 옮겼고, 난 신혼부부의 침대에서 다음날 아침까지 신나게 잤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파티에 침대는 비어 있을 예정이었지만, 결혼 첫날 부부의 침대를 쓴 사람은 시차 적응에 실패한 술 취한 여자였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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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돌아온싱언니

나 자신을 방목하려 떠난 여행의 첫날에, 내남은 인생의 모든 순간을 당신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을 하는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우습지만, 아무튼 나의 첫 유럽 여행은 남자친구의 친구 결혼식 참석으로 시작했다. 13시간의 비행 끝에 파리에 도착한 뒤, 다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툴루즈에 내렸다. 그리고 다시 차를 타고 라바스띠드(Labastide)라는 정말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 


남자친구가 이른바 불알친구라고 부르는 아이들은 2명인데 모두 초등학교부터 같이 다닌 친구들이다. 한 명은 남자, 한 명은 여자. 이 세 명의 친구는 얼마나 친한지 성적 취향마저 같아 세 명 모두 여성을 좋아한다. 그리고 오늘 결혼하는 친구는 여자인 소피이다. 그렇다. 남자친구와 같은 취향을 가진 소피 덕에 나는 난생 처음으로 프랑스인의 결혼식 그것도 레즈비언 커플의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 커플은 결혼식에서 어떤 옷을 입을까? 여기서도 아빠의 손을 잡고 들어갈까? 두 여주인공은 어떤 옷을 입을까? 한아름의 궁금증을 안고 도착한 작은 시청. 대부분의 프랑스 사람들이 그렇듯 이 커플도 시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워낙 소도시라 시청이라기보다는 주민센터 정도로 보이는 작은 건물의 작은 홀에서 결혼식이 치러진다.


먼저 열리고 있던 결혼식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와중에 오늘의 주인공 두 신부가 도착했다. ‘한 명은 정장을 입고 한 명은 하얀 드레스를 입지 않을까?’ 란 나의 이상한 기대는 무너졌다. 둘 다 모두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차에서 함께 내렸다. 너무나 당연한 이성 간의 결혼식만 봐온 데다 게이 커플 중에도 남녀의 역할이 있다고 들어서 그런 생각을 했는데…… 모두가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상상이었다.

 “봉주르~ 나이스투미츄.”

스카이프와 사진으로만 만났던 소피는 내 볼에 뽀뽀하며 반갑고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하객 한 명 한 명과 인사하고 담소를 나누며 결혼식을 기다리는 소피의 모습은 한껏 들떠 있었다. 신부를 꼭꼭 숨겨두는 우리네 결혼식과 달리 두 신부는 너무나 활발하게 하객들 사이를 누볐다. 한 결혼식에서 두 명의 신부를 보는 것도 처음 하는 경험인데 심지어 소피의 그녀는 배까지 불러 있었다. 임신을 어떻게 한 거지? 한데 그것보다 더 놀라운 광경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하객들과 일일이 인사를 마친 커플이 구석으로 가더니 친구 몇 명과 함께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웨딩드레스와 담배라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조합에 어안이 벙벙했다. “새하얀 드레스 수줍은 발걸음♪”은 동쪽의 먼 나라 이야기인가? 웨딩드레스의 하얀색은 순수의 상징이 아니었던가?

 "We have everything we need!"

앞서 진행되던 결혼식이 끝나고 하객들과 소피 커플은 다 같이 홀에 들어갔다. 아니 홀이라고 하기도 뭣한 긴 테이블과 의자가 열 개 정도 있는 작은 방에 들어갔다. 사회, 주례사, 결혼식 도우미, 사진기사? 그런 건 없다. 대부분의 하객들은 서서 결혼식을 지켜봤다. 사회 및 주례사는 시장님이 하고 (작은 도시라서 직접 하신단다.), 사진 찍고, 꽃을 뿌리고, 레드카펫을 까는 것도 다 하객들이 했다. 나는 하나도 못 알아먹은 시장님의 덕담이 끝나자 두 신부가 길게 입맞춤을 하고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15분 정도 진행된 예식이 끝나니, 시장님이 새롭게 탄생한 부부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두 신부가 초청한 각 2명의 증인까지 총 6명은 서류에 서명을 했고, 그렇게 결혼식은 끝이 났다. 말로만 듣던 원 스톱 서비스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결혼식부터 혼인신고까지 한 자리에서 30분 안에 끝났다. 지금까지 본 가장 소박하고 가장 빠른 결혼식이 끝나자 레드카펫 위로 두 신부가 행진했다. 손을 맞잡은 두 여인은 행복하게 웃었고, 하객들은 나팔을 불고 비눗방울을 불고 꽃가루를 던졌다. 

우연히 그리고 장난스럽게 여자와 데이트한 날, 소피는 남자들을 만나며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어떤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녀의 부모님처럼, 다른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남자와 데이트를 시작했는데, 소피에게 그건 답이 아니었다. 혼란의 시간을 보내고,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한 소피가 지금 여기에 서 있다. 프랑스에서는 2013년에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다. 아무리 합법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이 둘의 결합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과 색안경을 낀 사람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 곳에는 사랑할 만한, 사랑해도 되는 사람을 선택한 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기에 그 사람을 선택한 두 여인이 있다.


결혼 전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을 한 소피의 그녀는 결혼식 당시 이미 임신 7개월에 접어들었고, 그로부터 3개월 후 귀여운 남자아이를 낳았다. (잔소리 좀 하자. 임신 7개월인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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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돌아온싱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