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유럽의 각 도시에선 벼룩시장이 열린다. 베를린에서의 토요일, 베를린에서 유명한 몇 개의 벼룩시장 중 한 군데에 가 보기로 했다. 베를린 메트로 Tiergarten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벼룩시장.


'뭐 이런 걸 다 팔지?'

'이걸 지금 팔겠다고 내놓은 건가?'

'이건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싶은 것들이 늘어져 있는 신기한 곳. 

어디서 이렇게 문고리만 잔뜩 모으셨을까? 이 쓰다만 듯한 병들은 다 뭘까? 물건에 살짝 묻어있는 때 조차도 본래의 무늬였던 것처럼 이곳에 있는 모든 물건은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손때가 탄 LP와 LP케이스, 조잡해서 정이 가는 주방도구들.. 










아예 집을 몽땅 정리한 게 아닐까 싶은 듯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중학교 때 내가 좋아하던 가수의 사진을 한창 모았던 것처럼, 지금 여기서 추억의 그 사진을 팔고 있는 이제는 늙어버린 젊은이. 그나저나 내가 그렇게 모았던 사진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30년 전에 받았던 엽서, 50년 전에 썼던 일기장, 사진첩, 편지... 누군가의 마음이 담겨 있는 그 물건들이 이제는 벼룩시장에 나와 있다. 이젠 그 추억이 필요 없는 걸까? 이런 걸 팔려고 내놓고 누군가 사간다는 것이 조금 충격적이다. 여기서 돌아다니는 이 물건들이 30년 후 어디 박물관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절대 팔 생각은 없지만 갑자기 내가 초등학교 때 썼던 일기장이 보고 싶다. 안타깝게도 엄마가 내다 버린 내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 (엄마도 가끔 그 일기장을 버린 걸 후회한다.)

소문으로만 듣던 책을 여기서 만나다니...ㅎ

그리 크지 않은데도 모든 물건에서 눈을 뗄 수 없던 묘한 벼룩시장. 비록 물건을 사지 않고 구경만 해도 눈치 주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마음껏 베를린의 빈티지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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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기념탑, 베를린 대성당, 샤를로텐 부르크 궁전을 둘러본 시간


베를린에 있는 동안은 베를린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난 땡땡이와 함께 여행 다니기로 했다. 땡땡이는 만나던 날부터 '상수시 궁전'을 보러 베를린 근처의 포츠담에 가야 한다고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에 쫓겨 베를린 시내에 있는 '샤를로텐 부르크 궁전'으로 대신해야만 했다. 

궁전으로 걸어가는 길. 어느 지하철역에서 내려 어디로 걸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베를린의 전승기념탑을 발견했다. 빽빽한 가로수와 그 도로의 끝에 서 있는 탑. 파리의 개선문과 샹젤리제가 떠오르는 풍경이다. 처음엔 1873년 덴마크,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과의 전쟁에서 이긴 기념으로 만들어진 기녑탑이었다. 원래 있던 곳에서 나치가 이곳으로 옮기고, 마지막으로 히틀러가 금장식도 더했다고 한다. 전승기념탑과 그 주위에 있는 여러 기념비는 승리의 의미도 있지만, 여러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추모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대전에서 목숨을 잃은 독일인은 무엇을 위해 싸운 걸까? 영광은 아니더라도 추모는 받고 있을까?

공격당한 나라의 희생자들에게는 당연히 추모를 하겠지만, 독일 같은 경우는 어떨까? 두 세계대전의 전범국가인 독일에서는 그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추모하는 것도 껄끄럽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은 무슨 잘못일까? 단지 국가에서 일으킨 전쟁이라는 이유로 전쟁에 참전한 일반 병사들에게 돌아온 것은 무엇이었을까? 명예도, 자랑스러운 조국도 없는 그 자리...




샤를로텐 부르크 궁전은 왕비 소피 샤를로테를 위해 지어진 여름 별장이라고 한다. 소박해 보이는 궁전 뒤로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하지만 궁전 한 켠은 아쉽게도 보수공사 중이었다. 베르사유 궁전처럼 방은 벽화와 천장화로 가득 채워져 있고, 화려한 샹들리에가 천장에 매달려 있다. 궁전 곳곳을 매우고 있는 반짝거리는 금장식들. 여름 별장마저도 이렇다면 도대체 왕과 왕비가 살던 궁전은 어땠을까?


이곳, 샤를로텐 부르크 궁전에도 아시아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도자기가 상당히 많다. 덴마크의 왕족 별장에서도 중국과 일본 도자기를 많이 보았는데... 외국의 물건을 수입하고, 전시하는 로얄패밀리의 취미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 가보다.


사진을 찍을 때는 몰랐는데 알고 보니 궁전 내부를 찍으려면 입장할 때 사진을 찍겠다는 이용권을 사야 된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난 계속 찍었는데 운이 좋았다. 


드디어 궁전을 다 둘러보고 정원으로 나왔다. 창문을 지날 때마다 밖으로 보이는 정원이 아름다워 얼른 나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본떠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계획대로 잘 짜인 도로를 보는 느낌이다. 조깅하는 사람, 꽃을 찍는 사람, 호수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쬐고 있는 사람.. 여유로운 아침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워킹투어 때는 지나가기만 했던 베를린 대성당. 자세히 보고자 다시 찾아왔다. 대성당에 들어오기 전 땡땡이와 밖에서 나눴던 어지러운 대화가 머리 속에서 사라지도록 만드는 경건한 대성당의 내부. 땡땡이는 천주교 신자답게 촛불에 불을 붙였다. 신자는 아니지만 교회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가만히 서서 대성당 내부의 둥그런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천히 대성당 돔을 향해 걸어 올라가는 길, 신기한 광경을 발견했다.(그림인지 실제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진까지 찍었던 걸 보면 실제라고 생각한다.) 독일 기독교에서 꽤 유명한 분이 돌아가셨는지 내부가 훤히 보이는 유리벽 너머의 관 안에 한 분이 누워 계셨다. 그리고 그를 향해 사람들이 묵념을 하고 기도를 했다. 독일 기독교의 성인이시겠지만, 죽은 사람이 떡 하니 보이니 기분이 묘했다. 이전에 본 미국 드라마에서 장례식장 정중앙에 돌아가신 분을 모신 장면이 오버랩되었다. 그걸 실제로 보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그야말로 '시체'에 대한 거리낌이 우리보다는 적은가 싶기도 했다.

드디어 올라간 대성당 돔. 근처의 TV타워 외에는 높은 건물이 거의 없어 베를린 시내를 둘러보기에 딱 좋다. 맑은 날씨가 자주 없다는 독일 답게 날씨는 그리 맑지 않지만, 그래서 더 독일스러운 풍경이다. 360도 어느 방향이든 독일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어서 참 좋은 대성당의 돔. 곳곳에 칠이 벗겨져 세월의 흔적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대성당 돔의 벽 너머로 구불구불 흐르는 라인강이 참으로 운치 있다.


대성당을 나가는 길, 미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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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만난 변태 덕에 잠을 제대로 못 자 기분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얼굴에 와 닿는 베를린 아침 공기는 무척 상쾌했다. 


게스트하우스에 짐만 우선 맡겨두고 베를린 프리워킹투어를 하기 위해 나갔다. 메트로를 찾아가는 길이 꽤나 복잡하다. 이 글씨는 뭐라는 거야? 그리고 표는 또 왜 이리 비싸? 도착하는 곳이 몇 정거장 안 된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아주 대범하게(?) 무임승차를 했다. (덴마크에서 배운 나쁜 버릇이...)

베를린 TV타워

프리워킹투어가 좋은 이유는 나처럼 아무 정보 없이 여행 온 사람들이 아주 간략하게 도시의 역사와 유명한 것과 장소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2시간 내외로 진행되어 시간을 그리 잡아먹지도 않는다. 투어가 끝날 때 웬만하면 모두가 가이드에게 감사의 의미로 '팁'을 주기에 완벽히 무료라고는 할 수 없다. 


약간 길을 헤맨 후 도착한 프리워킹투어 시작 장소는 베를린 관광의 중심지로 보이는 알렉산더 광장 (Alexander platz). 나를 포함해 투어에 있는 사람들은 총 여섯 명. 2명은 뉴질랜드에서 온 6개월째 세계 여행 중인 커플이고, 3명은 호주에서 온 친구들이다. 늘 그렇듯이 새로운 외국인을 만날 때마다 그들의 영어 억양이 낯설어 항상 긴장하며 귀 기울인다. 근데 이 오세아니아에서 온 아이들은 지금껏 들은 발음 중 최악으로 못 알아먹을 지경이었다. 왠지 말을 하다가 마는 느낌이랄까...

베를린 성마리아 교회

아무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빨간 벽돌의 성 마리아 교회와 베를린의 TV타워 Fernsehturm를 눈으로 훑었다. 무려 368.06m라는 TV타워에는 전망대도 있다고 하지만, 투어가이드는 너무 비싸다며 추천해 주지 않는다.


베를린 대성당 앞의 잔디밭에는 드러누워 햇볕을 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낭만적인 모습, 하지만 낭만을 모르는 나. 

 '저 아이들은 유행성 출혈열'을 모르나? 뭐라도 깔지...' 

무슨 행사가 있는지 분장하는 사람들, 멀리서 들리는 스코틀랜드 전통악기 소리...

다시 한번 유럽에 있음이 실감 난다.












그렇게 베를린 돔과 5개의 유명한 박물관이 위치해 있는 박물관 섬(서울의 여의도 같은)을 지나 바다가 없는 베를린에서 만난 도시 비치. Charlie's beach. 근처의 찰리 체크포인트의 이름을 딴 곳인데... 파리 비치부터 느꼈던 거지만, 참 없어 보인다.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 우리는 누구는 맥주를, 누구는 콜라를, 나는 걷는 내내 눈에 띄어 군침 돌게 만들었던 독일의 소시지를 먹었다. 일명 커리 부어스트 (Curry Wurst.) 소시지 위에 케첩과 카레가루를 뿌린 의외의 조합이지만, 꽤 맛있다.

도시의 모래사장, 찰리 비치Charlie's Beach

 "이제 투어는 끝이 났어. 내가 도움이 됐다면, 팁 좀 줄래? 안 그러면 우리 회사에서 날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투어 내내 피곤한 기색을 보이던 가이드는 마지막 한마디로 우리의 뒷담화거리가 되어 버렸다. 


왠지 헤어지기가 아쉬웠던 우리는 브란덴부르크 문이 위치한  파리지엥 광장의 어느 술집에서 맥주를 한 잔씩 했다. 그곳에서 베를린의 로컬 맥주 베를리너 바이세(Berliner Weisse)를 시켜 마시면서 어제까지도 몰랐던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 이 뉴질랜드 커플은 세계 여행을 떠나기 전 남자가 여자에게 프로포즈를 했단다. 8년을 사귀고, 결혼 약속을 한 후 6개월째 세계 여행 중인 이 커플은 아직도 서로를 참 사랑스럽게 쳐다본다. 보는 사람마저 행복하게 만드는 이 로맨틱한 커플. 반면 호주에서 온 대학생 친구들은 아직도 10대처럼 큰소리를 지르며 논다.

베르린 대성당 근처에 있던 로마신화 '넵튠'신을 조각되어 있는 분수

이들과 어울려 브란덴부르크 근처 공원을 어기적 거리며 돌아다니던 중, 호주 친구들 중 한 명이 호주머니에서 무언갈 꺼낸다. 암스테르담에서 왔다더니 대마초를 가져왔다. 이윽고 약발이 올라오는지 길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우리랑 같이 놀자며 미친놈처럼 소릴 지른다. 

"Ok."

 그의 소리에 같이 놀자며 순식간에 우리에게 합류한 어느 동양인 남자.

 "I am from Korea."

 "한국이라고요?"


한 달 만에 처음 만난 한국인이 어찌나 반갑던지... 그렇게 만난 친구는 대학교 반수 준비와 입대를 기다리고 있는 나보다 한참 어린 대학생 땡땡이었다. 여행 시작한 지 이제 이틀째인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고, 인종 차별도 당한 것 같고 해서 기분이 별로던 참에 우리를 만났단다. 

"근데 누나 얘네들 뭐라는 거예요?"

"몰라, 나도 거의 못 알아들어. 그냥 대충 듣고 말하고 있어."

브란덴부르크 문

그렇게 밤거리를 일곱 명이서 싸돌아다니면서 저녁을 먹고 술을 마셨다. 처음에 쭈뼛거리던 땡땡이가 서서히 주당의 모습을 보이자 모두가 박수를 쳤다. 맥주를 사서 들고 다니다 메트로 안에서 마셨는데 알고 보니 불법이란다. 이 호주 아이들이랑 몇 시간 같이 있으니 나도 살짝 맛이 가는 듯하다. ^^


더운 여름날 밤 한국에서처럼 슈퍼마켓 앞에 설치된 간이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으니 여기가 한국인지 베를린인지 모르겠다. 매너 좋은 땡땡이는 늦은 밤 누나 혼자 가면 안 된다며 게스트하우스까지 날 데려다줬다. 베를린에서 무얼 본 날이 아닌, 새로 만난 친구들과 정신없이 논 첫 번째 하루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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