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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준 게스트하우스 주소만 달랑 들고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는데, 알고 보니 이 일대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암스테르담의 합법적인 홍등가였다. 내가 가지고 있던 아름다운 튤립과 평화로운 풍차 이미지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매춘 박물관과 SEX SHOW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홍등가를 암스테르담의 관광지 근처에 만들어 놓은 것도 네덜란드 정부의 철저한 계산이겠지만, 대도시 한 복판에 자리한 그 당당함이 더 어이 없었다. 하지만 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홍등가 투어’를 신청해 버렸다.


여전히 대낮같은 저녁 7시, 조금 뻘쭘하게 투어가 시작됐다. 첫 목적지는 숙소를 찾아 헤매다 신기해서 나도 일찍이 들어가 보았던 콘돔 가게. 정말 기발한 모양과 맛(!)을 가진 콘돔이 가득 한 그곳에서 왠지 인간 상상력의 끝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질 무렵 빨간 창 너머로 그녀들이 등장했다. 쇼윈도 너머, 빨간 커튼을 배경으로 속옷만 걸친 그녀들은 섹시한 포즈를 취하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유혹의 눈길을 보내는 게 습관이 된 건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끈적한 눈길을 보낸다. 도대체 왜 내게 혀를 날름대는 건지? 이 일대 내내 이런 가게가 이어졌다. 이들의 사진을 찍는 것은 불법이고, 개중에는 소변을 종이컵에 받아두었다가 사진 찍은 사람의 얼굴에 뿌리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한때는 남성 매춘부들의 거리도 있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해 다시 여성 매춘부의 거리로 바뀌었다는 아주 안타까운 얘기도 들었다.


일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난한 동유럽에서 왔다고 했지만 동양인과 흑인도 거리의 한 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각자의 사연으로 이곳까지 왔겠지만, 인신매매 이야기도 들리는 걸 보면 아무리 합법이라도 깨끗할 수는 없나 보다. 인종 별로 나뉘어서 개인의 취향에 따라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그곳은 백화점의 쇼윈도와 다를 바가 없었다. 나의 시간과 노동을 팔고 돈을 버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지만, 이곳에 있으니 이 세상 어느 것이든 상품가치로 매겨버리는 자본주의의 맨얼굴을 보는 듯했다.


기본 요금은 15분에 50유로이며(더 자세한 이야기는 29금으로 넘어가야 해서 패스!) 어떤 서비스를 얼마나 제공하는지 가격표까지 만들고 정찰제를 실시한다. 15분을 넘기거나 다른 서비스를 원하면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설명에 모두가 박수를 치며 웃었다. 


몇 백 년 동안 이 거리를 지키고 서 있었을 성당의 바로 맞은편에 헐벗은 여인들이 서 있는 게 정말 웃겼다. 이제는 박힌 돌 신세가 되어 버린 성당이 애처로웠다. 아예 이 일대를 성의 심벌로 만들고자 거리와 건물 곳곳에 여성과 남성의 몸을 상징하는 조형물까지 있다. 거리와 펜스, 벤치에서 야한 상징을 찾는 재미가 월리를 찾는 것처럼 쏠쏠했다. 암스테르담에서 느꼈던 민망함은 간 곳 없고 어느새 난 거리의 모든 곳을 훑고 있었다.

저기 빨간 창 너머, 그녀들이 일하는 곳.

이 매춘의 거리에 진동하는 것 중의 하나는 대마초 냄새이다. 길에서 대마초를 피는 것은 합법인데 맥주를 마시는 것은 불법인이 나라. 도대체 그 기준이 뭘까? 전 세계 사람들이 대마초에 대한 호기심을 안고 이곳에 온다. (내가 만난 사람들 중 튤립과 풍차에 대한 이미지로 네덜란드에 온 사람은 정말 나뿐이었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동안 누구를 만나 무엇을 하든 그중 한 명은 꼭 대마초를 말고, 그걸 함께 있는 사람들과 공유했다. 네덜란드 인근 국가에선 대마초만 사러 차를 끌고 암스테르담으로 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 중 과연 대마초가 좋아서 오는 사람들이 많을까, 금지된 것을 한 번 해 보려고 오는 사람들이 많을까?


온갖 안 되는 것으로 점철된 우리의 십 대. 머리카락은 어깨를 넘지 말고, 학교에서 만화책을 보면 안 되고, 치마는 무릎 위로 올라가면 안 되고, 파마는 하지 말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머리를 길러보려 발악했고, 고등학생에게도 술을 파는 술집을 발견하면 쾌감을 느꼈다. 나중에야 알았다. 단지 하지 말란 것들을 하고 싶어서 내가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었음을. 막상 이십 대가 되고 보니 그때 하지 말란 것들에 관심이 사라졌다.


금기를 개방시키면 어떨까? 우리가 문제라고 말하는 그것을 마음껏 하게 내버려 두면 정말 문제가 될까? 범죄가 아니고서야 사람들이 하지 말라고 하는 것,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것을 해 보면 우선은 호기심이 사라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 별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든 말든 그것은 개인의 몫이 된다. 집안의 반대가 없었더라도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렇게 불타오를 수 있었을까? 


네덜란드는 금기를 비즈니스로 만들었다. 최소한의 제한만 남겨두고 모든 것을 개인의 선택에 맡겨 버린 셈이다. 세수증대, 관광산업 개발. 모두 다 좋지만 자국민을 그만큼 성숙한 인간으로 생각한다는 말이다. 그 자부심이 어마어마하다.

매춘 박물관

PS.

1. 내가 묵으려 했던 호스텔은 직업여성들을 위한 운동도 한다는 기독교계 게스트하우스인 Shelter city (주소: Barndesteeg 21, 1012 BV, Amsterdam, Netherland). 한 달 정도 암스테르담에 있을 예정이 있다면 한 번 가보는 것도 괜찮다.


2. 암스테르담에서 며칠간 머물면서 게스트하우스의 네덜란드 직원과 친해지게 됐다. 우연히 주변의 홍등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호기심이 발동했다.

 "너 저기 홍등가에 가 본 적 있어?"

 "응. 어렸을 때 딱 한 번. 궁금해서."

 "오 정말? 어때?"

 "정말 별로 였어. 그 여자들한테 그건 그냥 일일 뿐이잖아. 아무 반응도 없고 로봇을 대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내가 뭐 하고 있나 싶더라고. 나 그 이후로 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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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돌아온싱언니