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벨 광장의 북 버닝 메모리얼(Book burning memorial)


베를린의 대표 박물관 다섯 곳이 모여 있는 유네스코 문화유산, '박물관 섬'. 그 섬을 지나면 바로 '바벨 광장'으로 연결되는데, 그리크지 않은 이 광장의 한 곳은 유리관으로 보호되고 있다.


"더러운 정신들을 불 속으로 던져라."


1933년 정권을 잡은 나치는 가장 먼저 정치뿐 아니라, 역사, 철학, 정신분석, 문학 등 거의 전분야에 걸친 책을 불태웠다. 그들은 전 세계를 상대로 싸우기 전에 사람들의 생각부터 통제하고자 했다. 책을 불태우는 것은 다양한 생각의 가능성을 애초부터 차단하는 일이었다.

“어이, 국민들, 다른 이야기는 들을 필요 없어. 우리가 하는 말만 듣고 우리가 시키는 대로만 해.”














몇 년 전 캄보디아를 여행한 적이 있다. 앙코르와트가 주목적이었지만, 다녀오고 나서 정말 기억에 남는 건 프놈펜의 ‘뚜엉 슬랭’이란 고문박물관이었다. 캄보디아의 독재정권이었던 크메르루주는 ‘반동분자’라는 이름으로 죄 없는 백만 명이 넘는 사람을 이곳에 잡아가 두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학교였던 이곳은 고통으로 인한 절규와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끔찍한 곳이 되었다. 당시 그들이 가장 먼저 잡아간 ‘반동분자’는 손이 고운 사람들’이었다. 손이 깨끗한 사람은 책을 보고 글을 쓰고 가르치는 사람들이라 위험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개인이 다양한 생각을 할수록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독재정권은 국민이 자유롭게 생각하는 걸 싫어하고, 그걸 부추기는 사람은 더 싫어한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은 다루기 쉬우니까.


나치 정권은 바벨 광장에서 상징적인 이벤트를 벌였다. ‘앞으로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이 책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단지 책을 태운 장소였지만, 사람들은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스스로 통제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시작된 자기검열은 사람을 위축시킨다. 내 생각을 말했다가 부당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으로 서로를 믿지 못한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지 아는 독일인들은 이 장소에 표석을 남겨두고 경고하고 있다.



2) 유대인 추모공원


관 모양의 차가운 대리석이 제 각각의 높이로 서 있다. 처음엔 발목 높이밖에 안 되던 대리석은 걸으면 걸을수록 내 손을 쭉 뻗어도 닿지 않을 만큼 높이 솟아 있었다. 태양이 쨍쨍할수록 검은 직사각형의 대리석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더 어둡고 추웠다. 검고 길고 차가운 직사각형이 길게 뻗어 있는 이 곳은 그 자체로 거대한 공동묘지 혹은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 같았다. 이 곳은 베를린의 유대인 추모공원이다.

추모 공원 옆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얼마나 많은 유럽인, 특히 유대인을 핍박했는지 아주 자세히 기록해 둔 작은 박물관이 있었다. 지도 위에 나열된 적지 않은 숫자에 자연스럽게 입이 벌어졌다. 어느 유대인의 회고록이 흘러나오던 새까만 방에서는 그 주인공과 함께 나도 끔찍함을 느꼈다. 내가 유대인이 되어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감사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그 끔찍함에 한기를 느끼며 박물관을 나섰다. 다시 눈 앞에 검은 대리석의 행렬이 보였다. 그리고 그 너머로 국회의사당이 보였다. 국회의사당 근처라는 이 좋은 위치에 독일은 지난날의 잘못을 낱낱이 까발리는 유대인 추모공원을 만들었다. 국회의사당을 보니 박물관에서 느낀 분노가 조금 사라졌다.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도 용기니까.














근처에서는 나치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 만들어진 선전물과 그 당시의 사진을 포함한 임시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나치 전당대회와 정권 홍보 포스터 그리고 그 모든 걸 무표정하게 보고 있던 독일 사람들의 모습까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독일인들은 알고 있었을까? 나락의 길을 걷고 있던 독일에 구세주처럼 나타난 히틀러는 오히려 독일을 분열시키고, 전 세계를 전쟁으로 몰고 갔다. 아무리 포스터지만 아이들을 보고 웃는 히틀러는 정말 위선적으로 보였다. 지금도 북한에서는 김 씨 부자를 찬양하는 포스터가 교실마다 있을 텐데… 정말 끔찍하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싸웠던 나라들은 여전히 강대국이기에 독일이 순수하게 죄를 뉘우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를 충분히 계산하여 사과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될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독일은 끊임없이 그때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 특히 히틀러의 자서전을 70년 간출판 금지시켰던 (지금은 금지가 풀렸다고 한다.) 일은 돈한 푼 들이지 않고 독일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더 강화시켰다. '역사를 반성하는 독일’은 주변국과 오히려 더 발전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심지어 폴란드와 역사교과서를 함께 만드는 중이라고 하니 한국인으로서 정말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독일과 싸웠던 나라들이 여전히 강대국이고, 독일의 지리와 인구 등을 보더라도 독일이 피해국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히틀러의 자서전을 70년간 출판 금지시키면서(지금은 금지가 풀렸다고 한다.) '주변국을 배려하고, 역사를 반성하는 독일'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더 얻는 것처럼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반성하고 사과하는 독일. 역사를 왜곡하지 않고 인정해서 오히려 그 나라들과 더 발전된 관계를 만들어 가는 독일. 


심지어 폴란드와 역사교과서를 함께 만드는 중이라고 하니... 한국인이 만드는 역사 교과서도 걱정되는 나는 그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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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돌아온싱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