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왔지만, 로마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다. 물론 아는 만큼 보이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그 어떤 편견-그것도 남이 만들어 놓은- 없이 로마를 만나고 싶었다. 학교에서 배웠던 고대 로마는 내 기억 속에 서 이미  사라진 지 오래. 로마는 고대 로마 제국이 역사의 거의 전부라고 할 만큼 다른 시대의 역사에서는 별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기에 도시의 대부분이 고대  유적뿐이다. 그래도 내 기억을 쥐어 짜보며 로마를 기억하려 애써 보지만, 언제나 그렇듯 10년 전의 기억이 제대로 날리는 없다. 

그저 지금 내 눈 앞에는 파리보다 조금 더 더러운 로마의 거리와, 파리만큼 엄청난 낙서의 연속일 뿐이다. 싱가포르처럼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한 거리, 깨끗하고 높은 빌딩 없이, 더러운 거리의 민낯을 보며 그저 낄낄 거릴 뿐이다. 이러니 사람 사는 곳 같잖아. 그 해방감에 이곳 로마에서 마구 뛰어다니고 싶을 지경이다.











로마에 온 보람이라면 바로 이것인가. 숙소 근처의 후줄근한 식당에서 아무렇게나 시킨 피자와 스파게티도 굉장히 맛있다. 이 가격에 이런 맛이 나온다니. 
















든든히 배를 채우고 다시 떠나는 길. 도시 전체가 유적지인 곳에 당연히 박물관도 많다. 역시나 아무 정보도 없이 단지 너무 더워 걷기 힘들 때 눈앞에 띈 박물관 안으로 들어간다. 여전히 발굴이 이루어지고 있는 로마에서, 박물관에 들어가 보아도 다시 천장 없는 전시실도 연결되는 일이 부지기수. 










이곳 역시 당시의 귀족들과 관련된 곳이라고 했는데 한창 발굴이 진행 중이다. 어떤 용도로 사용되던 곳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포로 로마노와 콜로세움에서 불과 5분 떨어진 거리에 있는 만큼 꽤 중요한 용도로 사용되던 곳이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인도를 둘러싸고 있는 발굴 현장. 아무리 고대시대 이후로 힘을 잃어버린 로마라고 해도, 거의 파탄난 경제상황인 이탈리아라고 해도 결코 우리가 로마를 무시할 수 없는 로마의 저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옛날 거의 오늘과 비슷한 수준의  생활환경과 문명을 일구어 내며, 현대 문명의 뿌리를 만든, 그리고 여전히 엄청난 양의 유물을 발굴 중인, 그 로마를 어떻게 무시할 수가 있겠는가.

근데 근처에 바다가 있는가? 갈매기떼가 굉장히 많다. 심지어 갈매기의 (분비물) 습격을 조심하라는 경고판까지 붙어 있다!

로마의 한여름은 동남아의 날씨와 거의 맞먹지만, 그나마 습도가 낮아서 그늘에만 있으면 매우 시원하다. 로마 시내의 회전 교차로 중앙에 높다랗게 자라고 있는 야자수를 보며 이곳의 여름 날씨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거리에서는 일사병을 막기 위해 AS로마의 협찬을 받은 생수가 무료로 배포된다. 얼마나 더웠으면...?

가이드북을 읽지 않은 탓에 어디를 가야 할지도 모르지만, 어디를 꼭 가야 한다는 의무감 없이 그저 지도에 나온 곳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로마 여행과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여행을  떠난 지 1달 반이 지났을 무렵 한국음식이 너무 그리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인민박을 찾았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로마와 파리에서 뭘 먹고, 사고, 어디를 갔다며 몇 명이 같은 레퍼토리를 내게  이야기해줬다.  패키지여행을 온 것도 아닌데 어쩜 그렇게 다들 같은 이야기를 하는지... 나중에 저들에게서 여행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갖게 될지 의문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다시 로마 이야기로 돌아와서 "로마의 휴일" 영화에서 오드리 헵번이 갔다는 분수와 스페인 광장 등이 표시되어 있는 곳에  끌려갔지만 공사 중이라 분수에는 물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았고, 그 스페인 광장의 돌계단 위에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었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그곳에서 아이스크림 먹는 게 금지되어 있단다. 알고 보니 오드리 헵번이 그 계단에서 젤라토를 먹었다고... 그 영화를 보지 않은 나로서는 저 계단 위에 앉아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과연 그 영화를 봤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 계단을 오르는 내내 들러붙는 잡상인들. 

"Beautiful lady, this is for you." 

 끊임없이 뻐꾸기를 날리며 장미 한 송이를  건네주시는 분들. 하지만 얼떨결에 장미를 받는 순간 난 돈을 내야 한다. 


파리와 로마에 이렇게 많은 오벨리스크는 약소국 이집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그깟 오벨리스크 몇 개가 없더라도(!) 남아 있는 엄청난 양의 문화재에 대한 이집트의 자신감을 보여 준다. 약탈해 왔을 수도 있고, 전리품일 수도 있는 오벨리스크는 바다 건너 로마와 파리에서 꽤 잘 적응하고 있다. 심지어 이곳 오벨리스크의 위에는 십자가가 달려 있다. 여러 가지 오만 신들을 다 믿었던 이집트 사람들이 만든 오벨리스크에 떡 하니 세워져 있는 십자가가 왠지 우습다.

관심 없는 명품 거리는 빠른 속도로 지나쳐 버리고 파리에서도 봤던 판테옹에 입장한다. 이곳 역시도 이탈리아의 역사에 큰 공헌을 세운 여러 영웅들을 모셔놓은 곳이다. 다만 다분히 공적인 느낌이 가득했던 파리의 판테옹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조금 더 자연스러운 느낌과 함께 원래 건물이 지어졌던 목적대로 에배도 같이 드릴 수 있다. 근대 문명의 중심지였던 파리 역시도 로마에 빚지고 있는 게 많아 보인다. 

더위에 지쳐 헤롱 거리고 있을 때. 자그마한 광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예술의 향연.(이라고 부르고 싶다.)

 4명의 아저씨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은 공기 중에 퍼지고, 눈 앞에는 로마의 그림들이 한 가득 광장에 널려 있다.  한 장에 5유로 내지 10유로 하는 전형적인 판매용 그림들이지만, 하나같이 다 아름답다. 만약 지금 다시 로마를 간다면 그 그림 중의 하나를 구입했을 텐데... 

4명의 아저씨들은 돈을 버는 것보다는 그저 악기를 연주하고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해  즐거워하고 있었다.  연주하는 내내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서 내 마음도 같이 따뜻해진다. 이 무명의 밴드는 본인들이 이 한 명의 여행객을 따뜻하고 행복하게 만들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적어도 지금 이 광장에서만큼은 이 분위기에 참 행복하다. 












걷기에 지치고 피곤하지만 숙소로 가기는 싫어서 로마 테베레 강을  1시간가량 오가는 보트를 했다. 사람이 있는 곳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가만히 앉아서 그렇게 도시를 바라보는 그 기분이 참 좋아서. 거리만큼 강에서 보는 풍경이 그렇게 아름답거나 하지는 않았다. 강둑 곳곳에는 여전히 낙서가 즐비하고, 놀러 왔는지 살고 있는지 구분이 가질 않는 사람들이 다리 아래에서 텐트를 치고 있으며, 어떤 사람은 낚시를 하고 있다. 그래, 사실  문화재보다는 이렇게 사람들이 도시와 삶을 비비적대고 있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테베레 강의 풍경이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지만, 여전히 이곳은 사람 사는 곳, 로마이다.










그렇게 로마 시내 곳곳에 내 발자국을 남겨놓고 일찍 숙소로 가서, 더위를 반쯤 먹고 지쳐 빨리 곯아떨어졌다. 내일은 로마 안의 작은 나라 바티칸으로 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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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의 Brasserie에서 간단히 토스트를 먹고 길을 떠난다.

오늘 드디어 국경을 넘는다. 그리고 말로만 항상 들어오던 그곳, 로마. 어제처럼 약  7시간가량 차를 타고 이동할 예정이다. 칸 영화제로 유명한 칸과 모나코 공화국이 근처에 있지만 목적지 로마를 위해  건너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의 톨게이트에서 멋지게 생긴 청년이 큰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이 더운 여름날, 가장 더울 콘크리트 도로 위에서 그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우왓 히치하이킹! 그의 손에는 '제네바'가 적혀 있다. 로마 가는 길에 제네바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를 태우고 싶었으나, 그럴 용기는 나지 않았다.(변명??) 그저 그의 순탄한 여행을 빌어줄 뿐.. 나도 이번 여행에서 꼭 히치하이킹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찰나 "프랑스 안녕히 가십시오, 이탈리아 어서 오세요" 도로 표지판을 놓쳐버렸다. 아무리 같은 EU지만 여권도 보여주지 않고 검문도 없이 난 그렇게 순식간에 이탈리아로 진입했다. 

처음 싱가포르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해 말레이시아를 갈 때 받았던 문화적 충격. 그때는 시내버스로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여권 검사 없이 국경을 넘나드는 것에 또 한번  충격받는다. 이래서 유럽이 여행하기도 좋구나. 육로만으로도 나라를 이동하는 게 가능한 일은 한국인들에게는 여전히 꿈같은 일이다. 육로로 이동할 방법이 없으니 여행 경비가 비싸지고, 여행을 가기가 그만큼ㅂ 어려워지는 것을 싱가포르에서 처음 느꼈다. 통일이 돼서 사람들이 쉽고 저렴하게 여행을 다닐 수 있다면 그만큼 사람들의 시야도 더 넓어질 수 있고,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을 텐데...


점점 더 더워지는 날씨가 내가 남유럽에 왔음을 알려준다. 차 안의 온도는 이미 40도. 에어컨도 소용이 없다. 한여름 유럽의 날씨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남유럽에 온 나를 탓하기 시작했다. 불쾌지수가 극에 치달을 쯤 저 멀리 보이는 로마 표지판이 날 위로해 준다.

드디어 로마 시내에 입성했다. 콜로세움 근처에 미리 정해 둔 숙소에 짐을 대충 던져두고 해 질 녘 로마를 느껴보기 위해 거리를 나왔다. 모든 관광명소의 입장은 마감되었지만 열기가 가라앉은 늦은 저녁 로마는 시민들과 관광객로 가득 차 있다. 도시 전체가 유적지라는 말 답게 어느 거리에서나 2000년 전 로마제국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들과 동상들이 눈에 밟힌다.










로마에 왔으니 스파게티를 먹어봐야겠기에 근처에 보이는 아무 식당에 들어가서 스파게티를 먹었으나 소스가 하나도 베이지 않은 빨간 우동 면이 나왔다. 그새 해는 지고 여전히 발굴이 진행 중인 한 유적지 근처를 배회하며 내가 로마에 왔다는 사실에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일이면 고대사 시간에 재밌게 배웠던 고대 로마제국의 상징 콜로세움을 보겠구나. 말로만 들었던 옥타비아누스, 시저... 그들이 거닐었던 장소에 나도 와서 똑같이 걷고 있다는 생각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좋다.










근데, 너무 덥다. 해가 거의 졌는데도 덥다. 로마 지도에서 보았던 ICE CLUB만이 살 길이라 생각하고 그곳으로 갔다. ICE CLUB은 내부 온도가 영하 5도인 일종의 펍으로 입장 시 커다란 재킷을 준다. 펍 내부의 인테리어도, 술잔도 모두가 다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다. 15분 정도 앉아 있으니 벌써 추워진다. 게다가 밖의 온도에 맞춰 난 짧은 민소매 옷과 플립플랍을 신고 있어 발도 시려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꾹 참고 1시간은 더 있어 보고 싶은 마음에 꾹 참아가며 술을 마시고 오직 열을 내기 위해 몸을 살짝 흔들어본다. 그리고는 내 손에 들려진 술을 다 마시고 바로 잔을 우두둑 우두둑 깨 먹어 버렸다. ^^ 그렇게 1시간 여의 투쟁 끝에 클럽을 나와 야광등이 들어온 콜로세움을  가로질러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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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건디에서 다시 떠나는 길. 오늘의 목적지는 프랑스 동남쪽 끝, 휴양도시 니스.

(그러고 보니 어쩜 위치까지 부산이랑 비슷하지? ^^)

30도를 훌쩍 넘는 바깥 온도,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어도 차 안의 온도는 흡사 40도가 될 것 같다. 이런 날씨에 차에 7시간 앉아 있으니 두통까지 몰려온다. 참을성에 한계가 올 무렵, 드디어 니스에 도착했다. 이제까지 봤던 프랑스의 다른 도시들과 뭔가 다른 느낌이다. 굉장히 어수선하지만 그만큼 더 생기가 돈다고나 할까. 그리고 왠지 낯설지 않은 이 느낌.

성수기라고 모든 게 비싼 건 어느 나라나 똑같은지 짜증을 유발시키는 주차요금을 내고, 근처에 봐 두었던 성당으로 갔다. 이 성당 역시 이름은 노트르담 성당. 노트르담은 'Our lady'란 뜻으로 프랑스 전역에 이와 같은 이름을 한 성당이 많다고 하는데, 다만 파리에 있는 것이 워낙 크고 아름답기에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대명사가 된  것뿐이란다. 그러고 보니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과 그 외관이 비슷한 것 같다. 

조용하게 안으로 들어가 니스에 무사히 도착하게 해 주시고, 이렇게 별 탈 없이 프랑스 돌아다니게 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이나라 저나라 잘 들쑤시고 다닐 수 있도록 보살펴 달라고 마리아 님께 전하고 나왔다.

"트램이다!" 

여행 중 자주 보게 될 트램이었지만, 내 생애 처음 본 트램에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었다. 기차도 아닌 것이, 지하철도 아닌 것이, 도로 위에 난 길을 따라 달리고 있다니!


프랑스 제5의 도시 답게, 그리고 최고의 휴양도시 답게 거리엔 상점들이 넘치고, 여행객들은 도로를 가득 점령하고 있다. 길을 따라 걸으면서도 끊임없이 감탄하게 되는 유럽식 전통건물 안에 들어서 있는 현대식 상점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그 자태를 뽐내고 있는 지중해 바다. 


 '저 색깔이 사람들이 말하는 에메랄드 색이라는 거구나.'


부산에 살면서 심심하면 찾아가서 볼 수 있는 바다임에도 불구하고, 바다는 볼 때마다 항상 새롭고, 다른 느낌을 내게 준다. 그래,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는 것들 중의 하나가 바로 바다다.

게다가 오늘은 역사적인, 내 생애 처음으로 지중해를 만나고 있으니. 태평양으로 연결되는 부산의 바다를 계속 보고 있으면 나도 같이 쭉 태평양 너머로 뻗어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지중해와 맞닿은 니스의 해변은 괜스레 끝이 보이지 않는 아주 큰 연못 어느 귀퉁이에 있는 것 같다. 내게 지중해는 거대한 연못과도 같은 느낌인가 보다. 

파란 바다 색깔에 맞추어 백사장에 늘어선 파란 파라솔까지 장관을 이루고 있다. 겉으론 아름다워 보이지만 이곳은 돈을 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유료 해변이고, 파라솔 없이 사람들 마음대로 놀고 있는 곳은 무료 해변이다. 니스의 새변은 모래사장이 아닌 자갈마당이라 오래 걷지는 못하겠다. 앉으려고 하니 엉덩이도 따갑고 돌도 햇볕에 상당히 익었다. 그래도 무료 해변에 있는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있다.

바다를 바라보고 섰을 때 오른쪽으로는 쭉 벋은 해변이 있다면, 왼쪽을 봤을 때 높은 언덕이 눈에 보인다. 이 모습이 익숙하다. 어디서 보았지? 그래, 해운대! 해운대 바닷가도 딱 이런 지형이지.



"내게 해운대가 바다 그 자체의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까?"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게 해운대는 일 년에 몇 번이나 들락날락했던 곳. 수많은 추억이 있는 곳. 난 온전히 해운대의 풍경만을 내  가슴속에 담은 적이 있을까? 항상 누군가와 함께 했던 추억, 혹은 울적함에 소주병 사 들고 혼자 갔던 곳인데. 바다를 보면서도 바다를 본 게 아니라 내 옆의 사람과 혹은 나 자신과 이야기했지 바다와  이야기해 본 적은 없다. 해운대를 쉽게 자주 갈 수 있었던 건 참 행운이지만, 해운대의 기억이 바다 그 자체가 아니라는 생각에 괜히 해운대에게  미안해진다. 하지만, 내게 해운대가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여행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가끔씩 내 앞에 마주하고 있는 것만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내 앞에 있는 바다, 내 앞에 있는 음식, 내 앞에 있는 거리, 내 앞에 있는 사람. 지금 이 순간의 나 자신에 집중하고, 이 순간 나와 함께 있는 사람과 공간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 그래서 여행이 필요할 수 있다.


해변가에서 놀고 있는 섹시한 오빠들과 예쁜 언니들을 흐뭇하게 감상하며 도착한 언덕. 과연 내 예상대로 지중해 앞바다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너무 눈부셔 눈도 제대로 뜨기 힘들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니스를  내려다보는데도 아까 해변에 두고 온 부산 생각에 갇혀 있다. 이곳에서 니스를 보니 더욱 부산 같다. 내 시선 어디에나 들어오는 산과 좁다란 골목길 그리고 바다까지. 니스에 도착하자마자 들었던 낯설지 않았던 그 느낌이 바로 그것이었다. 비록 건물은 한국의 그것과 완전히 다르지만, 한여름의 니스는 부산을 떠올려주기에 충분했다.

 

프랑스 북쪽의 건물들은 대게 회색 건물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곳 니스는 색색의 건물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혹시 남쪽의 따뜻한 날씨와 북쪽의 습기가 많은 눅눅한 날씨가 사람들의 감정에도 영향을 미쳐 건물 색깔도 차이가 나는 걸까? 국토가 넓다 보니 지역별로 삶의 방식도 많이 다를진대, 이곳 해가 쨍쨍하게 내리쬐는 니스에서는 이렇게 밖에서 빨래를 말리는 반면, 프랑스 북쪽에서는 습기 때문에 외부에서 빨래를 말리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도 지역별로 음식과 문화가 다른데 하물며 한국보다 더 넓은 나라에서는 얼마나 차이가 많이 날까.

유럽 음식에 지쳐 베트남 쌀국수 가게를 보고 환호성을 지르며 들어갔다. 프랑스어를 굉장히 잘 구사하는 베트남 주인이 나와 자리를 안내해 준다. 나중에 우리 옆으로 그녀의 친구들이 들어와 앉는다.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더 열심히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것을 보니, 자유로운 유럽의 생활방식에 그녀가 이미 많이 익숙해진 듯하다.

이탈리아와 가까워서인지, 날씨가 더워서인지 젤라토 아이스크림 가게가 상당히 많다. 그리고 어김없이 맛있다! 

늦게 해가 지는 유럽. 8시 반이지만 아직도 해가 지지 않았다. 으레 그렇듯이 이곳에도 가판대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길에서 레게머리를 만들어 주며 돈을 벌고 있는 사람도 발견했다. 모든 것을 길에서 팔 고 있는 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제대로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한참을 구경하고 있었다. 하긴 캄보디아에는 목욕탕 의자와 어린이용 책상을 길에 펼쳐 두고 네일아트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큰 가방 하나를 메고 돌아다니면서 마사지와 제모 서비스를 팔고 계시는 어머님도 있었다. 내게 주어진 장소가 없어도 내가 가진 능력으로 내 삶을 꾸려간다는 의지를 괜히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드디어 해가 지기 시작한다. 시간은 밤 10시가 되었다. 밤이 된 시내는 더욱더 해운대 바닷가 길을 연상시킨다. 니스에 미안하게도 이곳에서 부산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 아마도 싱가포르를 뜨기 몇 달 전부터 앓고 있던 향수병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내겐 그렇다.

걷기에 적당한 온도가 된 해가 진 니스 거리를 계속  떠돌아다녔다.

높은 온도에도 습기가 낮아 놀기 좋은 곳.

바다 색깔이 너무 예쁜 곳. 

바다뿐 아니라 골목길도, 건물도, 성당도 아름다운 곳.

아,,, 니스에서 하룻밤만 묵고 가기에는 너무 아쉽다.


PS. 내가 문을 직접 열어야만 되는 엘리베이터. 아직도 너무 신기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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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떠나 벨기에로 가는 날 아침, 버스터미널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배낭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지하철을 탔다. 정거장을 지날수록 많은 사람들이 꾸역꾸역 안으로 들어오며 오랜만에 지옥철을 보게 됐다.


1분 1초가 중요한 출근시간에는 한 명이라도 더 타야 되는데 싱가포르 지하철은 항상 느긋하다. 안쪽은 텅 비었는데 문 쪽만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밖에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으면 문 쪽에 서 있는 사람들이 안 쪽으로 들어가면 될 것인데 이 사람들은 이기적인 것인지, 예의가 발라 타인을 차마 밀지 못하는 건지 절대 문 쪽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싱가포르에서 4년 살고 나서는 후자일 거라고 잠정 결론 내렸다.) 한때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죽음의 구간을 지나 삼성역에 있는 회사에 출근했던 나는 안쪽이 명당이라는 걸 알기에 타자마자 “쏘리, 쏘리”하며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 넓은 자리를 차지했다. 지하철에 타며 모세의 기적처럼 내가 길을 만들면 누구 한 명 나를 따라와 젖과 꿀이 흐르지는 않더라도 약속된 편안함이 있는 그곳으로 가길 바랬는데, 날 따라오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시내 중심가로 갈수록 지하철 문 쪽만 사람이 꽉 차서 지하철 문도 못 열고 그냥 역을 지나치는데도 안쪽에는 한 두 명만 서 있다.(대게 안 쪽에 서 있는 사람들은 자국에서 지옥철 훈련을 받고 온 나 같은 외국인들로 보였다.)

“더 많은 사람들이 탈 수 있도록 지하철 안 쪽으로 들어가 주세요.”


방송이 나와도 움직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 지하철을 타야만 지각을 면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한국에서 온 사람에겐 정말 어이없는 풍경이 매일 아침 싱가포르 지하철에서 벌어진다. 못해도 열 명은 더 태울 수 있는데 지하철은 속절없이 역을 떠난다. 물론 지하철 타려고 사람들을 미는 게 안전한 일은 아니지만, 출근 시간에는 그만한 미덕도 없다. 


언제나 자리가 남는 싱가포르의 지하철 생활에 익숙해졌는지, 발 디딜 틈 없는 출근 시간 파리 지하철이 참 어색했다. 그러다 마침내 지하철 안의 거친 사람들을 보며 고향에 온 듯 편안함을 느꼈다. 그래 지하철은 이래야 제 맛이지! 오랜만에 사람들로 빽빽한 지하철을 나는 앉아서 구경하며, 파리지엥들의 지하철 내 공간 활용능력에 깊이 감탄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나도 직장인이었는데’


사람들에 섞여 지하철에서 내렸다. 많은 사람들은 내가 내린 지하철을 계속 타고 갔다. 나와 함께 내린 한 무리는 나와 반대방향으로 우르르 걸어갔다. 모두가 나를 버려두고 떠나는 느낌이었다. 누가 봐도 떠나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버스터미널로 걷는 나.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나도 저들과 같은 방향으로 걸었는데, 지금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자발적으로 자유를 반납하고 살아오던 내가 자유를 찾아 여기에 서 있는데, 이상하게 허전했다. 왠지 저 사람들의 뒤를 쫓아 나도 다시 지하철을 타야 할 것 같았다. 기껏 자유를 만들었는데 아직 그 자유에 적응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과연 여행이 끝났을 때 나는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까? 그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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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생미셸에서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생 말로saint malo로 갔다.

마을 전체가 성에 둘러 쌓여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브리타니 지방이라고 하는데 몽생미셸이 어느 지역에 속하냐 하는 것을 두고 아직도 노르망디와 브리타니 사람들의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을 내 지방에 꼭 두고 싶은 그 마음 ^^

성 안의 아름다운 마을과 해수욕장 때문에 휴가 온 사람들을 많이 찾아오고 있지만, 이곳은 외국인들보다 여름휴가 온 프랑스인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간조 때라 물이 빠져서 바닷물 대신, 바닷물을 끌어와서 만든 수영장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놀고 있다.

마침 마을에는 벼룩시장이 열렸다. 많은 여행객들 때문일까. 벌써 많은 상점들이 들어와 있었지만, 일요 벼룩시장 덕에 길거리 좌판에서 많은 물건이 나와 있다. 파리에서 벼룩시장을 못 가 좀 아쉬웠는데 이렇게 벼룩시장을 보다니. 예쁜 골목길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은 언제나 보기 좋다. 멋지게  차려입은 키 큰 중년 여성이 신발을 고르고 있는 모습마저도 특별해 보인다. 




늦은 오후 시간 활기에 찬 거리가 인상적이다. 길거리에서 파는 와플과 도넛을 먹으며 한 시간여를 그저 걷고 또 걸었다. 사람들을 보고 물건들을 보며... 그렇게 걸어 걸어 예쁜 벽돌 길과 벽돌집을 지나 성에 올랐다. 벽돌색은 전체적으로 우중충한 색을 띠고 있어도 모든 건물이 다 비슷한 색을 가지고 있으니 정말 동화 속의 (밤이 되면) 무서운 마을 같다. 지붕 부분을 왜 저렇게 지었는지 집의 높이가 높아도 2층엔 작은 다락방만 들어갈 수 있는 집. 외벽도, 지붕도 모두가 벽돌로 지었다. 그리고 자그만 창문. 전쟁시를 대비하는 건가?

좁은 골목길을 지나고 마을을 둘러싼 성을 넘어오면 나오는 넓은 모래사장. 이곳도 조수간만의 차가 큰 편이라 곧 바닷물이 들어온단다. 바다였다가 길이었다가 이 길을 걷다 보면 흡사 부산의 다대포나 송정 해수욕장이 생각난다. ^^ 화창했던 날씨는 바다 쪽으로 갈수록 흐려진다. 

바닷가 쪽에서 마을을 바라보니 거대한 모래산 덕에 흡사 재개발 예정지구 같은 느낌을 준다.  멀리 있는 유럽식 건물과 높은 교회 건물이 재개발의 느낌을 상쇄시켜준다. 가만히 돌 위에  걸터앉아 여행의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며 앞으로 어느 곳에 가고 싶은지, 그곳에서 무엇을 찾고 싶은지 생각해 본다. 

바닷물이 다시 들어오는 시간이라 아쉽게도 땅끝에 있는 성(이라고 불리지만 잉글랜드 군에 항상 대비해 있었을 망루 같은)에는 들어가 보지 못하고 돌아와야만 했다. 


파리뿐만 아니라 프랑스 어느 곳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전통을 최대한 지키는 그 마음을 오늘 몽생미셸과 생말로에서 또 만났다. 전통적인 건물 안에 있는 현대식 상점에서 전혀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휴가를 맞이한 프랑스인들, 휴가가 아닐 때도 카페에서 항상 여유를 찾는 그들이 이곳에서 더 큰 여유를 누리는 모습이 괜히 인상적으로 남을 곳이었다. 

내일이면 다시 로드트립, 7시간의 이동을 해 프랑스 중부로 내려간다.

어떤 모습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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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프랑스 | 생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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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묵었던 도시 bagnole de l'orne에서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프랑스의 북서쪽. 그 유명하다는 몽생미셸. Mont-Saint-Michel. 논 저 멀리 성 같은 섬이 보인다. 들어가서 설명을 보니 성이 아니라 수도원과 교회가 결합된 형태인  "Abbey"라고 한다.

 자가용을 이용하든 버스를 이용하든 도착하게 되면 모두 하차하여 무료 셔틀버스나 하루에 3번 운행하는 마차)를 이용해 들어가야 한다. 물론 걸을 수도 있지만, 셔틀버스로도 10-15분 정도 되는 거리라 시간의 제약이 있는 여행객이 걷기엔 조금 먼 거리가 되지 싶다. 하지만 걷게 된다면 갯벌을 직접 밟으며(만조 때는 얕은 바다가 되는) 조용기 걷기에 좋은 그런 길. 어떤 자유로운 영혼들은 이미 신발을 벗고 갯벌을 걷고 있다. 

셔틀버스에서 내린 우리를 반겨주는 몽생미쉘

셔틀버스에서 내리니 날 반기는 이 장면. 정말 멋져서 몇 분간 가만히 서서 몽생미셸을 보고 있었다. 무려 800년에 걸쳐 지어졌다고 하는 몽생미셸. 프랑스 본토(?)에 다녀오던 수도승들이 벽돌을 하나하나 가져와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몇 년 전까지는 몽생미셸과 본토 사이를 연결하는 도로가 있었다고 한다. 그 도로 덕에 바닷물이 막혀 도로 옆으로 모래들이 쌓였고, 또 간척 사업 덕에 더 이상 섬으로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섬이 아닌 그저 프랑스와 연결된 땅이 되어 버려 안타까웠던 걸까... 몽생미셸을 섬으로 다시 만드는 '몽생미셸 프로젝트'를 통해, 도로를 철거하고 다시 다리를 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업이 2015년에 완공되었으며, 난 운 좋게 완공되고 이곳에 방문하게 되었다. :) 비록 600m만 떨어져 있다 해도 바다에 둘러싸인 육지와 떨어진 수도원이라니, 정말 속세에서 벗어나 진리를 찾으려고 했던 수도승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잖아.

여기도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데 누군가 차 빼는 걸 잊어버렸다!! 밀물 때에는 섬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도 물이 차 오른다. 어쩜 이런 곳에 이런 거대한 수도원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한여름, 극성수기의 프랑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이 작은 섬에 입장한다. 수도원 밑으로 이렇게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좁은 벽돌 길 사이로 들어서 있는 상점들과 식당들. 유럽식 벽돌 바닥과 좁은 골목길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사람들의 물결에 휩쓸려 그냥 같이 올라간다..

벽돌 길을 오르는 중에 건물 틈으로 보이는 바다가 참 아름답다. 근데 덩그러니 섬만 있는 곳이라 그런가. 8월 한여름에 나만 너무 춥다. 사진을 찍으니 흡사 북한 여자 같이 나온다. 싱가포르에 너무 오래 살았나...

몽생미쉘 수도원의 거대한 벽

몽생미셸 수도원에 입장하기 위해 입장권을 사야 된다. 한여름의 프랑스를 여행하는 일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앞으로 가게 될 로마도 그럴까??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길도 참 운치 있다. 정말 프랑스는 전통적인 도시 외관을 보존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들인다고 하는데 이런 곳에서 그런 노력이 보인다. 실제 파리의 건물은 내부는 최신식이더라도 외관은 고풍스러운 옛날 분위기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노력한단다.

 "이런 전통을 유지하려다 보니 우리나라가 건축, 보수공사를 되게 잘 해. ^^"

 라는 친구의 한 마디. 

엄청난 높이의 수도원 천장. 그리고 수도원 중앙에 위치한 정원. 툴루즈에서 봤던 그 정원과 같은 모양이다. 수도원 내부를 돌아보는 틈틈이 보이는 바다와 하늘. 과연 이곳에서 신을 섬겼던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곳까지 오게 됐을까? 섬에 있는 수도원을 택한 사람들에겐 분명 더 드라마틱한 사연이 있지 않았을까…

국경의 거의 끝에 위치한 수도원이라 그런지 예배당과 복도에 대포도 있고, 망루의 흔적도 곳곳에 있다. 실제로 영국과 가까운 위치 덕에 중세시대 잉글랜드와의 전쟁이 자주 일어났던 곳이란다. 전시 중에는 이 섬의 수도사들과 거주하던 주민들도 함께 섬과 수도원을 지켰을까? 수도원의 옥상에서 하늘을 보니 정말 신이 계신 하늘을 가장 가까이 느끼고 싶어 했던 사람들의 뜻 그대로 그 어느 것도 없이 오로지 하늘만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바람은 무척 차다... 그곳에서 땅을 내려다보니 속세를 떠나 오직 진리를 찾기 위한 곳으로 제격인 생각이 들다가도, 이 세상 그 어떤 것들보다도 가장 위에 존재했을 중세시대 신을 섬기는 사람들의 권위를 말 그대로 보여주는(섬의 꼭대기에 수도원이 위치하고, 상점과 마을이 섬의 가장 아랫부분에 위치한) 섬이 눈에 들어온다...

바다와 논밭의 경계가 전혀 없는데 그래서 이곳에서 재배한 식물들은 그 맛도 좀 다르다고 한다.

내려오는 길에 식당에 들어 몽생미셸의 유명한 오믈렛 대신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홍합요리를 다시 먹었다. Le pouland라는 식당인데(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 가이드북에 소개된 식당이다. 근데 왜 소개됐는지 잘 모르겠다. 위치가 좋아서?)  서비스가 너무 느렸다. 아무리 식당에 사람이 많았지만 이곳에서 2시간을 있었다. 이래서 가이드북에 나오는 식당은 의심부터 해 봐야 하는가? ^^; 하지만 바닷바람을 맞으며 먹는 요리도, 경치도 멋있긴 했다. 프랑스의 Mouls(홍합) 요리도 맛있지만, 역시 내겐 한국의 홍합탕이 최고. ^^

그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꼭대기에 동상을 올려두었을까

몽생미셸에서 내려와 다시 셔틀버스를 타려다 마침 마주친 마차를 탔다. 한 사람당 5.3유로 하는데, 셔틀버스로로 10분 정도였던 왔던 거리를 다시 돌아간다. 말이 움직이기 시작하며, 또각거리는 소리를 낸다. 그 소리가 참 듣기 좋다.  몽생미셸이 있는 프랑스 북쪽 노르망디 지방은 말로도 유명한데 이 말들도 노르망디에서 태어나고 자란 말들이고 하루에 이렇게 세 번의 왕복 운행을 한단다. 총 18km를 운행하는 거라고 안내원이 장히 자세히 설명해 주네. 우리는 말의 노동시간도 잘 지켜준다는 말인가...

나중에 알고 보니 몽생미셸은 야경이 아름답기로도 아주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언젠가 다시 올 기회가 된다면 저녁에 한 번 들르고 싶다. 그리고 수도원의 가장 높은 곳에서 좀 더 오래도록 명상에 잠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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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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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립 도서관을 갔다가 센강을 보며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는 바스티유 감옥이 있던 곳으로 왔다. 바스티유 감옥은 혁명 당시 다 파괴되어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고 대신 혁명을 기념하는 탑만 남아 있다. 아무 계획 없이 온 여행이라 무엇을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그다지 없었는데도 굳이  아무것도 없는 이 '터'에 꾸역꾸역 온 것을 보면 전공을 속일 수는 없다. 그래, 난 한때 열렬히 역사를 사랑했고, 국사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사학과를 전공한 사람이다. 그 탑을 보며 괜히 눈을 감고 그때 혁명을 상상해 봤다. 그들의 절박함, 사람답게 살고 싶은 그 소망들을...


                                          센 강에 있던 야외 수영장


오늘은 토요일, 친구의 친구 초청으로 바비큐 파티에 가게 됐다. 사실 파티랄 것도 없는 다섯 명이서 맛있게 고기를 구워 먹는 자리. 으레 삼겹살을 기대했던 난 그들이 굽고 있는 갈비뼈가 붙어 있는 고기들을 보며 속으로 실망을 했다. 그래 폭립이고 뭐고 역시 난 그냥 삼겹살이 최고!


 "근데 한국의 역사는 어때? 무슨 일들이 있었어?"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 될지 잠시 고민했다. 한반도의 역사는 반만년 정도 되는데 그걸 어떻게  이야기해줘? 그 질문에  이런저런 답변을 하다가 일본의 식민지 시절을 이야기하던 중 묘한 기분을 느꼈다. 유럽에 오기 전 나는 아시아에서만 살면서 아시아 문화만 접했던 사람이다. 아시아 역사는 주로 서양으로부터 침략을 당한 역사. 동남아 대부분 국가도 이미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의 식민지였었다. 그래서 다른 아시아 국가의 박물관을 가 보아도 서양으로부터 침략당했던 자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게다가 심심치 않게 유럽풍의 건물들도 발견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약소국으로 살았었던 그 시절의 아픔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 프랑스인들, 영국처럼 제국주의로 온 지구를 들쑤시고 다닌 나라 중 하나다. 그 결과 베트남에서도 나이 많은 어르신들 중 프랑스어를 하는 어른들을 찾아볼 수가 있고, 아프리카의 몇몇 국가는 아예 프랑스어가 공식 언어이다. 그 덕에 본국의  영토뿐 아니라 몇 개의 섬 역시도 영토로 가지고 있는 나라. 약소국의 설움을 모른다. "우리도 나치에게  지배당했었어."라고 말하지만 그것도 고작(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는 않지만) 3년 간이었다. 본인들이 식민지로 거느렸던 많은 나라들. 그 사람들이 고통당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할 말은 있단다.

"그래도 우리는 다른 나라들처럼 심하게 굴지는 않았어. 고문도 심하게 안 하고, 주로 회유하는 식이었어."


실제로 그들이 어떻게 통치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하는 사람에게는 그 자체가 다 폭력일 뿐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그 폭력이 괜찮아질 수 있을까? 그리고 너희 아프리카에 보상은 다 해줬니? 우리는 심하게 식민지 국민들을 대하지 않았으니 일본보다는, 독일보다는 훨씬 괜찮고, 아프리카 문제도 다 해결했다는 그들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들은 역사시간에 수많은 식민지를 거느렸던 그 시간들을 어떻게 배울까? 항상 침략 당해 힘겨워하던 자국 역사에 길들여져서 그런지 강대국의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제국주의에 철저히 뭉개졌던 나라의 국민이었던 나와, 제국주의로 전 세계를 호령했던 나라의 국민이었던 그들과 제국주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는 것. 재미난 경험이다. 


      

오늘 나를 초대한 친구들은 지난주 결혼식에서도 봤던 커플인데 8년째 동거 중이며, 여자가 이전 동거남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까지 총 세명이 함께 살고 있다. 프랑스 문화상 그리고 법률상 동거도 결혼과 거의 동일한 형태의 가족임을 감안해 보면,

 '이 남자 부처님의 마음을 가지고 있네. ^^;'


 본인보다 8살 많은 미혼모와 살면서, 그녀의 아들까지 거두어서 같이 지내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닐 텐데 그렇다고 여자분이 돈을 많이 버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친구들도 왜 이 남자가 이 여자를 선택했는지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하는 걸 보면 프랑스인들도 그런 조건은 참 받아들이기 쉽지는 않나 보다.

 내가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났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아이가 있는 싱글이라면, 난 그 사람의 아이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 조건들 하나도 안 보고, 그 사람의 단점까지도 다 받아들일 수 있을까?

뭐 언젠가 헤어질 수도 있는 게 사람 일이지만, 그렇게 쉽지 않은 사람을 만나서 보듬고 사랑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내가 연애하는 모습이 갑자기 어린애 같고, 속물 같아 보이는 건 왜 일까..?

                   

여기저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낙서들

갑자기 이 커플, 대마초를 피기 시작한다. 프랑스에서도 분명 불법인데 어디서 구해 왔는지 피기 시작한다. 아들도 있는데 꼭 저러고 싶을까? 좋게 보이던 그들의 이미지에 좀 금이 가는 순간이다. 둘이 피는 건 상관없지만 아들 앞에서는 좀... 

내가 보수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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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프랑스 |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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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여행 마지막 날 아침, 오르셰 미술관을 가는 길에 일요일마다 서는 장에 들렀다. 유럽의 아무리 작은 동네에서도 으레 만날 수 있는 성당과 성당 주변의 광장. 그 광장에서 매주 일요일 아침 벼룩시장이 열린다. 일요일 아침인데도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장에 나와 있다.

내가 딱히 살 건 없지만 그래도 이런 시장을 보는 재미는 꽤 쏠쏠하다. 이런 시장에 와야지 좀 사람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구경을 마치고, 오르셰 미술관으로 향했다. 오늘은 8월 첫째 주 일요일. 매월 첫째 주 일요일은 프리 선데이라 미술관 관람이 무료다. 그래서 관광객에 시민들까지 오르셰 미술관 앞에서도 역시 줄 서기는  계속된다.

푹푹 찌는 한여름의 날씨 아래 저 앞에 새치기를 하는 두 명의 수녀님 아니 수녀들이 보인다. 1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거리를 조금씩 새치기를 해대더니 결국 20분 만에 입구에까지 도달했다. 수녀복을 입고 뻔뻔하게 새치기를 해내는 대범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가?

기차역을 개조하여 만든 미술관답게 정말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과 한쪽 벽을 크게 장식하고 있는 황금빛 거대한 벽시계가 기차역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입구에 위치해 있는 '자유의 여신상' 그래, '자유의 여신상'은 프랑스가 미국에게 선물로 준 거라고 했었지. 


그 어떤 그림들보다도 그날 하루 일을 마친 후의 그림들이 내 마음을 잡아끈다. 밀레의 <만종>. 하루 일과를 마치고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내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감사기도를 드리는 여인의 모습과,

농사일을 마치고 소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농부의 모습. 뒤로 비치는 햇살이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신비하게 만들어 준다. 하루를 열심히 보낸, 노동의 가치를 더 신성하게 만들어 주는 느낌이다. 그래, 어떤 위치에서든 주어진 시간, 하루를 열심히 보낸 사람이라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 법.


폴 세잔의 그림이었나? 가족모임이라는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하나, 둘, 셋!' 찰칵. 각자 자리에서 사진을 찍을 때의 모습을 나타낸 것과 같은 그림. 재치 있는 그림이다.


흑인은 언제부터 유럽에서 노예로 생활하게 되었을까? 그림과 조각에서 심심치 않게 노예로 보이는 흑인들이 등장한다. 역시 그림, 문학 등 예술을 잘  살펴봐도 그때의 시대 상황,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역사는 정말 어느 곳에서나 존재한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간도 그냥 지나가는 순간이 아닌 역사가 되기 때문에 현재를 잘 살아내야 한다고 한참 공부하던 언젠가 생각하곤 했었다..


한 곳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 들어가기도 힘들다. 바로 나도 좋아하는 <반 고흐 작품 전시관>

정말 집도 하늘도 숲도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그 당시에는 완전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던 그인데 지금 그의 그림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을지 그게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암스테르담 가면 무조건 반 고흐 미술관을 가야지. 그나저나 이곳에 소장되어 있어야 될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이 대여 중이라 못 봐서 너무 아쉽다.

3년 전 싱가포르 박물관에서 "오르셰전"이 열렸을 때, 그 그림 앞에서 30분을 가만히 보고 앉아 있었다.

그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참 멋지고 이상하게 슬펐던 그 그림.



오르셰 미술관 옥상에서 보는 파리는 역시나 아름답다. 멀리 몽마르트 언덕의 사크레쾨르 사원이 보인다. 그리고 그 아래를 지나가는 투어 보트. 이렇게 큰 규모의 투어 보트는 파리에서 처음 봤다. 역시 엄청난 수의 관광객들이다. 한여름의 파리는 시민의 수보다 관광객의 수가 3배는 더 많다고 한다. 한여름의 해운대는 다른 지방의 관광객들이 더 많듯이 한여름의 파리는 관광객들에게 점령당해 있다!


미술관을 나와 대충 와플을 사서 강변에 앉아 먹으며 사람 구경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강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고, 돗자리를 깔고 벌써부터 술을 마시는가 하면, 누군가는 나처럼 그저 사람 구경을 하고 있다. 


오늘이 8월 2일. 한 달 전에 퇴사를 했고 지금 난 프랑스 파리에 와 있다. 여행  일주일째. 내가 하고 있는 여행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었나. 내가 원하는 여행의 모습이었나. 또다시 고민이 시작된다. 여행 와서도 이렇게 고민을 하는 나는 무엇인가. 그 시간 그 장소에 온전히 나를 맡기는 것은 언제쯤 내게 가능한 일이 될까? 아니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여행은 무엇인가? 난 내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고 싶어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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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프랑스 |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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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루브르 박물관에 가는 날. 오늘은 드디어 날씨가 맑아졌다. 하늘도 정말 예쁘다!


다 돌려면 일주일도 더 걸린다는 이 방대한 박물관. 난 역사학자가 아니므로 하루만 박물관 관람에 쓰기로 했다. 세계 3대 박물관에 포함되는 그 명성에 걸맞게 사람이 정말 많고 줄이 엄청 길었다. 하지만 어제 내가 샀던 뮤지엄 패스 덕에 대기 없이 바로 통과하여 박물관에 진입할 수 있었다! 정말 예쁜 녀석이다! :) 같이 간 친구는 루브르 박물관에 돈 내고 입장한 게 처음이라고 한다. 아니 그럼 루브르 박물관을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거야?

 "아니, EU 시민은 누구나 만 25세 이전에는 모든 박물관 입장이 무료야."

헉 만 25세?! 내 머리는 재빠르게 우리나라 박물관에는 그런 혜택이 있는지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몇몇 곳은 그런 혜택이 있지만, 가격의 차이만 있을 뿐 학생들에게도 입장료를 다 받는다. 그리고 혜택이 있더라도 초등학생들에게만 주어질 뿐... 신선한 충격이다. 우리나라 나이로 26,27세까지는 루브르 박물관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니. 문화강국은 역시 다르구나 싶었다. 가난한 학생들, 갈 곳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학생들이 쉽게 박물관에 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게다가 만 25세이면 대학생도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박물관의 문턱이 없어 문화재와 예술 작품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학생들은 우선 자신들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위대한 작품들을 보며 생각과 상상력, 창의력 등이 자랄 수 있는 참 좋은 환경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매일 관광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기에 가능한 일이려나? 어쨌든 만 25세까지 박물관 무료입장은 대박이다!

파리 뮤지엄 패스 - 강추!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지하 입구는 애플, 루이뷔통 등의 명품 상점까지 갖추어져 있다. 아무리 언제나 관광객들로 넘치는 루브르 박물관이지만 이런 상점들이 있어서 살짝 실망스럽다고 하자,

 "아니야, 이건 관광객들의 시간을 절약해 주는 거야. ㅋㅋㅋㅋㅋ" 란다. 


세계 7대 미스터리,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 10대 시절 항상 나의 판타지에 있던 이집트. 내 인생에서 이집트 유물을 보는 첫 경험. 스핑크스부터 벽, 미라를 만든 후 넣는 관..  난생처음 보는 이집트 유물들이 바다 건너 프랑스에 전시되어 있었다.

스핑크스
너무 귀엽잖아! ^^
파라오의 관

관이 정말 화려하지 않은가. 뱀의 얼굴을 하고 사람의 몸 모양으로 만든 관. 그리고 그냥 두기 심심했는지 아름다운 무늬도 새겨놓았다. 사후세계에 쓸 수 있도록 필요한 소지품들도 같이 묻혀 있었다니 정말 절대왕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장례문화다. 4000년 전에 이런 것 등을 만들었다니 정말 대단하잖아. 장례  문화재뿐 아니라 장신구, 옷, 그릇 등의 물건들도 얼마나 화려하고 독특하던지 내 눈이 정말 호강했다. 정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고대 이집트인들만의 독특한 문양과 물건들. 그들의 예술 감각에 감탄을 하면서도 이런 예술이 극소수를 위해서만 쓰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노예로 살며 평생 노동력을 착취만 당했겠지..


처음 만나는 이집트가 너무 좋아서, 무려 2시간이나 그곳에 있었다. 집중을 끝내고 멍한 마음에 별 생각 없이 박물관 복도 곳곳에 나 있는 화살표를 따라갔다. "모나리자 ->"

모나리자가 있는 방에 도착했지만 사람들만 굉장히 많았다. 멀리 보니 내 손바닥 크기로 모나리자의 그림이 보인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둘러싸고 있어 감히 앞으로 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의 격렬한 사랑 덕에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커다란 유리 액자가 모나리자를 둘러싸고 있고, 이곳을 관리하는 직원도 따로 있을 정도다. 사진으로 찍어도 유리 액자 때문에 잘 나올 리가 없겠다. 사진 찍는 건 포기. 

사진 찍는 걸 포기하니 측면에서, 정면에서 자유롭게 볼 수가 있다. '왜 이 그림이 그리 대단한가?'를 알고 싶어 몇 바퀴를 돌며 여기저기서 관찰해 봤지만, 그 특출함을 알아채기에 난 정규 교육을 너무나 잘 받아 안목이 부족하고, 주위 사람들은 끊임없이 날 밀어댄다. 이만 안녕, 모나리자. 다음에 또 볼 날이 있겠지.

사진 엄청 못 찍었네. 로마 황제를 그렇게 동경했던 나폴레옹이 왕비 조세핀에게 왕관을 하사하는 그림. 한 벽을 가득 채울 만큼 엄청난 크기이다.

그리고 루브르를 유명하게 만든 또 하나의 이유, 밀로의 비너스를 보러 왔다. 역시 많은 사람에  둘러싸여 있다.

이런 예술작품은 왜 명작인 걸까. 왜 나는 그런 것을 알아보지 못할까?? 그리고 이 사람들은 그걸 알기 때문에 이렇게 모여드는 건가? 근엄하고 경직된 얼굴에 육감적인 몸이 기막히게 연출이 된 거라고 하는데, 설명을 볼수록 어쩐지 난 미궁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이런 거 저런 거 다 때고 역시 내가 온전히 느껴야 하는 건데...

모나리자보다, 밀로의 비너스보다 내가 좋아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인공들 동상이 더 좋다. 제우스도, 아폴론도, 아테나도 아프로디테도.. 항상 책과 그림으로만 보던 신들은 본토에서 이렇게 그려졌었구나. 한 신도 수백 가지 버전으로 조각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신화를 숭상했는지 알 수 있다. 신이지만 정말 인간과 똑같은 모양, 인간이 느끼는 추악한 감정까지도 그대 가지고 있는, 그래서 그리스 로마 신화는 정이 간다.  




역시 기둥도 그대로 넘기는 법이 없다.

루브르 박물관

루브르 궁을 개조해서 만든 만큼 워낙 방대한 박물관이라 박물관 안으로도 대중교통이 드나든다. 박물관을 관통하는 도로도 있어 참 신기했었다. 박물관이 눈에 많이 보인다면 그만큼 방문할 가능성도 많고, 자연스럽게 문화적인, 교육적인 효과로 이어지겠지.


 "이 소리 한국말 아니야?"

친구가 물어본다. 그렇다. 박물관 구석에서 한 한국인 가족이 말다툼을 하고 있다. 이제 그만 나가자는 어머니, 조금 더 보고 싶다는 아버지, 이럴 거면 박물관 들어오기 전 왜 아무 말하지 않았냐며 어머니를 타박하는 딸. 셋이서 투닥거리고 있다. 아주 살짝 부끄러운 마음을 뒤로 하고 그림 감상을 하러 발길을 돌렸다.

골리앗과 싸워 이긴 다윗의 그림도,

화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림 속의 많은 그림을 그려놓은 화랑 혹은 작업실을 그린 그림도 참 흥미로웠다.


폐관 시간이 될 때쯤 나도 집중력이 떨어져 아시아 관을 마지막으로 보고 나왔다. 

방대한 크기와 그에 버금가는 전시된 작품의 수들. 왜 루브르 박물관이 유명하고 세계적으로 손에 꼽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 중 상당한 양의 작품들이 분명히 다른 나라에서 온 것이다. 전 세계를 정복하러 다니며 전쟁을 통해, 그리고 식민지에서 얼마나 많은 보물들을 가져왔을까. 그런 소중한 유물들을 잘 보관하고, 이 다양한 문명을 한 자리에서 보게 해 주어서 정말 감사하지만, 너희 정말 도둑놈이야! 그리고 이 문화유산들로 '문화, 예술의 나라 프랑스'라는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간다는 걸 생각하면, 프랑스인들 얄밉기까지 하다.


박물관 바로 앞의 튈르리 정원으로 가는 길, 또 사람들이 비둘기와 놀고 있다... 걔네 세균 덩어리라니깐!

어제 몽마르트에서 봤던 모자 파는 사람들, 짝퉁 가방 파는 사람들 여기도 어김없이 있다.

루브르 박물관을 돌아다니느라 피곤한 발이 휴식하기에 딱 좋은 공원이다. 게다가 비치된 의자들도 매우 편안한 것들이라 낮잠이라도 잘 지경이다. 여기서도 파리의 하늘은 기가 막히게 예쁘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파리 여행을 패키지로 가면 (긴 비행시간과 짧은 여행기간 탓도 있겠지만) 루브르 박물관에서 딱 20분만 있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입장 -> 모나리자와 사진 찰칵 -> 밀로의 비너스와 사진 찰칵 -> 끝" 그리고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하는데 그럴 거면 왜 굳이 입장료를 내고 루브르 박물관에 오는지를 모르겠다. 그런 사진은 인터넷으로도 쉽게 볼 수 있고, 작품은 감상하고 느끼기 위해서 보는 거지, 사진 찍는 건 2순위일 텐데 말이다. '세계 3대 박물관을 내가 방문했고, 그 유명한 모나리자를 봤다!'는 정복 여행인가. 그저 세계지도에  점찍는? 그런 여행은 아니, 관광은 갔다 오고 나서도 별로  가슴속에 남는 게 없어서 몇 번인가 후회했던 경험이 있다. 관심이 없다면 세계 명소라도 들를 필요는 없다. 그냥 제쳐 버리고 관심 있는 다른 곳에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루브르 박물관? 관심 없으면 안 와도 된다. 쇼핑이 좋으면 바로 샹젤리제나 라파예트 백화점에 갑시다! 세계 3대 박물관이니 뭐니 그런 거 남이 만들어 놓은 거다. 그래서 난 고생 좀 하더라도 내 맘대로 다니는 자유여행이 좋다. ^^


튈르리 정원을 나와 퐁네프 다리로 간다. '퐁네프의 연인들' 영화로 유명한 이 다리의 뜻은 '새로운 다리'이지만, 사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라는 곳이다. 오래된 다리 답게 운치 있다. 하지만 내 관심사는 퐁네프 다리 옆의 예술가 다리라고 불리는 이 다리. 다리의 외벽에는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져 있고, 그리고 거기에선 야바위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안녕, 오늘도 만났네요. 관광객을 상대로 한 야바위꾼들. 세네 명이 한 패거리로, 서로 재밌게 게임하는 척하면서 지나가는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실제로 관광객이 개입되기 전에는 굉장히 허술하게 게임을 하면서 누구라도 구슬을 찾을 수 있게 패를 돌리지만, 일단 누군가 게임에 개입하면 그때부터는 인정사정없다. 그 한 명을 아주 호구로 만든다. ^^


시간은 6시 반이지만 아직도 해가 지려면 3시간 반은 더 남은 파리에서 센강 크루즈를 타기로 했다. 1시간이나 태워준단다.  퐁네프 다리가 있는 시테섬에서 에펠탑까지 왕복으로 운행하는 크루즈.


크루즈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내가 미처 몰랐던 파리에 대해 또 알게 되고, 이미 가봤던 노트르담 대성당도, 내일 갈 에펠탑도 여기서 보니 참 근사하다. 그녀는 다이애나 왕비가 이곳 파리 센강 근처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도 함께 해 주었다. 그곳이 파리였구나.. 가만히 앉아서 파리의 저무는 해와 깨끗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니 갑자기 난 행복한 사람이란 걸 새삼 깨달았다. 그동안 방안에만 갇혀 산 사람처럼 끊임없이 파리의 하늘을 보며 감탄한다.

여전히 해는 높이 떠 있다. 해가 10시에 지니 마치 시간을 선물 받은 느낌이다. 그에 맞추어 관광지들도 마감 시간이 저녁 9시 정도이다. 이래서 여름에 유럽 여행은 참 좋은 것 같다. 늦게 지는 해와 관련된 프랑스인들의 농담.

 "해가 아직 안 졌네? 술 마시자. 아, 드디어 해가 졌구나.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술을 마셔야지. ^^"


1시간 여의 뱃놀이를 끝내고 나니 눈에 파리 비치가 보인다. 파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지만 바다가 없는 파리에서  벌써 10년째 만들어지고 있는 인공비치. 인공 야자수도 만들어 놓았다. 쉬고 있는 사람은 있어도 수영복을 입고 있는 사람은 없다.  물놀이할 곳도 없다. 센강에서 수영은 불법이니. 

휴가를 가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비치란다. 그 마음은 참 아름답지만 왠지 파리스럽지 못해서 약간 안쓰러웠다. 이런 거 없어도 충분히 아름다운 도시인데 바다가 가지고 싶었나..  친구조차도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으며, 친구들 중에서도 파리 비치에 가 본 사람이 없단다. 왜 만들어놨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파리스럽지 못하다고 비난을 해댄다.

싱가포르의 쇼핑몰에서 진행되는 어떤 행사들을 볼 때마다 느꼈던 아류의 느낌이라고 할까? 싱가포르에서는 그들의 삶의 중심(!)이랄 수 있는 쇼핑몰에서 연극, 공연, 체육행사, 심지어 학교 졸업식 등 온갖 행사가 다 일어난다. (싱가포르에는 갈곳이 많이 없어 사람들이 주말에 주로 쇼핑몰을 간다. 주말에 쇼핑몰 간다고 좋아하는 초등학생을 보면 안쓰러울 때도 있다.) 쇼핑몰에서 진행되다 보니 행사의 규모에 한계가 있고, 시야에 항상 들어오는 상점들 때문에 집중도도 적으며, 그래서인지 내 것이 아닌 너의 것을 잠시 흉내내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런 행사를 위층에서 보고 있자면 실소가 나올 때가 많다. 남의 것을 따라 하는 사람을 볼 때의 불편함. 파리에서 처음으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여기 파리 비치에서. (그래도 선베드에 누워 낮잠은 자 보고 싶었다.)


파리 비치를 바라보며 새삼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닌 내가 이미 가진 아름다움을 발전시키고 그것으로 승부 볼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온리원으로 살아가는 일..

파리, 넌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고.


마지막으로 Leon에서 먹은 우리나라 홍합탕과 비슷한 내가 반한 홍합요리. 레옹은 프랜차이즈라서 프랑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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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돌아온싱언니

파리에 비가 내렸다.

내가 좋아하는 비 오는 우중충한 날씨가 아침부터 날 반겨준다. :)

하늘은 비록 흐리지만 새벽에 내린 비로 거리는 깨끗하다.


파리 중심가로 가기 전, 근처 카페에 들러 출근하는 프랑스인들처럼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카페가 무척 아늑하다. 에스프레소와 크로와상 하나를 먹고 바삐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아침부터 맥주를 마시며 그전날 있던 스포츠 경기를 보고 있는 여유 있어 보이는 할아버지들도 몇몇 있다. 연금 잘 받으시나 보다.

싱가포르 4년 생활이 내게 남긴 단맛에 대한 애착 덕에 에스프레소는 별로다. 역시 커피는 믹스커피가 진리!

도대체 이 작은 잔으로 뭘 마신다는 거지? 정말 이들은 개운하다고 느끼는 건가?

중심가로 가기 위해 지하철 타러 가는 길. 가게의 간판도 참 아기자기하고, 무엇보다 고층 아파트가 없어서 좋다.


파리에서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파리의 대표적인 건물 오페라 가르니에.

지하철에서 내려 오페라까지 가는 길에 칼바람이 분다.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라 좀 쌀쌀하다.

'우와~'

위대한 음악가들의 흉상

또 그저 탄성만 지른다. 나의 사진 실력이 안타까울 뿐.. 사진으로 보면 그저 멋진 프랑스의 고건물로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그 아름다운 외면에서 한동안 눈을 뗄 수가 없다. 꼭 프랑스인이 아니더라도 슈베르트, 쇼팽 등 위대한 작곡가들을 기리기 위해 그들의 흉상을 건물 전면에 세워놓은 것에서 예술을 사랑했던, 지금도 사랑하는 프랑스인들의 존경심을 엿볼 수 있다. 하긴 그 당시 파리는 세계의 중심이었으니. 대부분 훌륭한 예술가들이 이곳, 파리에서 공연을 하고 네트워킹을 했음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내부는 더욱 놀랍다. 천장까지 빼곡히 채운 그림과 금으로 치장해 놓은 메인 홀. 그 당시 귀족들이 얼마나 화려한 생활을 했는지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현재는 오페라 대신 발레 위주로 공연을 한다고 하니 여전히 내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곳이다. 예전 유럽의 귀족들을 주제로 한 영화에서 항상 보았던 공연장. 그곳에서 귀부인들은 항상 2층 가장 오른쪽이나 왼쪽에서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그물 같은 장갑에 부채를 들고 항상 우아하게 박수를 치고 있었다.

오페라 내부의 도서관

                                                                

공연장

2층에서 바라보는 파리 시내도 꽤 멋있다. 이렇게 옛날 건물과 자동차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도시. 사람들이 이런 풍경을 보러 파리에  오는구나. 오페라 주변에는 이미 많은 수의 관광버스가  몇십 명의 관광객들을 토해내고 있다. 대부분 중국인과 한국인이다. 

                       

문득 오페라에 들어오기 전 나를 삥 뜯으려고 내게 다가오던 집시 언니들을 보았다. 어랏. 눈도 마주쳤네. 파리의 유명 관광지에서는 이렇게 흰 종이 들고 접근하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Can you speak Englsh?"라고 물어보며 다가와서 이러 이러한 내용으로 서명운동을 하는 중이라고 서명에 동참해 달라고 한다. 그리고 서명을 하는 사이, 그들은 일행 중 한 명이 나의 뒤에서 소매치기를 한다. 정말 사람 삥 뜯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이 언니들 내가 여행객으로 보이니 오페라 들어오고 나갈 때 2번이나 내게 다가왔었다. 그리고 순찰차가 오페라로 다가오자 정말 5초도 안 되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루마니아가 EU에 가입하면서 많은 집시들이 여러 나라를 거쳐 이렇게 프랑스까지 왔다고 하는데, 집시들 때문에 꽤 골치  아파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일정한 거처도 없이 이곳저곳에서 잠을 자니 노숙자가 늘고, 대게 순진한 관광객들을 등쳐 먹는 방법으로 먹고 사니 민원도 많이 들어오고...  유명 관광지에는 이런 집시들을 잡으러 경찰들이 자주 순찰을 돌고 있다.


점심은 파리에서도 맛집이라고 하는 (굳이 프랑스에서 일본 음식 먹기) 일본 라멘집에서 맛있게 먹고 반담 광장을 지나, 라파예트 백화점 Galeries la fayette으로 갔다. 내부도 굉장히 화려하고, 특히 천장의 디자인이 참 화려하다. 듣기로는 많은 브랜드가 탄생한 나라 답게 백화점이란 것이 생긴 것도 프랑스가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이 백화점은 이미 지은 지 100년 이상된 곳이다. 내가 들렀던 오페라 근처의 반담 광장, 그리고 이곳 라파예트 백화점도 모두 명품관으로 빽빽하게 가득 차 있지만, 난 별 관심 없어 그저 지나갈 뿐.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라파예트 백화점 옥상을 가기 위해. 높은 건물이 별로 없는 파리에서 도시경관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여전히 파리의 첫날은 흐리고 바람도 많이 분다.



빌딩 숲을 무척 사랑하는 내가 이렇게 낮은 건물들이 주는 매력을 새삼 알게 됐다. 시야가 탁 트이는데다, 빌딩 숲에서 보던 조각하늘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 하늘은 이렇게 넓은 것이었지. 파리 시내의 경관을 살리기 위해서, 높은 건물을 되도록 짓지 않는 프랑스인들 덕분에 파리는 파리만의 분위기를 가지게 되었고, 이 것을 보기 위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파리에 온다. 역시 사람이든, 문화든 자신의 장점을 파악하고, 그것으로 승부를 봐야 하나 보다.

라파예트 백화점 건물 외관 장식

 광진구 혹은 영등포구 크기 정도라는 파리는 그 작은 크기만큼 도보여행이 가능한 매력이 있다. 물론 볼거리의 수와 크기는 비례하지 않는다.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약 10분쯤 걸어서 도착한 마들렌 교회(Église de la Madeleine)에도 잠시 들른다. 그리스 신전같이 굉장히 웅장하다.

교회 안에서 괜히 경건한 마음에 이렇게 청소해 주시는 분께도 감사하는 마음이 마구 샘솟는다.
마들렌의 정문으로 다시 나오면 멀리 콩코르드 광장의 정중앙으로 불룩 솟은 오벨리스크가 보인다. 오벨리스크도 오벨리스크지만, 파리 시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고건물들이 날 더 설레게 한다. 싱가포르에서도 그랬지만, 파리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정말 휴가 온 기분이 항상 들 것만 같다.

이집트의 룩소르 신전에 있었다는 오벨리스크라는데 선물로 받은 것이라 자랑스럽게 이렇게 도시의 중앙에 있다. 프랑스 땅에서 이집트의 유물을 본다는 게 약간 기분이 묘하다. 나라가 얼마나 힘들면 이런 국보를 다른 나라에 선물할까. 유럽 곳곳에 있을 오벨리스크. 이집트의 슬픈 역사 혹은 잘 나가는 유럽의 역사.

오벨리스크가 있는 광장 주변은 어제 막 끝이 났던 Tour de France의 철거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라 여기저기 어수선했다.

Tour de France 관중석 철거 중

잠깐, 광장 끝에서 눈에 익은 건물이 하나 보인다.

말로만 듣던 개선문이다. 정말 친절한 도시다. 이렇게 쉽게 눈에 띄어 주다니.. 주요 명소는 굳이 지도 없이도 다닐 수 있겠다. 그리고 저 울창한 가로수길은 그 유명한 샹젤리제 거리라고 한다. 살살 걸어가 볼까?

샹젤리제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

샹젤리제 거리. 관광객들로 온통 시끌벅적하다. 여행 오기 전 일부러 여행 기분을 내려고 “오 샹젤리제~” 음악을 들었는데, 그리고 그 음악을 이 거리에서  들을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그냥 팝 음악만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낭만, 예술 이런 걸 너무 기대했나 보다. 그냥 상점과 쇼핑의 거리. 그것도 아기자기하거나 예술적 감성이 돋보이는 게 아닌 거대 프랜차이즈들이  빽빽한... 그냥 싱가포르의 오차드거리 같았다. 그저 화려한 명품의 거리인데 내가 이해를 잘못 했었나 보다.


그리고 이 화려한 거리에서 이렇게 구걸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자니 짠했다. 최고 명품거리와 구걸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은 참 보기 불편했다. 그 순간 3년 전 캄보디아에 여행 때, 연말 파티에 갔었는데 그때 공병을 수거하러 다니는 5살 정도 되는 아이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술 마시고 춤추는 어른들로 가득 찬 그곳에서 아이들은 그 빈병을 본인이 가져가도 되는지 묻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개선문(Arc de  Triomphe)에 도착. 

전쟁에서 승리한 기쁨도 물론 있겠지만, 나폴레옹은 정말로 로마에 대한 환상이 있었고, 그때처럼 황제가 되고 싶었나 보다. 이렇게 로마 티투스 황제의 개선문을 그대로 본뜬 것을 만든 것만 봐도.. 물론 그 개선문보다 나폴레옹이 만든 이 개선문이 훨씬 웅장하고 아름답다.

개선문에서 바라본 에펠탑
개선문에서 바라본 샹젤리제

정말 그리 높지 않은 건물에 올라왔음에도 파리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아이보리색의 건물과 초록 나무와 어디서나 시원하게 볼 수 있는 하늘. 그리고 이 개선문이 있는 샤를 드골 광장을 중심으로 시원하게 뻗은 방사형 도로도 보기 좋다. 파리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는 사람은 도로주행 시험 안에 꼭 이 방사형 도로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탈출(!)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처음 운전을 배우는 사람에겐 정말 곤혹스러울  듯하다. 

날씨는 좋은데 바람이 너무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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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돌아온싱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