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여행 마지막 날 아침, 오르셰 미술관을 가는 길에 일요일마다 서는 장에 들렀다. 유럽의 아무리 작은 동네에서도 으레 만날 수 있는 성당과 성당 주변의 광장. 그 광장에서 매주 일요일 아침 벼룩시장이 열린다. 일요일 아침인데도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장에 나와 있다.

내가 딱히 살 건 없지만 그래도 이런 시장을 보는 재미는 꽤 쏠쏠하다. 이런 시장에 와야지 좀 사람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구경을 마치고, 오르셰 미술관으로 향했다. 오늘은 8월 첫째 주 일요일. 매월 첫째 주 일요일은 프리 선데이라 미술관 관람이 무료다. 그래서 관광객에 시민들까지 오르셰 미술관 앞에서도 역시 줄 서기는  계속된다.

푹푹 찌는 한여름의 날씨 아래 저 앞에 새치기를 하는 두 명의 수녀님 아니 수녀들이 보인다. 1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거리를 조금씩 새치기를 해대더니 결국 20분 만에 입구에까지 도달했다. 수녀복을 입고 뻔뻔하게 새치기를 해내는 대범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가?

기차역을 개조하여 만든 미술관답게 정말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과 한쪽 벽을 크게 장식하고 있는 황금빛 거대한 벽시계가 기차역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입구에 위치해 있는 '자유의 여신상' 그래, '자유의 여신상'은 프랑스가 미국에게 선물로 준 거라고 했었지. 


그 어떤 그림들보다도 그날 하루 일을 마친 후의 그림들이 내 마음을 잡아끈다. 밀레의 <만종>. 하루 일과를 마치고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내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감사기도를 드리는 여인의 모습과,

농사일을 마치고 소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농부의 모습. 뒤로 비치는 햇살이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신비하게 만들어 준다. 하루를 열심히 보낸, 노동의 가치를 더 신성하게 만들어 주는 느낌이다. 그래, 어떤 위치에서든 주어진 시간, 하루를 열심히 보낸 사람이라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 법.


폴 세잔의 그림이었나? 가족모임이라는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하나, 둘, 셋!' 찰칵. 각자 자리에서 사진을 찍을 때의 모습을 나타낸 것과 같은 그림. 재치 있는 그림이다.


흑인은 언제부터 유럽에서 노예로 생활하게 되었을까? 그림과 조각에서 심심치 않게 노예로 보이는 흑인들이 등장한다. 역시 그림, 문학 등 예술을 잘  살펴봐도 그때의 시대 상황,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역사는 정말 어느 곳에서나 존재한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간도 그냥 지나가는 순간이 아닌 역사가 되기 때문에 현재를 잘 살아내야 한다고 한참 공부하던 언젠가 생각하곤 했었다..


한 곳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 들어가기도 힘들다. 바로 나도 좋아하는 <반 고흐 작품 전시관>

정말 집도 하늘도 숲도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그 당시에는 완전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던 그인데 지금 그의 그림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을지 그게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암스테르담 가면 무조건 반 고흐 미술관을 가야지. 그나저나 이곳에 소장되어 있어야 될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이 대여 중이라 못 봐서 너무 아쉽다.

3년 전 싱가포르 박물관에서 "오르셰전"이 열렸을 때, 그 그림 앞에서 30분을 가만히 보고 앉아 있었다.

그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참 멋지고 이상하게 슬펐던 그 그림.



오르셰 미술관 옥상에서 보는 파리는 역시나 아름답다. 멀리 몽마르트 언덕의 사크레쾨르 사원이 보인다. 그리고 그 아래를 지나가는 투어 보트. 이렇게 큰 규모의 투어 보트는 파리에서 처음 봤다. 역시 엄청난 수의 관광객들이다. 한여름의 파리는 시민의 수보다 관광객의 수가 3배는 더 많다고 한다. 한여름의 해운대는 다른 지방의 관광객들이 더 많듯이 한여름의 파리는 관광객들에게 점령당해 있다!


미술관을 나와 대충 와플을 사서 강변에 앉아 먹으며 사람 구경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강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고, 돗자리를 깔고 벌써부터 술을 마시는가 하면, 누군가는 나처럼 그저 사람 구경을 하고 있다. 


오늘이 8월 2일. 한 달 전에 퇴사를 했고 지금 난 프랑스 파리에 와 있다. 여행  일주일째. 내가 하고 있는 여행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었나. 내가 원하는 여행의 모습이었나. 또다시 고민이 시작된다. 여행 와서도 이렇게 고민을 하는 나는 무엇인가. 그 시간 그 장소에 온전히 나를 맡기는 것은 언제쯤 내게 가능한 일이 될까? 아니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여행은 무엇인가? 난 내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고 싶어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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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돌아온싱언니

드디어 루브르 박물관에 가는 날. 오늘은 드디어 날씨가 맑아졌다. 하늘도 정말 예쁘다!


다 돌려면 일주일도 더 걸린다는 이 방대한 박물관. 난 역사학자가 아니므로 하루만 박물관 관람에 쓰기로 했다. 세계 3대 박물관에 포함되는 그 명성에 걸맞게 사람이 정말 많고 줄이 엄청 길었다. 하지만 어제 내가 샀던 뮤지엄 패스 덕에 대기 없이 바로 통과하여 박물관에 진입할 수 있었다! 정말 예쁜 녀석이다! :) 같이 간 친구는 루브르 박물관에 돈 내고 입장한 게 처음이라고 한다. 아니 그럼 루브르 박물관을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거야?

 "아니, EU 시민은 누구나 만 25세 이전에는 모든 박물관 입장이 무료야."

헉 만 25세?! 내 머리는 재빠르게 우리나라 박물관에는 그런 혜택이 있는지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몇몇 곳은 그런 혜택이 있지만, 가격의 차이만 있을 뿐 학생들에게도 입장료를 다 받는다. 그리고 혜택이 있더라도 초등학생들에게만 주어질 뿐... 신선한 충격이다. 우리나라 나이로 26,27세까지는 루브르 박물관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니. 문화강국은 역시 다르구나 싶었다. 가난한 학생들, 갈 곳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학생들이 쉽게 박물관에 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게다가 만 25세이면 대학생도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박물관의 문턱이 없어 문화재와 예술 작품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학생들은 우선 자신들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위대한 작품들을 보며 생각과 상상력, 창의력 등이 자랄 수 있는 참 좋은 환경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매일 관광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기에 가능한 일이려나? 어쨌든 만 25세까지 박물관 무료입장은 대박이다!

파리 뮤지엄 패스 - 강추!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지하 입구는 애플, 루이뷔통 등의 명품 상점까지 갖추어져 있다. 아무리 언제나 관광객들로 넘치는 루브르 박물관이지만 이런 상점들이 있어서 살짝 실망스럽다고 하자,

 "아니야, 이건 관광객들의 시간을 절약해 주는 거야. ㅋㅋㅋㅋㅋ" 란다. 


세계 7대 미스터리,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 10대 시절 항상 나의 판타지에 있던 이집트. 내 인생에서 이집트 유물을 보는 첫 경험. 스핑크스부터 벽, 미라를 만든 후 넣는 관..  난생처음 보는 이집트 유물들이 바다 건너 프랑스에 전시되어 있었다.

스핑크스
너무 귀엽잖아! ^^
파라오의 관

관이 정말 화려하지 않은가. 뱀의 얼굴을 하고 사람의 몸 모양으로 만든 관. 그리고 그냥 두기 심심했는지 아름다운 무늬도 새겨놓았다. 사후세계에 쓸 수 있도록 필요한 소지품들도 같이 묻혀 있었다니 정말 절대왕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장례문화다. 4000년 전에 이런 것 등을 만들었다니 정말 대단하잖아. 장례  문화재뿐 아니라 장신구, 옷, 그릇 등의 물건들도 얼마나 화려하고 독특하던지 내 눈이 정말 호강했다. 정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고대 이집트인들만의 독특한 문양과 물건들. 그들의 예술 감각에 감탄을 하면서도 이런 예술이 극소수를 위해서만 쓰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노예로 살며 평생 노동력을 착취만 당했겠지..


처음 만나는 이집트가 너무 좋아서, 무려 2시간이나 그곳에 있었다. 집중을 끝내고 멍한 마음에 별 생각 없이 박물관 복도 곳곳에 나 있는 화살표를 따라갔다. "모나리자 ->"

모나리자가 있는 방에 도착했지만 사람들만 굉장히 많았다. 멀리 보니 내 손바닥 크기로 모나리자의 그림이 보인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둘러싸고 있어 감히 앞으로 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의 격렬한 사랑 덕에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커다란 유리 액자가 모나리자를 둘러싸고 있고, 이곳을 관리하는 직원도 따로 있을 정도다. 사진으로 찍어도 유리 액자 때문에 잘 나올 리가 없겠다. 사진 찍는 건 포기. 

사진 찍는 걸 포기하니 측면에서, 정면에서 자유롭게 볼 수가 있다. '왜 이 그림이 그리 대단한가?'를 알고 싶어 몇 바퀴를 돌며 여기저기서 관찰해 봤지만, 그 특출함을 알아채기에 난 정규 교육을 너무나 잘 받아 안목이 부족하고, 주위 사람들은 끊임없이 날 밀어댄다. 이만 안녕, 모나리자. 다음에 또 볼 날이 있겠지.

사진 엄청 못 찍었네. 로마 황제를 그렇게 동경했던 나폴레옹이 왕비 조세핀에게 왕관을 하사하는 그림. 한 벽을 가득 채울 만큼 엄청난 크기이다.

그리고 루브르를 유명하게 만든 또 하나의 이유, 밀로의 비너스를 보러 왔다. 역시 많은 사람에  둘러싸여 있다.

이런 예술작품은 왜 명작인 걸까. 왜 나는 그런 것을 알아보지 못할까?? 그리고 이 사람들은 그걸 알기 때문에 이렇게 모여드는 건가? 근엄하고 경직된 얼굴에 육감적인 몸이 기막히게 연출이 된 거라고 하는데, 설명을 볼수록 어쩐지 난 미궁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이런 거 저런 거 다 때고 역시 내가 온전히 느껴야 하는 건데...

모나리자보다, 밀로의 비너스보다 내가 좋아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인공들 동상이 더 좋다. 제우스도, 아폴론도, 아테나도 아프로디테도.. 항상 책과 그림으로만 보던 신들은 본토에서 이렇게 그려졌었구나. 한 신도 수백 가지 버전으로 조각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신화를 숭상했는지 알 수 있다. 신이지만 정말 인간과 똑같은 모양, 인간이 느끼는 추악한 감정까지도 그대 가지고 있는, 그래서 그리스 로마 신화는 정이 간다.  




역시 기둥도 그대로 넘기는 법이 없다.

루브르 박물관

루브르 궁을 개조해서 만든 만큼 워낙 방대한 박물관이라 박물관 안으로도 대중교통이 드나든다. 박물관을 관통하는 도로도 있어 참 신기했었다. 박물관이 눈에 많이 보인다면 그만큼 방문할 가능성도 많고, 자연스럽게 문화적인, 교육적인 효과로 이어지겠지.


 "이 소리 한국말 아니야?"

친구가 물어본다. 그렇다. 박물관 구석에서 한 한국인 가족이 말다툼을 하고 있다. 이제 그만 나가자는 어머니, 조금 더 보고 싶다는 아버지, 이럴 거면 박물관 들어오기 전 왜 아무 말하지 않았냐며 어머니를 타박하는 딸. 셋이서 투닥거리고 있다. 아주 살짝 부끄러운 마음을 뒤로 하고 그림 감상을 하러 발길을 돌렸다.

골리앗과 싸워 이긴 다윗의 그림도,

화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림 속의 많은 그림을 그려놓은 화랑 혹은 작업실을 그린 그림도 참 흥미로웠다.


폐관 시간이 될 때쯤 나도 집중력이 떨어져 아시아 관을 마지막으로 보고 나왔다. 

방대한 크기와 그에 버금가는 전시된 작품의 수들. 왜 루브르 박물관이 유명하고 세계적으로 손에 꼽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 중 상당한 양의 작품들이 분명히 다른 나라에서 온 것이다. 전 세계를 정복하러 다니며 전쟁을 통해, 그리고 식민지에서 얼마나 많은 보물들을 가져왔을까. 그런 소중한 유물들을 잘 보관하고, 이 다양한 문명을 한 자리에서 보게 해 주어서 정말 감사하지만, 너희 정말 도둑놈이야! 그리고 이 문화유산들로 '문화, 예술의 나라 프랑스'라는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간다는 걸 생각하면, 프랑스인들 얄밉기까지 하다.


박물관 바로 앞의 튈르리 정원으로 가는 길, 또 사람들이 비둘기와 놀고 있다... 걔네 세균 덩어리라니깐!

어제 몽마르트에서 봤던 모자 파는 사람들, 짝퉁 가방 파는 사람들 여기도 어김없이 있다.

루브르 박물관을 돌아다니느라 피곤한 발이 휴식하기에 딱 좋은 공원이다. 게다가 비치된 의자들도 매우 편안한 것들이라 낮잠이라도 잘 지경이다. 여기서도 파리의 하늘은 기가 막히게 예쁘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파리 여행을 패키지로 가면 (긴 비행시간과 짧은 여행기간 탓도 있겠지만) 루브르 박물관에서 딱 20분만 있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입장 -> 모나리자와 사진 찰칵 -> 밀로의 비너스와 사진 찰칵 -> 끝" 그리고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하는데 그럴 거면 왜 굳이 입장료를 내고 루브르 박물관에 오는지를 모르겠다. 그런 사진은 인터넷으로도 쉽게 볼 수 있고, 작품은 감상하고 느끼기 위해서 보는 거지, 사진 찍는 건 2순위일 텐데 말이다. '세계 3대 박물관을 내가 방문했고, 그 유명한 모나리자를 봤다!'는 정복 여행인가. 그저 세계지도에  점찍는? 그런 여행은 아니, 관광은 갔다 오고 나서도 별로  가슴속에 남는 게 없어서 몇 번인가 후회했던 경험이 있다. 관심이 없다면 세계 명소라도 들를 필요는 없다. 그냥 제쳐 버리고 관심 있는 다른 곳에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루브르 박물관? 관심 없으면 안 와도 된다. 쇼핑이 좋으면 바로 샹젤리제나 라파예트 백화점에 갑시다! 세계 3대 박물관이니 뭐니 그런 거 남이 만들어 놓은 거다. 그래서 난 고생 좀 하더라도 내 맘대로 다니는 자유여행이 좋다. ^^


튈르리 정원을 나와 퐁네프 다리로 간다. '퐁네프의 연인들' 영화로 유명한 이 다리의 뜻은 '새로운 다리'이지만, 사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라는 곳이다. 오래된 다리 답게 운치 있다. 하지만 내 관심사는 퐁네프 다리 옆의 예술가 다리라고 불리는 이 다리. 다리의 외벽에는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져 있고, 그리고 거기에선 야바위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안녕, 오늘도 만났네요. 관광객을 상대로 한 야바위꾼들. 세네 명이 한 패거리로, 서로 재밌게 게임하는 척하면서 지나가는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실제로 관광객이 개입되기 전에는 굉장히 허술하게 게임을 하면서 누구라도 구슬을 찾을 수 있게 패를 돌리지만, 일단 누군가 게임에 개입하면 그때부터는 인정사정없다. 그 한 명을 아주 호구로 만든다. ^^


시간은 6시 반이지만 아직도 해가 지려면 3시간 반은 더 남은 파리에서 센강 크루즈를 타기로 했다. 1시간이나 태워준단다.  퐁네프 다리가 있는 시테섬에서 에펠탑까지 왕복으로 운행하는 크루즈.


크루즈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내가 미처 몰랐던 파리에 대해 또 알게 되고, 이미 가봤던 노트르담 대성당도, 내일 갈 에펠탑도 여기서 보니 참 근사하다. 그녀는 다이애나 왕비가 이곳 파리 센강 근처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도 함께 해 주었다. 그곳이 파리였구나.. 가만히 앉아서 파리의 저무는 해와 깨끗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니 갑자기 난 행복한 사람이란 걸 새삼 깨달았다. 그동안 방안에만 갇혀 산 사람처럼 끊임없이 파리의 하늘을 보며 감탄한다.

여전히 해는 높이 떠 있다. 해가 10시에 지니 마치 시간을 선물 받은 느낌이다. 그에 맞추어 관광지들도 마감 시간이 저녁 9시 정도이다. 이래서 여름에 유럽 여행은 참 좋은 것 같다. 늦게 지는 해와 관련된 프랑스인들의 농담.

 "해가 아직 안 졌네? 술 마시자. 아, 드디어 해가 졌구나.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술을 마셔야지. ^^"


1시간 여의 뱃놀이를 끝내고 나니 눈에 파리 비치가 보인다. 파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지만 바다가 없는 파리에서  벌써 10년째 만들어지고 있는 인공비치. 인공 야자수도 만들어 놓았다. 쉬고 있는 사람은 있어도 수영복을 입고 있는 사람은 없다.  물놀이할 곳도 없다. 센강에서 수영은 불법이니. 

휴가를 가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비치란다. 그 마음은 참 아름답지만 왠지 파리스럽지 못해서 약간 안쓰러웠다. 이런 거 없어도 충분히 아름다운 도시인데 바다가 가지고 싶었나..  친구조차도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으며, 친구들 중에서도 파리 비치에 가 본 사람이 없단다. 왜 만들어놨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파리스럽지 못하다고 비난을 해댄다.

싱가포르의 쇼핑몰에서 진행되는 어떤 행사들을 볼 때마다 느꼈던 아류의 느낌이라고 할까? 싱가포르에서는 그들의 삶의 중심(!)이랄 수 있는 쇼핑몰에서 연극, 공연, 체육행사, 심지어 학교 졸업식 등 온갖 행사가 다 일어난다. (싱가포르에는 갈곳이 많이 없어 사람들이 주말에 주로 쇼핑몰을 간다. 주말에 쇼핑몰 간다고 좋아하는 초등학생을 보면 안쓰러울 때도 있다.) 쇼핑몰에서 진행되다 보니 행사의 규모에 한계가 있고, 시야에 항상 들어오는 상점들 때문에 집중도도 적으며, 그래서인지 내 것이 아닌 너의 것을 잠시 흉내내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런 행사를 위층에서 보고 있자면 실소가 나올 때가 많다. 남의 것을 따라 하는 사람을 볼 때의 불편함. 파리에서 처음으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여기 파리 비치에서. (그래도 선베드에 누워 낮잠은 자 보고 싶었다.)


파리 비치를 바라보며 새삼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닌 내가 이미 가진 아름다움을 발전시키고 그것으로 승부 볼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온리원으로 살아가는 일..

파리, 넌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고.


마지막으로 Leon에서 먹은 우리나라 홍합탕과 비슷한 내가 반한 홍합요리. 레옹은 프랜차이즈라서 프랑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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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돌아온싱언니

파리에 비가 내렸다.

내가 좋아하는 비 오는 우중충한 날씨가 아침부터 날 반겨준다. :)

하늘은 비록 흐리지만 새벽에 내린 비로 거리는 깨끗하다.


파리 중심가로 가기 전, 근처 카페에 들러 출근하는 프랑스인들처럼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카페가 무척 아늑하다. 에스프레소와 크로와상 하나를 먹고 바삐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아침부터 맥주를 마시며 그전날 있던 스포츠 경기를 보고 있는 여유 있어 보이는 할아버지들도 몇몇 있다. 연금 잘 받으시나 보다.

싱가포르 4년 생활이 내게 남긴 단맛에 대한 애착 덕에 에스프레소는 별로다. 역시 커피는 믹스커피가 진리!

도대체 이 작은 잔으로 뭘 마신다는 거지? 정말 이들은 개운하다고 느끼는 건가?

중심가로 가기 위해 지하철 타러 가는 길. 가게의 간판도 참 아기자기하고, 무엇보다 고층 아파트가 없어서 좋다.


파리에서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파리의 대표적인 건물 오페라 가르니에.

지하철에서 내려 오페라까지 가는 길에 칼바람이 분다.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라 좀 쌀쌀하다.

'우와~'

위대한 음악가들의 흉상

또 그저 탄성만 지른다. 나의 사진 실력이 안타까울 뿐.. 사진으로 보면 그저 멋진 프랑스의 고건물로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그 아름다운 외면에서 한동안 눈을 뗄 수가 없다. 꼭 프랑스인이 아니더라도 슈베르트, 쇼팽 등 위대한 작곡가들을 기리기 위해 그들의 흉상을 건물 전면에 세워놓은 것에서 예술을 사랑했던, 지금도 사랑하는 프랑스인들의 존경심을 엿볼 수 있다. 하긴 그 당시 파리는 세계의 중심이었으니. 대부분 훌륭한 예술가들이 이곳, 파리에서 공연을 하고 네트워킹을 했음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내부는 더욱 놀랍다. 천장까지 빼곡히 채운 그림과 금으로 치장해 놓은 메인 홀. 그 당시 귀족들이 얼마나 화려한 생활을 했는지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현재는 오페라 대신 발레 위주로 공연을 한다고 하니 여전히 내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곳이다. 예전 유럽의 귀족들을 주제로 한 영화에서 항상 보았던 공연장. 그곳에서 귀부인들은 항상 2층 가장 오른쪽이나 왼쪽에서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그물 같은 장갑에 부채를 들고 항상 우아하게 박수를 치고 있었다.

오페라 내부의 도서관

                                                                

공연장

2층에서 바라보는 파리 시내도 꽤 멋있다. 이렇게 옛날 건물과 자동차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도시. 사람들이 이런 풍경을 보러 파리에  오는구나. 오페라 주변에는 이미 많은 수의 관광버스가  몇십 명의 관광객들을 토해내고 있다. 대부분 중국인과 한국인이다. 

                       

문득 오페라에 들어오기 전 나를 삥 뜯으려고 내게 다가오던 집시 언니들을 보았다. 어랏. 눈도 마주쳤네. 파리의 유명 관광지에서는 이렇게 흰 종이 들고 접근하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Can you speak Englsh?"라고 물어보며 다가와서 이러 이러한 내용으로 서명운동을 하는 중이라고 서명에 동참해 달라고 한다. 그리고 서명을 하는 사이, 그들은 일행 중 한 명이 나의 뒤에서 소매치기를 한다. 정말 사람 삥 뜯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이 언니들 내가 여행객으로 보이니 오페라 들어오고 나갈 때 2번이나 내게 다가왔었다. 그리고 순찰차가 오페라로 다가오자 정말 5초도 안 되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루마니아가 EU에 가입하면서 많은 집시들이 여러 나라를 거쳐 이렇게 프랑스까지 왔다고 하는데, 집시들 때문에 꽤 골치  아파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일정한 거처도 없이 이곳저곳에서 잠을 자니 노숙자가 늘고, 대게 순진한 관광객들을 등쳐 먹는 방법으로 먹고 사니 민원도 많이 들어오고...  유명 관광지에는 이런 집시들을 잡으러 경찰들이 자주 순찰을 돌고 있다.


점심은 파리에서도 맛집이라고 하는 (굳이 프랑스에서 일본 음식 먹기) 일본 라멘집에서 맛있게 먹고 반담 광장을 지나, 라파예트 백화점 Galeries la fayette으로 갔다. 내부도 굉장히 화려하고, 특히 천장의 디자인이 참 화려하다. 듣기로는 많은 브랜드가 탄생한 나라 답게 백화점이란 것이 생긴 것도 프랑스가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이 백화점은 이미 지은 지 100년 이상된 곳이다. 내가 들렀던 오페라 근처의 반담 광장, 그리고 이곳 라파예트 백화점도 모두 명품관으로 빽빽하게 가득 차 있지만, 난 별 관심 없어 그저 지나갈 뿐.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라파예트 백화점 옥상을 가기 위해. 높은 건물이 별로 없는 파리에서 도시경관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여전히 파리의 첫날은 흐리고 바람도 많이 분다.



빌딩 숲을 무척 사랑하는 내가 이렇게 낮은 건물들이 주는 매력을 새삼 알게 됐다. 시야가 탁 트이는데다, 빌딩 숲에서 보던 조각하늘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 하늘은 이렇게 넓은 것이었지. 파리 시내의 경관을 살리기 위해서, 높은 건물을 되도록 짓지 않는 프랑스인들 덕분에 파리는 파리만의 분위기를 가지게 되었고, 이 것을 보기 위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파리에 온다. 역시 사람이든, 문화든 자신의 장점을 파악하고, 그것으로 승부를 봐야 하나 보다.

라파예트 백화점 건물 외관 장식

 광진구 혹은 영등포구 크기 정도라는 파리는 그 작은 크기만큼 도보여행이 가능한 매력이 있다. 물론 볼거리의 수와 크기는 비례하지 않는다.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약 10분쯤 걸어서 도착한 마들렌 교회(Église de la Madeleine)에도 잠시 들른다. 그리스 신전같이 굉장히 웅장하다.

교회 안에서 괜히 경건한 마음에 이렇게 청소해 주시는 분께도 감사하는 마음이 마구 샘솟는다.
마들렌의 정문으로 다시 나오면 멀리 콩코르드 광장의 정중앙으로 불룩 솟은 오벨리스크가 보인다. 오벨리스크도 오벨리스크지만, 파리 시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고건물들이 날 더 설레게 한다. 싱가포르에서도 그랬지만, 파리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정말 휴가 온 기분이 항상 들 것만 같다.

이집트의 룩소르 신전에 있었다는 오벨리스크라는데 선물로 받은 것이라 자랑스럽게 이렇게 도시의 중앙에 있다. 프랑스 땅에서 이집트의 유물을 본다는 게 약간 기분이 묘하다. 나라가 얼마나 힘들면 이런 국보를 다른 나라에 선물할까. 유럽 곳곳에 있을 오벨리스크. 이집트의 슬픈 역사 혹은 잘 나가는 유럽의 역사.

오벨리스크가 있는 광장 주변은 어제 막 끝이 났던 Tour de France의 철거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라 여기저기 어수선했다.

Tour de France 관중석 철거 중

잠깐, 광장 끝에서 눈에 익은 건물이 하나 보인다.

말로만 듣던 개선문이다. 정말 친절한 도시다. 이렇게 쉽게 눈에 띄어 주다니.. 주요 명소는 굳이 지도 없이도 다닐 수 있겠다. 그리고 저 울창한 가로수길은 그 유명한 샹젤리제 거리라고 한다. 살살 걸어가 볼까?

샹젤리제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

샹젤리제 거리. 관광객들로 온통 시끌벅적하다. 여행 오기 전 일부러 여행 기분을 내려고 “오 샹젤리제~” 음악을 들었는데, 그리고 그 음악을 이 거리에서  들을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그냥 팝 음악만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낭만, 예술 이런 걸 너무 기대했나 보다. 그냥 상점과 쇼핑의 거리. 그것도 아기자기하거나 예술적 감성이 돋보이는 게 아닌 거대 프랜차이즈들이  빽빽한... 그냥 싱가포르의 오차드거리 같았다. 그저 화려한 명품의 거리인데 내가 이해를 잘못 했었나 보다.


그리고 이 화려한 거리에서 이렇게 구걸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자니 짠했다. 최고 명품거리와 구걸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은 참 보기 불편했다. 그 순간 3년 전 캄보디아에 여행 때, 연말 파티에 갔었는데 그때 공병을 수거하러 다니는 5살 정도 되는 아이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술 마시고 춤추는 어른들로 가득 찬 그곳에서 아이들은 그 빈병을 본인이 가져가도 되는지 묻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개선문(Arc de  Triomphe)에 도착. 

전쟁에서 승리한 기쁨도 물론 있겠지만, 나폴레옹은 정말로 로마에 대한 환상이 있었고, 그때처럼 황제가 되고 싶었나 보다. 이렇게 로마 티투스 황제의 개선문을 그대로 본뜬 것을 만든 것만 봐도.. 물론 그 개선문보다 나폴레옹이 만든 이 개선문이 훨씬 웅장하고 아름답다.

개선문에서 바라본 에펠탑
개선문에서 바라본 샹젤리제

정말 그리 높지 않은 건물에 올라왔음에도 파리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아이보리색의 건물과 초록 나무와 어디서나 시원하게 볼 수 있는 하늘. 그리고 이 개선문이 있는 샤를 드골 광장을 중심으로 시원하게 뻗은 방사형 도로도 보기 좋다. 파리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는 사람은 도로주행 시험 안에 꼭 이 방사형 도로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탈출(!)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처음 운전을 배우는 사람에겐 정말 곤혹스러울  듯하다. 

날씨는 좋은데 바람이 너무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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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돌아온싱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